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계의 항해를 돕는 나침반

2025. 10. 22. 10:00웹진<미디어리터러시>

루이 드묄레나에르(Louis Demeulenaere, 미디어웨스 프로젝트 담당자) / 번역 권진희

 

정보 과잉과 알고리즘, 그리고 정치적 불확실성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지난 6월 17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팀 해외연수단은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의 미디어 리터러시 전문 기관 미디어웨스(Mediawijs)를 방문해
교육 코디네이터 앤디 드묄레나에르(Andy Demeulenaere)와
프로젝트 담당자 루이 드묄레나에르(Louis Demeulenaere)를 만났다.
두 사람은 미디어웨스의 사명과 미디어교육 철학,
그리고 청소년을 위한 정치 교육 도구 ‘EDUbox Politics’의
개발 배경과 활용 사례를 공유했다.
미디어웨스의 사명과 역할

미디어웨스(Mediawijs)는 플랑드르 미디어부 장관 주도로 설립된 비영리 기관으로, IMEC 산하에 위치한 플랑드르 디지털 및 미디어 리터러시 지식 센터(Flemish Knowledge Centre for Digital and Media Literacy)다. 이 기관은 플랑드르 지역 및 브뤼셀 시민들이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를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네트워크 구축, 교육 및 실무 도구 제공, 교육 커리큘럼 개발 등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를 생활 속에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캠페인을 통해 인식을 제고하고 기술·사회 동향과 트렌드를 민감하게 파악해 플랑드르 지역뿐 아니라 벨기에, 더 나아가 유럽 차원의 정책 수립에도 기여하고 있다.

 

주요 활동으로는 뉴스 리터러시 교육 ‘Nieuws in de Klas(교실 속 뉴스)’와 디지털 포용 및 허위정도 대응 프로젝트(‘BENEDMO’, ‘Betternet’, ‘Facts4All’, ‘VISAVIS’, ‘TeaMLit’, ‘Migrant Liter@cies’ 등)가 있으며 다양한 국제·지역 프로젝트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또한 교육·청소년, 허위정보, 디지털 포용, 개인정보 보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20여 명이 소속되어 있으며, 이들은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를 대중에게 쉽고 친숙하게 전달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모듈형 교육 콘셉트 ‘EDUbox’로 학습중인 학생의 모습 (출처:  https://mediaand-learning.eu/project/edumake/)

 

EDUbox Politics: 교실에서 민주주의를 체험하다

EDUbox Politics는 플랑드르 지역 중학교에서 널리 사용되는 교육 도구로, 청소년들이 정치를 보다 실감나게 학습하고 참여의 의미를 고민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 교구는 학생들이 직접 학교 행사(‘파티’)를 조직하는 시뮬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이어 캠페인 기획과 정치적 이념 구성, 메시지 수립, 정당 협상, 예산 배분, 우선순위 결정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정치 시스템의 핵심 요소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EDUbox Politics는 다음 세 가지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첫째, ‘정치적 비전’을 통해 자신의 관점과 가치를 탐색하고, 둘째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메시지 전략을 고민하며, 셋째 ‘정치 시스템’을 통해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를 이해한다. 각 과정은 ‘합의로 가는 길(Road to Consensus)’이라는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이어지며, 학생들은 실제 연정 구성 과정을 체험하고 타협과 협업의 중요성을 체득한다. 마지막에는 투표 외에도 다양한 정치 참여 방식을 배우며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재조명하게 된다.

 

교사들은 EDUbox의 구조적 유연성과 실용성을 높이 평가한다. 영상, 실습 과제, 토론 가이드, 예시 자료 등 다양한 학습 요소가 포함돼 있으며, 수업 목표와 맥락에 따라 재구성이 가능하다. 개별 학습은 물론 그룹 활동과 교실 토론에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어, 수업 방식의 확장성을 높여준다. EDUbox Politics 외에도 설득(Persuasion), 이념(Ideology) 등 다양한 하위 주제를 다룬 EDUbox 시리즈가 개발되어 교사의 선택 폭을 넓힌다.

 

학생들 역시 이 프로그램에 높은 몰입도를 보였다. 정치는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주제지만, EDUbox는 이를 현실과 연결해 흥미롭게 풀어낸다. 학습자들은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서, 사회와 나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고 더 나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EDUbox는 단순히 정치를 설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사고하고 참여하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팀 해외연수 참가 교원들과 함께 (출처: 필자 제공)

 

정치를 가깝게, 세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와 시민의식

EDUbox Politics는 단지 정치 교구에 머무르지 않는다. 정보가 넘쳐나는 디지털 환경에서, 정치와 시민성, 그리고 미디어 리터러시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학습 도구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온라인 정치 정보에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다양한 사회적 관점을 이해하며,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도록 설계되었다.

 

미디어웨스는 이처럼 ‘단편적 정보 구별’을 넘어 ‘사회적 참여를 위한 리터러시’ 개념을 제시한다. EDUbox Politics는 모든 정답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학생들이 더 나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사고하며, 공동체와의 관계 속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법’을 배우도록 안내한다. 바로 이 점에서 EDUbox Politics는 오늘날 시민 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의 접점을 가장 설득력 있게 구현한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EDUbox Politics 사례를 공유한 자리에서, 참가 교원들 또한 이 프로그램이 한국 교육 현장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시민성 함양이 긴밀히 연결돼야 한다는 점에서 EDUbox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EDUbox Politics를 개발한 미디어웨스 담당자들 역시 “가장 최근의 EDUbox를 소개할 수 있어 의미 있는 기회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EDUbox Politics는 현재 영어 버전으로도 공개되어 있어 누구나 접근 가능하며, 벨기에의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모색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

▶ EDUbox Politics 영어 자료 보기: https://www.vrt.be/nl/edubox/catalogus#politics

 

 

옮긴이: 권진희

영어·프랑스어 번역가. 옮긴 책으로 《1년 안에 부자 되는 법》, 《하루의 기적》, 《이유 없는 병은 없다》, 《소설이 하는 일》, 《포토 그라픽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