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는 시민을 기르는 교육 시민다운 교육자로부터 시작돼야

2025. 10. 8. 10:00웹진<미디어리터러시>

ㅣ구미숙(미디어강사&한림대학교 AI·미디어교육 전공)ㅣ

 

지난 5월 한국언론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렸다.
다양한 세션이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미디어 다양성·리터러시 특별위원회가 라운드테이블을 주최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관련된 유의미한 담론을 나눴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의 주요 논의 내용을 소개한다.

 

 

디지털 플랫폼과 알고리즘 기반 정보 소비가 일상이 된 오늘날, 우리는 미디어를 단순히 ‘읽는’ 차원을 넘어 비판하고 해석하는 역량을 새롭게 길러야 하는 시대에 놓여 있다. 정보의 진위 판단, 표현 윤리, 데이터 감수성 등 미디어 리터러시는 이제 필수적인 교육 과제로 자리 잡았지만, 아직도 핵심 개념 선정, 교수자 역량 기준, 실천적 교수 전략에 대한 공론화는 미흡하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미디어 다양성·리터러시 특별위원회’ 라운드테이블 토론은, 실천가와 연구자가 함께 교육자의 전문성과 교육의 방향을 성찰한 자리였다. 그 논의를 바탕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로 하는 교수자의 역량과 그것이 형성되는 조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미디어교육사의 역량

지난 5월 17일 토요일,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개최된 한국언론학회 2025년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서는 다양한 세션이 진행되었다. 그중 미디어 다양성·리터러시 특별위원회가 주최한 라운드테이블 토론의 주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교수자 역량 강화: 과제와 실천’이었다.

 

김경희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교수(미디어 다양성·리터러시 특별위원회 위원장)에 따르면, 이번 토론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수자의 정체성과 역할을 재점검하고,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함께 고민해 보는 자리로 기획됐다.

 
1. 이지선 교수(서원대학교) :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교과별 미디어교육 내용에 대한 소개와 평가
2. 장은주 교사(성사중학교) :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고려할 때 미디어교육사 대상 교육 내용과 실천 방안
3. 구미숙 미디어강사(한림대학교 AI·미디어교육 전공) : 현재 미디어교육사 교육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4. 진민정 책임연구위원(한국언론진홍재단) : 프랑스의 미디어·정보 교육. 교인 양성 체계 및 교육 프로그램 사례
5. 진소연 교수(서강대학교) : 학습자의 관점에서 다양성을 반영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커리큘럼 설계
6. 이신행 교수(중앙대학교) :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혐오 표현 교육의 필요성과 실천 방안
7. 정사강 교수(이화여자대학교) :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미디어 재현 교육의 필요성과 실천 방안

 

이날 라운드테이블은 이숙정 중앙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총 7인의 토론자와 함께 미디어 다양성·리터러시 특별위원회 정일권 광운대학교 교수도 참여했다. 각 발표는 미디어교육사의 전문성, 교육과정의 변화, 실천적 리터러시 교육의 방향성 등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며, 다음과 같은 주제로 이어졌다.

 

가장 먼저 주목할 만한 토론은 이지선 서원대학교 교수의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교과별 미디어교육 내용’이었다. 이번 교육과정은 미디어 리터러시를 전 교과에 걸쳐 핵심 역량 요소로 반영했다는 점에서, 교육의 구조와 방향성에 중요한 전환점을 예고한다.

 

예를 들어 과학 교과에서는 “[10통과1-01-04] 자연 현상의 디지털 분석과 정보통신 기술의 사회적 영향 이해”라는 성취 기준 아래, 빅데이터를 활용한 지질 탐구와 디지털 기술을 연계한 수업 설계가 가능함을 사례로 제시했다. 이처럼 교과 구조 안에서 미디어 리터러시가 실제 수업 언어로 정착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다만 이지선 교수는, 혐오 표현이나 미디어 재현과 같은 주제가 학생들이 실제 미디어 환경에서 직면하는 핵심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성취 기준 중심의 간결한 교육과정 체계 안에서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못하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따라서 이러한 주제들이 교육과정 상세화 단계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구현돼야 하며, 관련 논의 역시 교육학계 내부에 머무르기보다 언론과 미디어 학회를 중심으로 보다 넓은 공론의 장에서 확산돼야 함을

