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협력과 학습의 장에서 만난 한국-대만 미디어교육의 교차점

2025. 6. 18. 10:00웹진<미디어리터러시>

글. 송예은 (섬강초등학교 교사)

미디어교육은

전 세계 공통의 관심사기 때문에

미디어교육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어떤 방법과 주제를 갖고

미디어교육을 진행하는지

충분한 사례 공유가 필요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국내 교원들의 미디어교육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4일까지 6박7일간 대만에서

미디어교육 해외연수를 실시했다.

공모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선발된

10명의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이 참여한

이번 대만 해외 연수의

주요 활동과 참가 소감을 전한다.


대만-한국 교사 간 미디어리터러시 온라인 세미나 장면 (출처: 문정훈 교사 제공)

 

대만 해외연수 3일 차 아침. 타이완 기상청에서는 66년 만에 가장 강력한 태풍이 상륙했다고 보도했다. 호텔 주변의 도로 곳곳에는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누워있었다.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져 오늘 예정된 대만국립정치대학교(NCCU)의 방문 일정은 취소되고, 온라인 세미나로 변경되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급히 숙소 근처의 장소를 빌려 화상 회의를 준비했다. 한국과 대만 교사들은 각국의 교육 경험을 나누며 끊임없이 질의응답을 이어갔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 열정적인 대화는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되었다. 전국에서 모인 10명의 미디어교육 전문 교사들의 미디어교육을 향한 관심과 호기심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를 뚫고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그날의 회의실을 떠올리며, 지난 6박 7일간의 대만 해외연수를 되돌아본다.

디지털 시대, 대만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백서」

대만 교육부의 회의실에서 진행된 미디어교육 교류회에서는 교육부 내 평생교육 부서의 관계자들이 발표를 진행하였다. 대만 교육부에서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연령대 인구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향상을 목표로 학교에서 사회까지 이어지는 학습 경로를 제공하고 있는데,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지향하고 있었다.

대만 교육부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백서(White Paper on Media Literacy Education Policy)」를 200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발간했다. 학생들이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디지털 환경에서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교육 정책이다. 대만은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미디어 리터러시 백서를 발간했으며 정책 선언의 의미를 담았기 때문에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백서는 학교 교육과정에 통합된 미디어 리터러시 개정 교육과정과 다양한 학습 채널 및 자원을 제공하는 시스템 강화 등 실행 정책을 담고 있다. 2002년 백서에서는 정보화 시대 학생들이 정보 진위를 식별하는 중요성을 강조하였는데, 이후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여러 차례 개정되었으며 특히 2023년 버전에서는 디지털 시민 교육 등 새로운 이슈를 반영했다.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책임감 있고 이타적인 디지털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미디어 사용법 이해, 의사소통 능력, 사회문제 해결 역량 등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또한, AI와 빅데이터 등 최신 기술을 반영하여 디지털 미디어의 위험을 인식하고 대응 능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었다.

대만 교육부 과장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교육 백서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팩트체크 교육을 강조하는 배경도 들을 수 있었다. 디지털 기술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허위정보가 빠르게 퍼질 경우, 사회적 공황과 불화가 발생하고 민주적인 국가 발전의 기반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만 정부에서는 허위정보와 가짜 뉴스에 대응하기 위해 ‘허위정보 식별, 허위정보 파기, 허위정보 유포 방지, 허위정보 가해자 처벌’ 등 4가지 접근 방식을 기반으로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민간 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허위정보 방지 캠페인을 실시하며 대만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대만 팩트체크 기관들:
허위정보와 가짜 뉴스에
맞서는 미디어 감시

이틀에 걸쳐 방문한 대만의 대만팩트체크센터(Taiwan FactCheck Center), 대만미디어와치(Taiwan Media Watch), 마이고펜(MyGoPen)은 모두 대만 내에서 팩트체크와 미디어 감시를 담당하는 주요 기관들이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허위정보와 가짜 뉴스, 미디어의 신뢰성을 분석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하며 대중의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대만팩트체크센터는 주로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정보의 정확성을 검증하고, 다양한 미디어와 협력하여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대만미디어와치는 미디어의 정확성, 공정성, 윤리를 감시하며, 미디어 환경의 투명성 증진을 목표로 한다. 마이고펜은 시민 참여를 강조하며 자체 개발한 신고 플랫폼과 라인 메신저 등의 경로를 통해 사람들이 직접 팩트체크에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잘못된 정보와 사회적 사건에 대해 신속히 팩트체크를 진행하고 대중에게 알린다.

