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22. 10:07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매일 새벽 6시 30분, 현관문 앞에 어김없이 놓여있던 두툼한 신문. 갓 인쇄된 신문 특유의 잉크냄새가 새벽 공기를 타고 코끝에 머뭅니다.
한때 신문은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힘있는 매체 중 하나였습니다. 인기리에 절찬 연재된 소설은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고, 미처 TV 뉴스로 접하지 못한 사건사고 소식을 지면으로 정독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지요.
사람이, 또 삶이 공존하던 그 시절의 신문은 단순한 지식을 넘어 기다림이었고 설렘이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 하나 그르지 않은 2011년, 당신의 읽기는 아날로그인가요, 디지털인가요?
신문, 문학을 탐하다
2002년 3월 21일, 그날 아침은 아주 특별했습니다. 목요일이었죠. 한 주의 바이오그래프가 가장 낮은 곡선을 그리는 요일, 늘 그렇듯 신문을 펼쳐 들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논설 읽느라 습관이 된 저의 손이 자연스레 향하는 순간, 21페이지에서 멈추어 섰습니다. 문화기획?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조정래? 무엇인가 거대하면서도 철학적이고 낯설지 않은 단어들이 구슬 꿰듯 알알이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매주 목요일의 문학탐구는 1년 넘게 이어졌고, 조정래 작가에서부터 구효서 작가까지 59명의 필력과 입담은 신문의 시큰한 잉크냄새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지요.
그렇습니다. 한때 우리의 신문은 문학, 혹은 작가들에 대한 예우가 남달랐지요. 그들을 위해 신문 한두 면을 기꺼이 내어주었고, 다양한 기획기사도 많았습니다. 이제는 온라인상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품을 연재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다 보니, 신문연재소설이 각광받던 시대는 지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클릭 한번이면 찾을 수 있는 지금보다 일주일에 한번 설렘을 주던 그 시절의 신문,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활자로 문학을 탐닉하던 아날로그 읽기가 문득 그리워집니다.
인터넷, 공감각적인 시대를 열다
바탕화면에 깨알같이 박히는 아이콘을 보편적으로 사용한지 1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와 더불어 전화모뎀을 사용해 ‘뚜루루루~’ 연결되던 방식을 벗어나 인터넷 전용망이 생기면서 가히 놀라운 세상이 다가왔지요.
영화 <아바타> 속 판도라를 처음 밟은 듯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아마 이때부터였을 겁니다. 신문이 천덕꾸러기가 된 게 말이지요. 얼마 되지도 않은 구독료조차 다 주고 보면 바보라는 말도 돌았습니다. 신문 1년 구독하면 자전거도 주고, 급기야 상품권까지 선물로 준다고 하니, 신문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지요.
세상을 성심성의껏 긁어내던 신문이 고개를 숙이는 동안 인터넷 세상은 급속도로 변해갔습니다. 눈으로 보고 읽고 귀로 듣고 서로 대화하기까지 하니, 평평한 신문을 볼 리 만무하겠지요.
입체적이고 공감각적인 시대를 연 인터넷은 우리에게 ‘디지털 사고’를 갖게 했습니다. 마치 매트릭스 속에 사는 인형이 된 것이지요. 같은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보고 그것에 대한 의견을 남기면 혹자는 그 의견마저 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신문의 기사를 읽으며 이렇게 생각해보고 저렇게 상상해보던 사고력은 묻힌 채, 그저 보이는 것만 기억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시시각각 전해지는 뉴스속보들이 큰 감동과 깨달음을 주기도 합니다. 동시에 모두 함께 공감하기 때문이지요.
즉 결집된 마음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령, 일본 대지진의 긴박한 상황들에 대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세계인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고, 리비아 사태를 지켜보며 같은 마음으로 환호하기도 했지요.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박스 안에서도 사람이, 정(情)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아날로그의 모습이기도 하고요.
우리 시대의 읽기, 아날로그를 품은 디지털
읽는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시각적으로 보는 것에서부터 심적으로 소통하는 것까지 우리네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소비자가 광고의 짧은 문장에 담긴 뜻을 잘 읽으면 제품은 많이 팔리고, 관심 있는 상대의 마음을 잘 읽으면 사랑을 하게 되겠지요.
세상에 아무리 빠르게 흘러가고 시나브로 변해가도 결코 허투루 다룰 수 없는 것이 바로 ‘읽기’입니다.
잔잔한 물결 위에 작은 돌멩이 하나 던지면 끝없이 퍼지는 파동처럼 우리 시대의 읽기 또한 그렇지 않을까요. 누군가의 마음에 씨앗을 심는 일, 결국 읽기의 종착점일 지도 모릅니다.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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