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2. 12. 10:00ㆍ웹진<미디어리터러시>

ㅣ 이혜선(국립암센터 암검진사업부 박사후연구원) ㅣ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는 지난 9월 26일 ‘불안세대와 미디어 리터러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어린이·청소년의 스마트폰·SNS 과의존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학부모와 교사, 정책 관계자를 비롯해 관련 분야의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해
현장에서 마주한 어려움과 개선 방향을 공유하며 건강한 미디어 환경 조성을 위한
깊이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본 글에서는 이날 논의된 핵심 내용을 정리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스마트폰 이용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 있다. 이들은 어린이 또는 청소년이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과의존 또는 중독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인터넷에 범람하는 유해 콘텐츠들이 어린이나 청소년의 신체·정신 건강을 위협하지는 않을지 염려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선은 2025년 8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과도 맞닿아 있다. 이 개정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학생이 스마트 기기를 적정시간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교육 시책을 수립·실시’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으며, 스마트폰을 포함한 스마트 기기 사용의 원칙적인 금지를 포함한다. 해당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2026학년도 1학기부터 교육 목적, 긴급 상황, 특수 교육 대상자에게 필요한 경우 등 예외를 제외하고는 초·중·고교 수업 중 디지털 기기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에 당사자의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다. 어린이·청소년의 디지털 기기 사용은 해당 주체인 어린이·청소년뿐 아니라 학부모, 교사, 입법, 정책 등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인데, 이 문제를 두고 각 영역 당사자들의 의견은 찾아보기 어렵다. 예를 들면, 자신들의 스마트폰 이용을 어른들이 결정하고 제한하는 규제 방식을 당사자인 어린이·청소년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어린이·청소년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는 학부모나 교사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디지털 기기 사용의 원칙적인 금지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어린이·청소년의 건강한 스마트폰 이용을 위하여, 입법 또는 정책 측면에서 조금 더 깊게 고민해 보아야 할 영역은 없을까? 이러한 논의는 당사자인 어린이·청소년뿐만 아니라 양육자, 교사, 입법 및 정책 담당자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각자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아야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는 지난 9월 26일 ‘불안세대와 미디어 리터러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자체 연구사업인 ‘불안세대와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의 연장선으로 진행되었다. 해당 연구는 어린이·청소년의 스마트폰 이용 경험과 인식을 당사자의 이야기 중심으로 살펴보고 또 이해하기 위해, ① 어린이·청소년 30명 대상 초점집단 인터뷰, ② 어린이·청소년 1,500명 대상 설문조사, ③ 학부모 921명 대상 설문조사를 각각 실시했다. 따라서 지난 9월 26일에 열린 ‘불안세대와 미디어 리터러시’ 세미나는 연구의 주요 결과를 공개하는 자리임과 동시에, 포럼에 참여한 전문가와 입법·교육·정책 분야 전문가들까지 함께 모여 어린이·청소년의 건강한 스마트폰 이용을 지원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깊이 있게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어린이·청소년의 실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니
세미나에서는 먼저 ‘불안세대와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진이 주요 결과를 간략히 발표하였다. 초점집단 인터뷰 결과, 어린이·청소년들은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나 기능의 제한을 이미 경험한 적이 있으며, 조절 방법을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스트레스 또는 죄책감을 경험한다고 답했다. 청소년 설문조사에서는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지키는 것’이 스마트폰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답변 비율이 가장 높았고(65.1%), ‘학교에서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답변은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다(10.1%). 학부모 설문조사 역시, 학교에서의 이용 금지(71.1%)를 지지한다는 답변 비율은 ‘미디어·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의무화(90.7%)’ 대비 낮은 수준이었다.