대만의 팩트체크 기관들을 방문하고 면담을 거치면서 관계자들이 팩트체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단순히 뉴스의 허위정보를 바로잡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미디어 생비자(Prosumer)로서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선택하고, 더 나은 판단을 내리도록 돕고 있다.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하고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는 대만 미디어와치의 자체 개발 학습 자료 (출처: 필자 제공)

 

그 중 대만 미디어와치(Taiwan Media Watch Foundation)에서 개발한 팸플릿이 매우 돋보였다. 미디어의 핵심 개념을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Breaking the Filter Bubble’, ‘Be a Reporter’, ‘Find the Owner’, ‘Let’s Debunk Rumor’ 4가지 주제로 구성했다. 그리고 각 주제를 미션(Mission) 형태로 제시하여, 학생들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도 간편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게임화(gamification) 요소를 반영하여 디지털 정보 환경에 몰입하도록 만들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실제로 미디어와 상호작용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용하고 활용 가치가 높아 보였다.

대만 고등학교 수업 참관:
소셜 미디어(Social Media)
공간 속 학생들의 네트워킹 탐구
 
 
 

 

좌:  고등학생들의 활발한 토의가 이뤄지는 수업 장면 / 우: 수업 참관이 끝난 후 수업 교사들과 면담 장면 (출처: 필자 제공)

 

대만 국립사범대학교 부속 고등학교(HSNU) 탐방에서는 영어 교사 글로리아 훙(Gloria Hung)의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참관했다. 고등학교 학생들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 사용 경험을 토대로 ‘인스타그램, 스레드, 라인’ 3가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속성을 분석하고, 각 플랫폼에서의 자기표현 방식과 소셜 네트워킹의 다양한 면모를 탐구했다.

 

던바의 숫자 이론[1]이나 어빙 고프먼의 자아 연출의 사회학[2] 등 사회심리학 이론 배경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소셜 미디어 내에서 친구 목록을 늘리는 것의 사회적 의미와 온라인 공간에서 어떻게 이미지를 관리하는지에 관해 토의하는 활동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인스타그램 사용 경험을 분석하는 설문지 문항이 소셜 미디어의 영향에 대해 깊이 있는 사고를 유도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교사의 깊은 고민과 통찰이 느껴지는 지점이었다. 수업 참관 후 글로리아 교사에게 이러한 수업 자료를 어떻게 제작하는지 물어보니, 다른 교사의 교수학습 지도안을 스스로 찾아보고 동료 교사들과 토의하기도 하지만, 가장 큰 자원은 교사의 개인적인 미디어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SNS와 미디어의 기능 및 효과를 쉽게 이해하고, 자신의 온라인 활동을 성찰할 수 있었다. 또한, 소셜 미디어의 영향을 사회적 및 심리적인 측면에서 분석하고 토의하는 활동은 한국의 미디어교육 현장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대만 초등학교 수업 참관:
모두가 함정에 빠진
팩트체크 교실
초등학생들이 팩트체크 토의 결과를 온라인 공유 플랫폼에 게시하고 있다. (출처: 문정훈 교사 제공)

 

대만 롱푸초등학교에서는 즈-렌 정(Zhi-Ren Zheng) 교사의 뉴스 리터러시 수업을 참관하였다. 학생들은 ‘커피가 몸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기사를 고른 후, 모둠에서 세 가지 관점(유익, 유해, 중립) 중 하나를 무작위로 골랐다. 그리고 신문사 기자의 역할을 맡아, 자신이 선택한 관점에 맞게 기존의 뉴스를 다시 편집하는 활동을 하였다. 정 교사는 뉴스가 항상 중립적이지 않으며, 신문사의 견해가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어 했다.

사실 이 수업의 마지막 반전은 학생들이 처음에 받은 신문 기사가 모두 정 교사가 만든 가짜 뉴스라는 것이었다. 이어지는 후속 차시에서 본격적으로 뉴스의 진위를 검증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대만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한자로 된 화면을 번역해 내용을 파악해보기 바빴던 한국의 교사들까지도 정 교사가 만든 함정에 빠졌고, 뉴스 기사의 신뢰성과 편향성을 비판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다.

미디어교육 온라인 세미나:
서로 다른 교육 현장에서 만난
공통의 질문들

온라인 세미나에서는 각국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어떠한 과정으로 발전하고 있는지, 서로 다른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미디어교육에 접근할 수 있을지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오전 세션에는 대만국립정치대학교 저널리즘학과 후이-웬 리우(Hui-Wen Liu) 교수의 ‘ML 교육과정의 설계와 구현’과 이-린 차이(Yi-Lin Tsai) 박사의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젝트 안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의 통찰과 미래의 도전 과제’ 발제가 주요 내용이었다.

