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놀이와 탐구로 키워보자

2026. 1. 29. 10:00웹진<미디어리터러시>

박유신(서울 삼광초등학교 교사) ㅣ

 

초등 저학년용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자료인

<로니와 함께하는 미디어 탐험대>에서 출발한 <로니스쿨>은

미디어교육을 위한 획기적인 커리큘럼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즐겁고 신나게

미디어 리터러시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은 물론, 선생님들도 즐거운 수업이 가능하도록 긴 고민 끝에 만들어진

<로니스쿨>의 개발 과정을 소개한다.

 

 

“선생님! 얘 별명 미디어 됐어요.”

“왜 그런거야?”

“소통의 중심에 있어요! 하하하”

 

교실에서 <로니스쿨>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깔깔 웃으며 달려와 소식을 전해주었다.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오랫동안 해 왔지만, 아이들 대화에 이런 친근함으로 ‘미디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것을 본 건 처음이다. 학급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로니스쿨>에서 만든 미디어 카드놀이를 하고, <로니스쿨> 시간에 함께 공부한 미디어 이야기를 사회나 국어 시간에 떠올리며 말하기도 한다. 분명 ‘로니’의 힘이다.

 

<로니스쿨>을 이끌어가는 캐릭터 로니의 인기도 뜨겁다. “선생님, 로니는 누구예요?” 부터 “로니는 왜 궁둥이로 걸어다녀요?”같은 엉뚱한 질문까지 있다. 어쨌든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좀 더 재미있게 일상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구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큰 소리로 답변받은 것 같아 <로니스쿨>의 대표 연구자이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자로서 마음이 뿌듯했다.

 

학습자 중심의 능동적 학습을 목적으로

<로니스쿨>의 기획은 ‘더 재미있고,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삶의 기반이 된 시대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그 어느 때보다 수요가 높아졌다. 수많은 교육자가 소셜미디어, 스마트 기기, 메타버스, 인공지능 등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는 구체적인 수업 방법을 고민하고, 어린이들 역시 자신을 둘러싼 미디어 환경 안에서 잘 살아갈 방도를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미디어 리터러시 교수·학습 자료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어린이들이 좀 더 환영받는 느낌을 받으면서 학습의 중심에서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교수·학습 자료는 없을까? 보다 체계적이면서도 선생님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된 교재가 있으면 어떨까?

 

그런 의미에서 <로니스쿨>은 어린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분야에서 여러모로 획기적이면서도 가장 즐겁고 생동감 있는 교구재라고 말할 수 있다. 처음 이 교재는 늘봄학교를 위한 저학년용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자료 <로니와 함께하는 미디어 탐험대>로 출발했다. 때문에 고민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저학년 어린이들이 놀이하듯 자연스럽게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키울 수 있을까?’였다. 그 고민에서 시작해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로니와 함께하는 미디어 탐험대>는 늘봄학교뿐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교육 현장에서 환영받는 인기 교육 프로그램이 되었다.

 

<로니스쿨> 실제 활동 모습 (출처: 필자 제공)

이어서 3~4학년을 위한 <로니스쿨>과 5~6학년을 위한 <로니스쿨> 연구가 시작되었을 때, 연구자들에겐 새로운 고민의 영역이 열렸다. 초등 중·고학년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자료는 활동과 놀이 중심이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중·고학년의 특성에 맞게 학습 수준을 보다 높여야 했다. 무엇보다도 학습자가 중심이 되어 스스로 일상 속 미디어 문제를 조사하고 토의·토론하며 이해해 나가는 능동적 학습 구조가 필요했다. 연구팀은 <로니스쿨>의 기반이 되는 놀이와 활동에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표현, 협력 요소를 더한 다양한 형태의 교수·학습 자료를 구상했다.

 

저학년과 마찬가지로 놀이·활동·교구의 비중을 유지하되, 비판적 분석, 토의·토론과 조사학습, 창의적 표현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 3학년 이상에서는 이미 스마트 기기와 에듀테크 사용이 활발하다는 점을 반영해 학습 과정 곳곳에 기기 활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했다. 5~6학년의 경우 미디어 기술, 문화, 콘텐츠 전반에 더 깊은 이해와 비판적인 분석이 가능해야 했다.

