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15. 10:00ㆍ웹진<미디어리터러시>
ㅣ배인환(코넬대학교 박사과정)ㅣ
지난 5월 30일 서울대학교 SSK 디지털 소통과
지속가능성 연구단(이하 서울대 SSK 연구단)이
연세대학교 바른ICT 연구소(이하 연세대 바른ICT 연구소)와 함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과
정신건강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본 행사에는 국내외 저명 학자들이 참여해
다양한 디지털 소통 방식과 정신건강 문제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요 내용을 요약·소개한다.
디지털 미디어의 빠른 발전과 변화 속에서 사람 중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하고자, 지난 5월 국내외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대 SSK 연구단과 연세대 바른ICT 연구소는 공동으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과 정신건강’을 주제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디지털 미디어 과의존, 온라인 유해 콘텐츠, 허위·조작 정보 등 디지털 환경에서의 사회적 문제를 공유하고, 기술이 사회적 연대, 심리적 건강, 공공의 이익 증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최신 연구 성과와 다학제적 접근을 바탕으로, 디지털 미디어의 긍정적 활용을 위한 방안들이 제시되며 건전한 이용 환경 조성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미디어 이용이 자아 정체성과 심리에 미치는 영향
오전 세션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국내 연구자들이 발표를 통해 각자의 시각에서 논의를 이어갔다. 특히, 미디어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다양한 증거들이 제시되었으며, 이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반이 되었다.
첫 번째 발표자인 강정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우울감과 소셜미디어 이용 간의 관계를 복합적으로 조망하였다. 발표는 서울대 SSK 연구단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총 10회에 걸쳐 수행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과 안녕감’ 패널 조사 분석 결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조사에 따르면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들 가운데 팬데믹 기간 우울감을 경험한 이들은 이후 소셜미디어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반대로 자아존중감이 낮은 사람들은 소셜미디어 이용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디지털 미디어 이용에 대한 일반적인 우려와는 달리, 소셜미디어가 심리적 회복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결과이다. 오늘날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심리적 회복을 위한 바람직한 미디어 활용 방식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연구의 결과는 개인의 안녕감을 고려하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방향을 새롭게 모색하게 하며, 나아가 어떤 미디어 이용 양상이 심리적 회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탐색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차지욱 서울대학교 교수는 청소년의 행동 문제를 스크린 사용과 연관 지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스크린 사용이 행동 문제에 미치는 영향이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미디어 이용의 효과를 보다 정교하고 개별화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한 김현석 서울대학교 교수와 장정우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메타버스와 같은 최신 디지털 플랫폼이 개인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메타버스상 아바타를 많이 커스터마이징할수록 정체성 혼란과 자아존중감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결과를 공유했다. 반대로, 장 교수는 메타버스상 아바타와 실제 나의 정체성이 일치할수록 자아존중감과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결과는 같은 디지털 미디어일지라도 어떻게 미디어를 이용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노환호 연세대 바른ICT 연구소 박사는 인간 중심 디지털 미래를 강조하며 현재 디지털 환경에서의 사회 문제를 지적했다. 온라인상 악성 댓글 문제, 디지털 과의존,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에 잠재된 문제들이 폭넓게 논의되었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눈에 띄었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더불어 미디어 리터러시가 이용의 측면뿐 아니라,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와 비판적 판단까지 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주장했다.
인공지능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논의와 메타버스 이용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디지털 미디어의 다원화와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의 영역이 확장돼야 함을 시사한다. 무분별한 인공지능 활용과 인공지능 생성 정보에 대한 의존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현실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발전 방향을 재고하게 한다. 특히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어떻게 측정하고 효과적으로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메타버스의 이용 방식과 목적에 따라 심리적 안녕감에 미치는 영향이 상이하다는 연구 결과는,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메타버스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오전 세션 발표는 최신 디지털 미디어 이용 동향에 따라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적 범위를 전통적 미디어를 넘어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등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확장해야 함을 시사한다.

미디어 이용의 긍정적 가능성 적극 수용해야
오후 세션에는 해외 연사들의 강연이 이어졌다. 네 명의 연사들은 공통적으로 팽배한 디지털 미디어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담론을 극복하고 적합한 미디어 이용이 미칠 수 있는 긍정적 영향을 개인적, 그리고 사회적 측면에서 조망했다.
