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11. 10:00ㆍ웹진<미디어리터러시>

|글. 류숙 (서강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강사)|
올해 전 세계 곳곳에서
선거를 앞두고
허위조작정보를 분별하기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특히 미래 유권자인 청소년은
무분별하게 허위조작정보에
노출되기 때문에 사전에 미리
선거 정보 리터러시 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었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은
어디서 선거와 관련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아야 하며,
교육기관에서는 어떤 내용으로
진행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도 캐나다 사례에서
이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선거관리 위원회가
미디어 교육기관 ‘미디어 스마트’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지방선거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키트를 본고에서 소개한다.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지난 10월 19일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캐나다에서 인구 수가 세 번째로 많은 주인 만큼 선거 결과가 캐나다 전체의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선거철이 되면 일명 가짜뉴스로 불리는 허위조작정보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캐나다 역시 선거를 앞두고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정보 생태계의 위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계속되는 세계 정세의 긴장 상황과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영향으로 허위조작정보가 점차 정교해지면서 유권자들이 선택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양질의 정보를 접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정보 판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선거관리위원회(Elections BC)는 미디어 교육기관 미디어스마트(MediaSmarts)의 도움을 받아 ‘2024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지방선거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키트를 공개했다.[1]
미디어스마트가 공개한
중·고등학생을 위한
선거 정보 리터러시 교육
|
이 수업을 설계한 미디어스마트는 1994년에 시작된 캐나다의 대표적인 미디어 교육기관으로 전통 미디어부터 디지털 미디어까지 모든 형태의 미디어 교육을 포괄하고 있으며, 교사와 부모들을 위한 미디어 교육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공개한 ‘2024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지방선거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은 캐나다의 학교 교육에서 활용하는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틀인 ‘사용하기, 이해하기, 참여하기’를 근간으로 한다. 특히 미디어 리터러시가 학제 간 통합적 영역인 만큼 정보, 저널리즘, 마케팅 등 여러 분야를 두루 다뤄 예비 유권자인 학생들이 실제 선거 정보를 접하며 경험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9학년에서 12학년 학생(한국 기준 중학교 2학년 ~ 고등학교 2학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수업은 수업의 시작과 끝 부분을 제외하고는 학습 목표나 시간에 맞춰 교사가 직접 총 네 가지의 세부 주제 중 선택하고 조합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듈형으로 설계되었다. 세부 주제는 ‘당신의 정보 생태계’, ‘선거 허위정보 인식’, ‘디지털 광고 타깃팅’, ‘양극화 콘텐츠 인식’으로 학생들이 매일 사용하는 정보 생태계를 분석하는 활동부터 극과 극의 감정을 유발할 수 있는 허위조작정보를 인식하는 활동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선거 정보 리터러시
교육 수업의 단계별 구성
|
수업의 첫 단계는 ‘딥페이크 탐지’로 선거 관련 허위조작정보의 핵심 개념을 설명하고, 학생들의 경험을 떠올리게 하면서 수업 주제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집중도를 끌어올리는 활동이다. 이 단계에서 학생들이 익혀야 할 가장 중요한 개념은 ‘사진도 부정확하거나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 ‘정치나 선거 관련 이미지가 우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는 원 출처를 찾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와 비교해 검증할 수 있다’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딥페이크 개념을 알고 있는지, 딥페이크가 얼마나 걱정되는지 묻고, 실제 또는 AI로 제작된 몇 개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딥페이크 여부를 이야기 나눈다.