 

<로니스쿨> ‘뉴스의 종류 알아보기’ 수업 (출처: 필자 제공)

 

<로니스쿨>은 어린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분야의 가장 즐겁고 신나는 교재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출처: 필자 제공)

 

내용에 대한 고민과 연구도 계속되었다. 3~4학년은 아직 어리지만 디지털 미디어 이용이 급격히 늘고, 학교에서도 스마트 기기 활용이 본격화되는 시기다. 미디어로 놀 줄은 알지만 활용은 서툰 어린이들에게 기본적인 디지털 미디어의 사용과 안전을 안내하며, 시민의식과 미디어 권리에 대한 관점을 형성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연구진은 미디어 지식·활용·창작 모두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을 고심해 선정했다. 5~6학년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심화된 고학년의 미디어 경험과 관심을 반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초등 고학년은 이미 성인과 유사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공유하는 연령이다. 소셜미디어, 온라인 문화와 윤리에 대한 인식,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책임, 디지털 콘텐츠와 기술에 대한 이해와 비판적인 관점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로니스쿨>의 내용과 구성의 특징

긴 고민 끝에 만들어진 <로니스쿨>을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로니스쿨>은 크게 ‘로니와 함께하는 미디어 여행’, ‘슬기로운 미디어 이용자’, ‘알수록 똑똑해지는 미디어’, ‘우리는 미디어로 놀아요’의 네 주제로 나뉘어 있다. 각각의 주제들은 역량별로 완벽하게 구별되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지식과 이해-비판적 분석과 경험 탐색-슬기로운 이용 방법-미디어 표현과 참여 등으로 자연스럽게 범주화되도록 하였다.

 

3~4학년 <로니스쿨> 커리큘럼 한 눈에 보기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그렇다면, <로니스쿨>의 내용과 구성의 특징은 무엇일까? 먼저, 가장 큰 차별점은 어린이들의 다양한 미디어 경험을 수업으로 끌어들여 학습자들이 디지털 시민의식 아래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어린이들의 미디어 경험 중 게임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3~4학년군의 8단원 ‘안전한 미디어 생활’은 어린이들이 만나는 다양한 미디어 위험 상황을 보드게임 활동으로 풀어본 단원이다. 어린이들은 먼저 미디어 속 위험 상황을 함께 토의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다. 그리고 미디어의 위험과 이에 대한 해결책을 한 쌍의 보드게임 카드로 만든다. ‘잠자는 미디어 위험 상황을 물리쳐라!’라는 제목의 이 보드게임은 카드게임을 통해 스스로 찾은 미디어 위험 상황에서 해결 방안을 찾는 활동이다. ‘미디어 수호자’가 된 어린이들은 게임 과정의 각각의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해결책을 내면화한다. 3~4학년군의 20단원 ‘메타버스와 미디어 놀이터’, 5~6학년군의 3단원 ‘게임, 문제야? 문화야?’ 역시 게임을 ‘미디어 속 어린이 놀이터’라는 관점에서 보면서 어린이들이 스스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구성되었다.

 

지금까지 수업에서 게임을 다루는 방식은 과몰입, 중독, 위험 등의 부정적 키워드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나 <로니스쿨>에서는 보호만으로는 미디어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이는 연구진이 그동안 어린이 대상의 연구와 인터뷰 등에서 얻은 결론이기도 하다. <로니스쿨>의 게임 수업은 어린이들의 게임 문화를 미디어 속 일상생활로 접근하여, 어린이들 스스로 자신들의 게임 문화 지형도를 그려 성찰하고, 메타버스 놀이터를 꾸미며, 자신들이 만나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위험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 단원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은 디지털 시민의식이다.

 