강조했다.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수업

장은주 성사중학교 교사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깊이 있는 개념적 이해’와 ‘핵심 역량 중심 수업’의 기조는, 오늘날 학교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 교수·학습 방법론을 한층 구체화한 결과라고 보았다. 이에 따라, 미디어교육사 또한 단순히 개념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그 개념이 실제 수업 속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기획·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이러한 전문성 확보를 위해, 일정 수준의 교육과정 이수를 자격 요건에 포함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도 제안했다. 미디어교육사가 학생들에게 살아 있는 수업을 제공함으로써, 학습자 스스로가 자신과 사회를 성찰하고, 더 나은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는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교육적 전문성의 요청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진소연 서강대학교 교수의 발표를 통해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진 교수는 대학생 5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학습자 스스로가 어떤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필요하다고 느끼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조사 결과, 학생들은 단순한 정보 이용 능력보다는 정보의 출처와 신뢰성을 판단하고, 플랫폼 알고리즘의 구조를 이해하며, 그 결과를 사회적 해석과 실천으로 연결 짓는 능력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응답했다. 더불어 AI가 만든 콘텐츠를 구별하거나, 검색어를 효과적으로 설정해 정보를 탐색하는 능력, 그리고 콘텐츠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견을 구성해 공적 토론에 참여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미디어교육사가 단순히 개념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습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그 개념이 수업 속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역량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결국 미디어교육사에게 요구되는 전문성은 단순히 미디어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디어 자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학생들이 사회 속에서 비판적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끄는 윤리적 감수성, 그리고 이를 실제 수업 안에서 설계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교육적 기획 능력까지 고루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선 교수의 교과 분석은 미디어 개념을 교육과정 전반에 구조화할 수 있는 능력을, 장은주 교사의 발표는 개념을 실제 수업에서 작동시키는 실천 역량을, 진소연 교수의 설문 분석은 학습자의 현실 요구에 기반한 수업 설계 방향성을 각각 제시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역량이 오늘날 미디어교육사의 핵심 축임은 분명해 보인다.

 

산업과 교육의 바람직한 연계: 끌레미(CLEMI)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미디어교육사가 직면하는 여러 벽이 존재한다. 청소년, 성인, 노인, 특수 대상 등 다양한 학습자 집단의 특성과 요구에 맞춘 교육 설계, 영상·뉴스·AI 등 미디어 유형별, 혐오 표현·재현·알고리즘 등 이슈별로 세분된 교육 콘텐츠 구성 역량은 여전히 부족하다. 미디어 환경은 빠르게 변하지만, 새로운 기술과 이슈를 반영한 교육 내용과 실천 중심 교수법이 연수 과정에 제때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주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미디어교육사들이 각자의 수업 경험을 공유하고 함께 연구하며 성장할 수 있는 ‘강사 네트워크’ 기반이 아직 취약하다는 점이다. 개별 강사의 역량이 일회성 수업이나 단기 연수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연수 프로그램의 고도화, 대상 맞춤형 전략 개발, 지역별·주제별 강사 협업 체계 구축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단순한 프로그램 개선을 넘어, 미디어교육사의 실천 역량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생태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일 것이다.

 