연구 결과 발표 이후, 경인교육대학교 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장 정현선 교수는 <보호주의를 넘어: 아동 권리와 주도성 관점의 디지털 페어런팅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방향>을 소개하였다. 정현선 교수는 기존의 보호주의 담론, 즉 어린이·청소년의 미디어 이용을 약물 또는 알코올 등에 비유하며 중독이나 과의존을 우려하는 관점이 당사자인 어린이·청소년뿐만 아니라 그 부모에게까지 죄책감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스마트 기기 사용 시간 또는 앱을 일방적으로 제한하고 감시하는 방식은 불필요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동반자’의 관점에서 어린이·청소년의 미디어 이용을 호기심을 갖고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발표 이후에는 ‘어린이·청소년의 건강한 미디어 이용을 위한 대응 전략 모색’을 주제로 종합 토론이 진행되었다. 이 토론은 이전 발표를 바탕으로 교육 현장, 입법, 정책에서의 구체적인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였으며, △국회입법조사처 김여라 입법조사관, △부천옥길산들초등학교 박소현 교사, △정치하는엄마들 백운희 활동가, △김준혁의원실 최원석 선임비서관이 참석하였다. 먼저 김여라 조사관은 “어린이·청소년이 알고리즘 제한이나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와 같은 통제적 제한에는 반대하면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규제할 수 있는 다채로운 방식의 교육 및 지침이 필요하다고 인식한다는 점이 중요한 결과”라며, “어린이·청소년의 미디어 이용은 플랫폼 등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 외에 사회안전망을 제공해야 하는 정부의 책임도 적용되는 영역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방송법, 신문법,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디지털 기반의 원격교육 활성화 기본법, 초·중등교육법, 디지털포용법 등 다양한 법안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또는 디지털 역량을 언급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효과가 드러나는 사례는 찾기 어려운 것 같다”며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는 각각의 법안을 효율적으로 일관성 있게 이행할 수 있는 근거 법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미디어교육 또는 미디어 리터러시는 어린이·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필요한 영역인데,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스스로 파악하고 필요한 교육을 찾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며, 정부 부처를 포함한 부모, 학교, 기업, 언론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역할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고도 이야기했다.

박소현 교사는 “이미 학원으로 인해 자녀와의 갈등이 시작된 상황에서 스마트폰까지 관리하는 건 부모님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나 앱을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부모님들도 느끼시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의 어린이·청소년은 학교 과제 포함 대부분의 활동을 디지털 기기로 참여하기 때문에,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교육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린이·청소년 스스로 죄책감을 경험하게 만드는 상황은 교육적으로도 부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어린이·청소년의 건강한 스마트폰 이용을 지원할 수 있는 미디어교육 환경, 예를 들면 교사들이 미디어 리터러시를 온전히 이해하도록 돕는 교육과정이나 한 학년의 모든 학급이 같은 수업에 참여하더라도 이를 소화해낼 수 있는 풍부한 교육 프로그램 및 자원 등이 언급되었다. 박소현 교사는 “지금처럼 모든 콘텐츠가 개별화되어 있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세상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다양한 사람이 토론할 수 있는 대안 공론장은 학교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학교에서 어린이·청소년의 미디어 이용을 두고 폭넓은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백운희 활동가는 “양육자들의 고민을 말씀드리겠다”라고 운을 떼며 토론을 시작했다. 그는 “학교에서 대부분 온라인으로 의사소통하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나 앱을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며, “어른들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어린이·청소년만 사용할 수 없게 규제한다면 어린이·청소년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 침해에 둔감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교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이 어떤 측면에서, 어떤 권리를 침해하며, 이를 조정하기 위해 어떤 규칙이 필요한지 어린이·청소년을 포함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과정을 설계하고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정치와 정책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원석 선임비서관은 소위 ‘스마트폰 금지법’으로도 불리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언급하며, “스마트폰을 무작정 금지하는 것이 마치 ‘클린룸(clean room)’1) 을 만들겠다는 상상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법안을 만들더라도 교육부라든지 또 다른 차원의 노력이 가능할 거라고 보고 있어서 그런 지점들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국회 안에서도 미디어교육 또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법 과정에서 미디어교육이나 미디어 리터러시의 취지 또는 배경을 이해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필요성은 인공지능(AI)을 향한 디지털 역량 논의로도 이어졌다. 최원석 선임비서관은 “2024년 AI 디지털교과서 사례를 보면 대학에서도 아직 교원 양성을 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연수에만 약 5,300억 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등 전폭적이고 강제적으로 이루어진 경향이 있고, 연수 내용 역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유럽에서는 ‘얼마나 많은 단체에서 협력하고 있는지’를 미디어교육의 주요 성과지표로 보기도 한다”라며, 어린이·청소년의 건강한 스마트폰 이용을 지원하기 위하여 다양한 단체들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차단’과 ‘제한’ 넘어 건강한 스마트폰 이용 지원을 위해
이번 세미나는 스마트폰 이용을 ‘차단’하거나 ‘제한’하려는 기존의 논의를 넘어, 어린이·청소년의 디지털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건강한 스마트폰 이용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아이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하게 대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교육의 방향이나 방침을 정할 때 당사자인 어린이·청소년을 포함하여 다양한 사람들과 폭넓게 논의하는 사회적 합의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도 담고 있을 것이다.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위험 요소를 신속히 차단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험 요소에 스스로 대응하고 판단하며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고, 그 여정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토론하고 협의하는지 보여주는 것도 어린이 또는 청소년의 건강한 스마트폰 이용을 위하여 온 마을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하는 ‘교육’의 또 다른 역할 아닐까.
1) 먼지나 세균 등 오염 물질이 거의 없는 청정 공간을 뜻하며, 외부 영향을 완전히 차단하려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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