두 번째로, <로니스쿨>은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최신화된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의 비판적 분석과 정보 판별력을 강조하고 있다. 비판적 분석 및 평가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 역량으로 꾸준히 인식돼 왔으며, 미디어가 점점 더 정교하게 삶을 모방하고 다변화될수록 더욱 폭넓은 이해와 안목, 깊이 있는 사고를 요구한다. <로니스쿨>은 거의 모든 단원에서 비판적 관점을 강조하며, 광고, 영화, 뉴스, 보도사진 같은 전통 미디어뿐 아니라 유튜브, 숏폼 영상, 굿즈 문화, 게임, 인공지능 등 다양한 미디어를 포괄적으로 다룬다. 또한 이를 어린이들의 생활 장면 및 제작 활동과 자연스럽게 연결해 비판적 사고가 실제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예를 들어 5~6학년군의 12단원 ‘똑똑한 숏폼 생활’에서 어린이들은 다양한 숏폼 영상을 소개·분석하고, 영상을 평가하며 숏폼 영상 소비와 관련된 자신의 생활 습관을 점검해 보기도 한다. 숏폼 영상에 대해 ‘도파민 분출’ 등 나쁜 점을 기계적으로 열거하기보다는 어린이 스스로 해당 영상을 분석하고, 기획하는 과정에서 특징을 파악하고 소비 방향을 결정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4단원 ‘게임 속 숨은 이야기’, 14단원 ‘매체를 분석해요’ 등의 단원에서는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의 서사 외에도 사회·문화적 의미에 대해 어린이들이 쉽게 풀어갈 수 있도록 접근하고 있으며, 15단원 ‘미디어 속 편견 방탈출!’은 미디어 재현 문제를 다루면서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미디어 속 편견을 인식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세 번째로, <로니스쿨>은 어린이의 미디어 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교구재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4학년군의 6단원 ‘마음을 전하는 이메일’은 어린이들이 정작 이메일이나 로그인 등 기본적인 미디어 활용을 어려워한다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선정되었다. 5~6학년의 18단원 ‘구글 마스터’는 구체적으로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고 협업하는 방법을 다룬다. 3~4학년군의 9단원 ‘우리는 야무진 미디어 소비자’와 5~6학년군의 11단원 ‘스스로 계획하고 조절하는 미디어 소비’는 시장놀이 체험 도구를 통해 어린이들이 미디어 경제생활을 체험하고, 현명한 소비 방법을 찾아가도록 적극적으로 미디어 경제를 다루고 있다. 이미 어린이들은 디지털 경제의 일원이 된 지 오래지만, 정작 국가교육과정 및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는 디지털 미디어 안에서의 올바른 소비생활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는 반성이 주제 선정의 이유가 되었다. 아마도 <로니스쿨>은 어린이의 미디어 경제를 다룬 최초의 교재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미디어 예술과 창작활동은 <로니스쿨>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들의 미디어 생활을 더욱 다채롭고 창의적으로 만드는 것은 미디어 표현과 문화 예술일 것이다. 디지털 시(詩) 콘텐츠를 만드는 미디어 아트 경험, 영상 제작, 북 트레일러, 웹툰, 게임 구성하기 등 어린이들이 다양한 디지털 예술을 경험하고, 창의적으로 표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디지털 예술 교육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진들이 크게 이바지하였다.

 

3~4학년 <로니스쿨> 9단원 교구재인 ‘미디어 메뉴판’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이 좋아한다는 것

<로니스쿨>의 매력과 장점은 그 외에도 많지만, 조금 더 팁을 소개한다면 이 교재의 활용에는 교사의 재량이 아주 많이 허락되고, 또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각각의 단원들은 별개의 활동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교과서처럼 순차적으로 진행하기보다는 교수·학습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재구성하거나 선별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분리한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의 경우, 같은 학년이라도 학년 초와 말의 수준이 다르고, 3~4학년군으로 묶이면 더욱 그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적절히 학급의 상황을 고려·선택하여 재구성할 수 있다.

 

한 단원 안의 활동지 또한 마찬가지로, 모든 활동을 다 하기보다는 적절히 선별하여 재구성하는 교수자의 재량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3~4학년의 1단원 ‘미디어란 무엇일까요?’ 활동은 초등학교 3학년 1학기라면 조사학습을 생략하고 역사 순으로 나열해 보거나 다양한 미디어 카드와 상황을 연결하여 역할극을 하는 방식으로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에 따라 활동을 따로 빼놓았다가 다양한 교과수업과 연결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로니스쿨>의 가장 큰 장점은, 어린이들이 이 교구재를 너무너무 좋아한다는 점이다. 교수·학습자료 첫머리에 등장하는 ‘로니이야기’ 애니메이션 덕택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개발에 애쓰신 모든 분-당근과 채찍을 들고 프로젝트를 끌고 가신 나인선 차장님, 공동연구자 서용리·차은영·김수미 선생님, 그리고 ‘귀염뽀짝’ 하면서도 실용적인 최고의 교재를 만들어주신 놀이나무 팀, 신생아 쌍둥이를 데리고 ‘로니이야기’를 만들어주신 웹툰작가 박새미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하며, <로니스쿨> 수업 준비를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