다음 단계는 네 가지 세부 주제 중 하나 이상을 선택해 진행하게 된다. 첫 번째로 ‘당신의 정보 생태계’는 자신이 이용하는 정보 생태계의 질을 분석하고, 이를 개선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 주제의 핵심 개념은 ‘전문적인 기사는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한 과정을 거친다’, ‘우리는 정보 생태계의 질을 관리할 수 있다’ 등으로 학생들은 전문적인 기사, 가족이나 지인 등의 다른 정보 출처, 소셜미디어 등에서 얻는 정보들을 목록화하고 각각의 질을 평가하는 활동을 통해 이를 학습한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이 평소에 정보를 얻는 출처를 다시금 점검하고, 올바른 정보를 얻기 위한 방법에 관심을 갖게 된다.
두 번째 주제인 ‘선거 허위정보 인식’에서는 학생들이 자주 접할 수 있는 전형적인 선거 관련 허위조작정보들을 소개하고, 이를 인식하는 것을 연습한다. 예를 들어 ‘투표권이 없는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했다’, ‘특정 후보의 이름이 이미 기입된 투표 용지를 여러 장 찾았다’, ‘문자 메시지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등의 허위조작정보들에 대해 분석하는 것이다. 이 주제에서는 특히 ‘정치 관련 허위조작정보는 우리가 이미 믿고 있는 것을 뒷받침할 때 더 믿기 쉽다’는 것을 강조하며, 학생들이 확증편향의 위험성을 이해하게 한다.
세 번째는 ‘디지털 광고 타깃팅’으로 학생들이 소셜미디어에서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어떻게 맞춤형 광고가 제공되는지 배우고, 정당이나 이익집단이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조사하게 한다. 이는 주로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서 쓰이는 기법이 어떻게 정치 분야에서 활용되는지를 인식하게 하는 것으로 캐나다의 경우 2018년 선거법 개정을 통해 모든 온라인 플랫폼에서 정치 광고의 광고주를 확인할 수 있어 이를 학생들이 직접 찾아보며 수업에서 활용하도록 구성되었다.
네 번째인 ‘양극화 콘텐츠 인식’은 선거 관련 허위조작정보가 이용자에게 양극화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을 인식하는 수업이다. 이 주제에서는 ‘절대적인 사고방식은 양극화를 강화한다’, ‘양극화는 우리의 신념에 동조하거나 공격해서 우리가 더 극단적으로 생각하게 한다’, ‘정치 집단, 광고주, 기술 플랫폼은 양극화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을 핵심 개념으로 가르친다. 플랫폼의 필터링된 정보만을 접하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평소 신념에 맞는 정보만을 접하면서 필터버블(filter-bubble)에 갇히게 되고, 이로 인해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지는 것을 인지하면서 정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을 기르게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습의 마무리 단계는 ‘선거 허위정보 조사’로 선거 관련 정보를 검증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배우고, 허위조작정보에 대응하는 능동적인 시민 참여 방식을 연습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학습해야 할 핵심 개념은 ‘특정 정보에는 단 하나의 가장 좋은 출처가 있을 수 있다’, ‘선거 관련 정보에서 최선의 출처는 선거 관련 공식 기관이다’이다. 수업에서는 학생들에게 우선 내일의 날씨, 실시간 버스 도착 정보, 맥도날드의 빅맥 가격 등 생활과 관련있는 정보를 찾게 한다. 이 정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의 가장 정확한 출처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선거에 관한 전형적인 허위조작정보들을 구분하고, 각각에 적합한 대응 방법을 토론한다.

이 수업 키트는 교사용 수업계획서와 지도안, 학생용 활동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단계와 주제별로 상세한 설명과 배경지식, 적정 시간까지 포함하고 있어 교사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학교 수업에 많이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학생부터 성인까지 올바른 선거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자체적인 교육 자료를 제작해 유권자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힘쓰고 있다.
미래 유권자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
|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정보의 민주화를 촉진했지만, 그와 동시에 허위조작정보가 무작위로 퍼져나가게 하는 고속도로가 되기도 했다. 특히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을 사용한 딥페이크 콘텐츠는 쉽고 그럴듯하게 다양한 허위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어 정치 및 선거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악용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준비하는 속도는 매우 더디다.

국내에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유권자들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부터 선거권 연령이 하향되고 만 18세 이상인 고등학생도 투표권을 갖게 되면서 청소년 선거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에 발맞춰 새내기 유권자들을 위한 안내 자료와 수업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강의 영상들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자료들은 대부분 일방향적으로 원론적인 정보 전달에 그치고 있어 유권자들이 일상에서 정치 정보를 접할 때 실제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교육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미디어교육 전문 기관과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올바른 선택에는 올바른 정보가 필요하다. 정보에 대한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고 올바른 정보를 판별하는 눈은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출발하며,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미디어교육에 있다. 갈수록 진화하면서 정보 생태계를 교란하고 민주주의에 위협을 가하는 허위조작정보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열쇠로서 유권자를 위한 미디어교육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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