외국으로 간 교환학생이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푸는 방법

2011. 12. 29. 10:12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까마득한 창공에 별들만이 뚜렷이 빛나고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한 학기 차 고단한 대한민국 교환학생의 도서관 폐관시간에 맞춘 하굣길이다. 찰스 램(C. Lamb)은 그의 편지 글 중 ‘감상에 젖는 일보다 중요한 할 일이 너무 많다.’라고 썼지만, 젊은이로서 만끽하고 싶은 타지에서의 고독과 나름의 뿌듯함, 존재에 대한 의문 등을 돌아볼 매일 밤 하굣길의 시간만은 양보해 둔다.


<이미지출처 : flickr/anitakhart>
 

하지만 그날 하루만큼은 기숙사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몇 주전 부모님께 부탁 드린 최고의 반찬인 김부각과 옷가지가 도착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방에 도착 후 황급히 뜯은 소포 속에는 한글 신문이 몇 장 덮여 있었다. 옷가지 보호 차원에서 덮힌 상자 위아래의 아직은 빳빳한 신문지들을 차례로 책상에 펴놓고 김부각 하나를 뜯었다. 그리곤 침대에 앉아 그 자리에서 신문을 한 장씩 정독했다. ‘바스락’ 김부각 씹는 소리와 함께 이따금씩 신문을 한 장 넘길 때 ‘바스락’, 정겨운 또 다른 소리가 났다. 그동안 젊은 청년으로서 씩씩하게 생활하려 애쓴 모습 속에 쌓아왔던 향수와 나라에 대한 그리움을 김부각과 한글 신문으로 위로 받은 밤이었다. 

당시 눈에 띈 기사 중 하나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임금체불, 산재와 구타 등의 삼중고(三重苦)를 비판한 구체적인 사례들이었다. 석 달 치 임금을 받지 못한 파키스탄 노동자들이 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고 있는 보도사진이 실렸는데, 다행히도 피해 사례마다 앞장서 도와주는 여러 민간단체들과 자치단체들의 활동이 언급되어 있었다.

미국 교환대학에서의 언론학 수업 중 진행된 워싱턴 포스트지 기사 브리핑 시간에 ‘불법체류 노동자’ 건이 언급되었다. 기사 내용은 미국 경제의 상당 몫을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 점령 통계와, 불이익과 적대감을 받더라도 머무르겠다는 노동자들의 의사다. 기사에 대한 미국 학생들의 무덤덤함과 단순한 배척논리에 놀란 나는, 얼마 전 한국 신문에서 봤던 ‘코리안 드림’이 생각났다. 그들에게 한국인이 사회적 다수자로서 보이는 책임감과 도량이 국가의 이미지를 세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 자리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기사에 실린 비판 사례와 연이은 발전 가능성은 외국 학생들을 새로운 방향으로 자극했고, 소수인종 출신 교수님께서도 호기심에 찬 눈으로 한국에 대한 질문과 찬사를 보냈다.

두 나라 신문의 같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취재와 그에 따른 기사는 분명 달랐고, 나에게 우리나라의 기사에는 꿈틀대는 인류애와 더 나은 미래가 느껴졌다. 세계화 시대가 왔기에, 더욱 차별화된 한국 신문의 기사는 우리 국민들의 관심을 통해 강화되고 세계에 전달되어, 상호 견주어보고 본받을 만한 보도들로 꾸려진 보물과 같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장차 내가 있을 세계의 그 어떤 곳이든, 사회를 위한 날카로운 지성의 칼과 약자를 위하는 따뜻한 감성의 화살을 겸비한 우리 신문이 함께 할 것이기에, 오늘도 꿈을 좇아 힘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1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모음집>중 동상 대학/일반부 수상작 김혜연 님의 ‘기숙사에서 만난 김부각과 신문지’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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