오후 세션은 한국과 대만의 교사들이 실제 수업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한국의 교사들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프로그램인 <팩트체크 교실> 운영, 교과 융합 ML 수업, 생성형 AI 활용, 유튜브 리터러시 등 디지털 도구 및 온라인 플랫폼을 적용한 수업을 소개하였다. 대만의 교사들은 뉴스 리터러시 교육, 미디어 독해 커뮤니티 운영을 기반으로 한 연구학교 운영, 고등학교 선택 교과로서의 ML 코스 디자인 등 대만의 미디어교육 현황과 발전 방향을 상세히 알려주었다. 개인 혹은 집단 구성원이 합의한 가치에 따라 다양한 주제의 미디어 리터러시(ML) 교육과정이 구현된 사례를 접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자리였다.

대만과 한국
미디어교육의 교차점:
미디어교육의 혁신을 말하다

대만 교육부의 회의실에서 열린 미디어교육 교류회 진행 후, 국립 대만 사범대학교(NTNU) 교육학과 쥬-빈 린(Tzu-Bin Lin) 교수와의 면담 시간도 가졌다. 한국의 미디어교육 주요 인사들과 알고 지낼 정도로 한국과 친근한 교수였다. 우리는 양국의 예비 교원 양성 시스템과 교원 연수 지원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그는 대만에서는 미디어교육이 ‘디지털 소양’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미디어 리터러시에 이어 AI 리터러시까지 포함하는 교육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 고등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이 선택 과목으로 이뤄지는 것, 초등 교사들이 각자 연구회 활동을 하며 교실에서 이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 등 대만과한국의 미디어교육 현장은 닮은 점이 많았다.

또한 한국의 교원 학습공동체처럼 대만에서는 서로 다른 교과를 맡고 있는 중등 교사들의 학습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있어, 미디어교육의 중심에 교사의 역량과 협업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진보적이어야 한다.(Media Literacy should be progressive)”라고 그가 말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단순한 체크리스트 형식이 아닌 ‘미디어콘텐츠를 어떻게 이해하고 분석하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춰 더 혁신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보았다.

배움의 장을 넘어서:
10명의 교사들이 만든
글로벌 학습 네트워크
 
 
좌:  마이고펜 운영자 미팅 / 우: 교원 네트워킹 시간 (출처: 필자 제공)

 

타이베이를 강타한 태풍 21호 콩레이를 뚫고 진행된 긴급 온라인 세미나를 마친 뒤, 우리는 성공적인 마무리를 자축했다. 그런데 10명의 교사와 2명의 재단 담당자 모두를 하나의 화면에 담던 화상 카메라 화면에는 자동 번역 오류인지 ‘예체능부장’이라는 이름이 표시되어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이 되려 우리 팀의 특징을 잘 표현한 듯해 웃음이 나왔다.

사회를 잘 보는 선생님, 사진을 예술로 찍어주던 선생님, 영어는 물론 중국어까지 잘하는 선생님, 그보다 어려운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하는 선생님, 매일같이 학교에서 걸려온 전화에 ‘부장님’하며 받던 선생님, 연수는 체력이라며 수시로 스쿼트를 하던 선생님 등. 개성 있는 선생님들이 모여 팀워크를 발휘한 덕분에 이번 연수는 유쾌하면서도 매우 생산적인 시간이 되었다.

여정에서 만난 여러 대만 교사, 교수 및 기관 관계자들과의 만남도 잊을 수 없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며 미디어교육의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영감과 성찰을 주었다.

이번 해외연수는 미디어교육 분야에서 활동하지만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이 모여 함께 교육의 실천 방안을 논의하고 경험을 나누는 장(場)이었다. 이를 계기로 미디어교육 활성화를 위한 국내·외 교원 네트워크의 배움과 소통이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함께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1] [영국의 문화인류학자 로빈 던바 옥스포드대학 교수는 진화론을 근거로 개인이 맺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는 150명이라고 주장하였으며, 이를 ‘던바의 수’ 혹은 ‘던바의 법칙’이라고 한다(《던바의 수》(2018), 로빈 던바).

[2]사회학자 어빙 오프먼은 저서 《자아 연출의 사회학》(1959)를 통해 우리의 일상적 삶은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자아를 연출하는 공연과 같다는 ‘연극으로서의 사회적 삶’에 대한 관점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