로빈 나비(Robin Nabi)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는 ‘미디어 다이어트(Media Diet)’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소개하며, 건강한 디지털 환경 조성을 위한 새로운 접근을 제시했다. 나비 교수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미디어 콘텐츠의 유형과 양이 개인의 정서적·심리적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제는 ‘건강한 미디어 다이어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가 식습관에서 영양성분을 신중하게 고려하면서도 종종 젤리나 초콜릿 같은 건강에 좋지 않은 간식을 갈등 속에서 소비하고, 결국 다시 균형 잡힌 식사를 추구하듯이, 미디어 소비에 있어서도 콘텐츠의 ‘성분’을 이해하고 습관을 형성하며 일상에서 끊임없이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비유했다. 이 비유는 미디어 소비에 대한 건강한 인식을 촉진하는 데 있어 매우 설득력 있는 방식이다. 나비 교수는 이러한 전환이 단순히 개인의 선택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콘텐츠의 구성, 사회적 가치, 개인의 행동을 유도하는 환경적 구조 전반의 변화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그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방향의 전환을 제안한다: (1)소비 가능한 콘텐츠의 변화, (2)사회적 가치의 변화, (3)개인의 선택 변화, 그리고 (4)긍정적 행동을 유도하는 넛지 전략의 활용이다.
이를 위한 미디어 처방(Media prescription) 개념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미디어 처방은 적절한 미디어 이용을 통해 안녕감을 증진시키는 방안이다. 아프면 약을 처방받듯, 정신적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미디어를 처방받는다는 개념이다. 나비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 이용의 위험과 부정적 효과를 강조하기보다 긍정적 영향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또한 고양감을 일으키는 비디오를 시청했을 때 사람들은 희망감을 느끼고 그 결과 안녕감에 긍정적 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종단 연구로 보여줬는데, 해당 결과는 긍정심리학 관점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바라보고, 건강한 미디어 이용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 발표에서는 사회적 연결에 대해 논의한다. 메리 베스 올리버(Mary Beth Oliver)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 교수는 경외감(Awe)의 개념을 빌려 미디어 이용이 사회적 공감과 연결을 가져올 수 있음을 설명했다. 올리버 교수는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동시성 (Synchronization)을 가진 미디어를 봤을 때 사람들이 경외감을 느끼고, 결과적으로 친사회적 성향이 강화될 수 있음을 연구 결과로 보였다. 이를 통해 적절한 미디어 이용은 사람들 간의 연결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이와 같은 연결성이 되려 프로파간다나 군중 심리 등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기도 했다.
이어 네이선 월터(Nathan Walter) 노스웨스턴대학교 교수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정보 소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공유했다. 동기 기반 추론(motivated reasoning), 망각,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 등을 중심 개념으로 허위정보와 그 교정 방안을 고찰하였다. 그는 사람들이 정확성을 추구하기보다 자신의 이념·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나 부정적 정보에 더욱 주목함으로써 비합리적으로 허위정보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했다. 나아가 이러한 편향들이 인류 생존에 기여해 왔다는 역설적 사실을 강조하며, 단순한 뉴스 미디어 리터러시를 넘어 인간 중심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나탈리 바자로바(Natalie N. Bazarova) 코넬대학교 교수는 디지털 사회의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소셜미디어 속 위험을 논의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 나아가 소셜미디어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도 논의됐다. 바자로바 교수는 특히 개인과 공동체의 관점에서 안녕감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복합적으로 발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악성 댓글과 허위정보와 같은 소셜미디어상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가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개인적, 공동체적 노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건강한 소셜미디어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이 중요함을 되새겼다.
네 명의 연사들은 공통적으로 건강하고 올바른 미디어 이용이 개인적·사회적 차원에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특히 나비 교수와 올리버 교수의 강연은 이를 개인의 건강한 미디어 리터러시와 연결할 때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다. 나비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양감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을 단 한 번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장기적으로 안녕감이 증진될 수 있으며, 이는 미디어 이용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인식을 전환시키는 근거가 된다.

올리버 교수 또한 동시성을 촉발하는 미디어 이용이 사회적 소속감을 강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단순한 미디어 노출만으로도 개인에게 친사회적 효과를 도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나비 교수가 미디어 이용 전반을 부정적으로 일반화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처럼, 현대 사회에서는 미디어 이용의 긍정적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은 자신에게 필요한 적절한 미디어를 처방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정서적 안녕감을 고양시키는 것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해, 오후 세션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이 다시금 강조됐다는 점을 돌이켜볼만 하다. 월터 교수와 바자로바 교수는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었으나, 공통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월터 교수는 뉴스 미디어 리터러시에 국한되지 않는, 인간 중심의 리터러시를 확립하고 이를 교육할 필요성을 역설하였으며, 바자로바 교수는 지속 가능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 조성과 건강한 공동체의 자율적 형성을 위해 리터러시 교육이 지속돼야 함을 강조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변화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 속에서 미디어의 긍정적 영향과 이를 촉진하기 위한 방향성을 개인, 공동체, 사회 차원에서 다각도로 논의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국내외 학자들은 건강한 미디어 이용과 지속가능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대한 다양한 연구적 관점을 공유했으며, 다학제적 제언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의 확장 가능성과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의 장이 됐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향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및 연구의 진전이 더욱 기대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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