프랑스의 미디어교육 전담 기구 끌레미(CLEMI_미디어교육 전담 기구)는 우리에게 롤모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진민정 책임연구위원(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프랑스의 미디어·정보 교육 - 교원 양성 체계 및 교육 프로그램 사례’에 따르면, 프랑스는 별도의 ‘미디어교육사’ 자격 제도를 운영하진 않지만, 정규교사 - 특히 사서 교사(Documentaliste) - 들이 끌레미(CLEMI)의 전문 연수 과정을 이수한 뒤 학교 현장에서 미디어교육을 주도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끌레미(CLEMI) 코디네이터는 전직 기자나 교육자 출신이 많아, 실제 미디어 산업과 교육 현장을 모두 경험한 전문가로서 교육 내용의 실천성과 현장 연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프랑스의 사례는 우리의 미디어교육사 양성과 지원 체계에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전문적인 강사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설계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미디어교육사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연수 프로그램과 자격 관리, 그리고 정부·교육기관의 지속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둘째,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실행 가능한 수업과 활동을 중심으로 연수가 설계돼야 한다. 실천 가능한 구성은 연수 내용을 현장에 효과적으로 전이시키는 데 핵심적인 요소다. 셋째, 연수 이후에도 개별 강사가 고립되지 않고 경험과 자원을 지속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강사 네트워크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은 미디어교육사의 전문성을 단발적 연수에 한정 짓지 않고, 현장 실천과 연결된 순환형 역량 구조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끌레미 모델은 이러한 구조를 제도화하고 있는 사례로써, 실천 역량 강화와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유의미한 참고점이 될 수 있다.

 

첫 번째 발제로, 이지선 서원대학교 교수(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준비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교과별 미디어교육 내용에 대한 소개와 평가’가 발표됐고, 이후 이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진행됐다. (출처: 한국언론학회)
먼저 깨어 있고 실천하는 시민 돼야

 

최근 우리는 정치·사회적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미디어 속 혐오 표현과 재현이 여론을 분열시키고, 특정 집단을 배제하거나 조롱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사례들을 반복적으로 마주하고 있다. 이는 단지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이 미디어를 어떻게 비판적으로 해석·대응하는가의 문제이며, 곧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다뤄야 할 시급하고도 본질적인 과제를 다시금 환기시킨다.

 

이신행 중앙대학교 교수는 ‘혐오 표현 교육의 필요성과 실천방안’ 토론에서, 혐오 표현이 단순히 불쾌한 언사가 아니라 특정 집단의 존재를 배제하는 구조적 폭력이라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혐오 표현 리터러시는 ‘비시민성’과 ‘불관용’의 표현을 구분할 수 있는 감수성에서 출발해야 하며, 학생들이 단순히 혐오를 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별적 언어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민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사강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역시 ‘미디어 재현 교육의 필요성과 실천 방안’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정 교수는 미디어 재현이 현실을 단순히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선택하고 구성하며, 사회적 시선을 통해 권력을 재생산하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어떤 존재가 어떻게 묘사되는지는 곧 그 존재가 사회 안에서 어떤 자리를 허락받는가와 직결되며, 이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 역량이라 할 수 있다.

 

한국언론학회 미디어 다양성·리터러시 특별위원회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교수자 역량 강화: 과제와 실천’을 주제로 연 라운드테이블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한국언론학회)

두 교수의 논의는, 미디어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고 말하느냐에 따라, 특정 집단이 사회 안에서 인정받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여부가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교수자 역량 강화: 과제와 실천’에서 강조하는 바와 같이, 오늘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더 이상 학교 교과 속에 머무는 지식 교육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범위는 학교를 넘어 사회로, 이론을 넘어 실천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단지 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기술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태도와 책임을 기르는 시민 교육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그 교육을 이끄는 미디어교육사는 먼저 깨어 있는 시민, 실천하는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시민을 기르는 교육은, 시민다운 교육자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향후 과제로는, 미디어교육사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현장에서 실천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정책적 지원과 운영 개선이 필요하다. 교수자 연수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지역 간 교육 기회의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는 협력 모델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또한 학회와 현장 간 연계 연구를 강화하여, 수업 설계와 평가, 교육 효과성에 대한 실증 연구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실천적 기반은, 미디어 리터러시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시민사회 전반의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1) 미디어에 대한 이론적·실천적 지식을 바탕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기획·실행·분석·평가 등 전 과정을 수행하는 교육 전문가를 말하며, 미디어강사 또한 그 범주에 포함된다.

2) 이지선·김아미·변경가·양소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요소 분석 및 체계화》, 한국언론진흥재단, 2023 ※ 자료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통계자료실에서 검색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