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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남자의 독서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






저는 영화 속에 나오는 책 읽는 모습, 헌책방 그리고 도서관을 좋아합니다. 책을 읽기 싫다가도, 이런 장면들을 보면 마구마구 책이 읽고 싶어지거든요. 게다가 영화 속 주인공들이 책 읽는 이유들을 하나 둘 살펴보면 은근히 흥미롭습니다. 

그 중에서도 남자주인공이 좋아하는 여자 때문에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묘한 동질감을 느낍니다. 저도 살면서 그런 적이 있기 때문이지요. 

여러분도 혹시 저처럼 좋아하는 여자 때문에 책을 읽었던 경험이 있으신지요? 다르게 질문 드리면, 좋아하는 여자가 여러분의 독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번은 박해일, 故장진영 주연의 영화 <국화꽃향기>를 보며 그런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남자, 좋아하는 여자 때문에 어려운 역사책도 읽는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의 초반부에서, 대학교 신입생인 인하(박해일 분)는 꽤 심각한 표정으로 책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처음 본 이후로, 첫 눈에 반한 희재(장진영분)에게 우리 역사도 모르냐며 구박을 당했거든요. 

그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어디 두고 보자'라는 심정으로 책을 읽던 것일까요? 반은 맞고, 반은 아닐 겁니다. 왠지 끌리는 여자 희재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을 테지요. 인하는 영화 속에서 희재의 구박이 '기분 좋은 자극'이었다고 독백하고 있거든요.

 

▲ 독서동아리 '북클럽' 회장인 희재와 신입생인 인하의 재회(왼).희재를 몰래 바라보는 인하(우)


저도 인하와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대학교 3학년 때, 제가 좋아하는 여자가 헤르만헤세의 '데미안'을 감명 깊게 읽었다 길래 도서관에서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도 그 여자에게 지적인 매력(?)을 어필하고, 공통 화제 거리를 찾고 싶었던 거겠죠. (과연 그 여자와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알려드리고 싶지만 비밀입니다. 하하.)

또 몇 년 전 제 친구 박모 군이 군제대하고, 갑자기 로버트 그린의 '유혹의 기술'을 사서 열심히 읽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다고, 어떻게 유혹(?)할지 힌트를 얻고 싶다면서 말이지요. 물론 책에 정답이 다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여자는 한 남자를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향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걸 증명해주는 사례가 아닐까요?

남자는 살면서 한번쯤은, 좋아하는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책을 집어들 때가 있는 것이죠. 물론 연애비법을 담은 서적일 때도 많습니다. 아무렴 어떤가요. 거기서부터 독서는 시작되니까요. 

이처럼 독서의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만으로도, '좋아하는 여자'가 남자의 독서에 끼치는 영향은 실로 큰 것입니다.


남자, 연애편지를 쓰려고 안 읽던 시집도 읽는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더 나아가 연애편지를 쓸 때도 남자는 책과 부쩍 친해집니다. 연애편지 쓰는 풋풋한 모습이 잘 담긴 영화 <클래식>이 생각나네요.

영화 속에서 준하(조승우 분)는 친구 태수(이기우 분)에게 연애편지의 대필을 부탁받습니다. 태수는 책들 사이에서 머리를 쥐어짜보지만 만족할 만한 글이 안 나왔던 거죠. 

그런데 웬걸 그 대상이 준하 자신이 좋아하는 주희(손예진 분)인 걸 알고 깜짝 놀라며 힘겨워하죠. 친구와 한 여자를 좋아하게 되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그래도 준하 자신 역시 그녀를 좋아해서 그런지, 감정이입하며 어렵지 않게 연애편지를 써내려 갑니다. 

 

▲준하가 써준 연애편지를 바라보는 태수(왼).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준하(우)


남자라면 적어도 한번쯤 두 주인공들처럼 연애편지를 써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다시 읽으라고 하면 손발이 오글거려서 못 본다는 악명 높은 '연애편지'를 말이죠. 

제가 스무 살 때, 좋아하는 누나에게 연애편지를 쓴다며 난리를 쳤던 기억이 납니다. 도서관에 가서 평소엔 읽지도 않는 시집을 꺼내서 봤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솔직담백하게 쓰면 되는데 왜 그렇게 미사여구를 총동원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를 읽으며 감탄사를 연발했었죠.

여자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사춘기시절 남자들은 연애편지를 쓰기 위해 평소 안 읽는 문학책들을 집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학수능시험능력을 준비하면서도 보지 않았다는 시와 소설 작품들을 말이지요. 


▲ 영화 속에 나오는 이런 명문도 발견하겠지요.


그러다보면 남자의 문학적인 소양은 2%로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여자는 이렇게 사소하지만 남자의 독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물론 정확한 통계를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디까지나 사견이니 이해해 주세요.


한 가지 부작용(?) - 좋아하는 여자는 남자의 독서 집중력을 흐리게 만든다

한편 부작용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여자는 제가 책을 읽게 만들기도 하지만, 책을 읽으며 딴짓하게 만들기도 하거든요. 

한번은 대학교 교양 수업 시간에, 저도 모르게 한 여자의 뒷모습을 책에 그리고 있던 적이 있습니다. 분신사바놀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손이 자동으로 움직이더군요. 물론 결과물은 형편없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그래도 이와이 슌지 감독 영화 '러브레터'의 주인공 남자 이츠키는 낙서실력이 수준급이더군요. 영화 속에서 남자 이츠키는 동명이인인 여자 이츠키를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남자 이츠키는 전학을 가게 되었다며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대신 반납해달라고 그녀를 찾아옵니다.

 

▲ 책을 대신 반납해주라고 찾아온 남자 이츠키(왼). 대출카드에 그려진 여자 이츠키의 모습(우)


실은 그 책 대출카드 뒷면에 몰래 그려놓은 여자 이츠키의 그림을 전해주려고 찾아왔던 거죠. 그런데 여자 이츠키는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난 뒤에 알고 마는 불상사(?)가 일어납니다. 

어쨌든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이츠키처럼 책을 읽다가 낙서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괜히 좋아하는 여학생의 이름을 교과서에 낙서했던 추억도 생각나네요. 

여자 분의 경우도 좋아하는 남학생의 이름을 써놓았을 수도 있겠군요. 저는 그러다가 분필이 날라 오기도 했네요.

이처럼 여자가 남자의 독서 집중력을 흩으려 놓을 때도 있지만, 이조차도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여기고 싶습니다. 

교과서나 책에 '치열한 경쟁'이 아닌 '소중한 추억'을 담을 수 있었으니까요. '부작용'이라는 단어보다는 '추억'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지금까지 여자가 남자의 독서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혹시 좋아하는 여자 혹은 좋아하는 남자가 여러분의 독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례가 또 있나요? 있다면 댓글을 통해 듣고 싶네요.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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