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잔소리 덕에 신문을 보고 깨달은 것

2012. 2. 15. 09:41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승현아, 신문 읽어라.”
또 시작되는 엄마의 잔소리. 도대체 왜 자꾸 읽으라는 거야.
“네.”




말해놓고 나는 컴퓨터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만 봐도 흥미가 뚝 떨어진다. ○○ 회장이 어떻고, 코스피 지수는 또 뭐고, 국회가 어떻고……. 아빠는 어떻게 저런 재미없는 신문을 아침마다 챙겨보시지? 게다가 엄마는 이제 읽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스크랩까지 하라고 하신다. 신문 볼 시간에 친구랑 온라인 대화나 해야지. 친한 친구랑 대화를 하다보니 30분도 훌쩍 넘었다. 친구가 나가고 나는 미니홈피를 열었다. 오늘은 누가 방명록을 썼을까? 다이어리에 댓글이 달렸을까? 손이 바쁘다. 손이 바쁠수록 재밌다! 이런 재밌는 걸 두고 신문을 읽는다고? 범생이들이라면 그렇겠지. 어, 엄마가 오고 있나? 이거 꺼야하는데…….

“너! 내가 신문 읽으랬지? 지금까지 컴퓨터 한 거야?”
엄마의 무서운 호통소리.
“방금 켰어요. 솔직히 신문을 왜 읽어야 해요? 한 개도 모르겠는데. 지루하고.” 
“신문이 지루하다고? 절대 아니야. 네가 신문을 읽어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하는 말이야. 넌 신문에 어떤 내용이 있다고 생각하니?”
“고리타분한 얘기밖에 더 있나.”
나는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듯 말했다.

“신문에는 니가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정치나 경제 이야기만 있는 게 아냐. 신문 봐봐. 맨 위 오른쪽에 쪽수랑 경제 지표가 적혀 있지? 한 장씩 넘겨봐. 스포츠도 있고 책도 있고 TV편성표도 있지? 그리고 광고도 얼마나 많은데. 한 장씩 넘겨가며 니가 흥미있는 제목을 찾아봐. 엄청 많을 걸? 광고만 봐도 재밌는 내용이 많아. 게다가 만화도 있고.”

“어, 진짜네? 어, 김연아 선수다! 엄마 나 이거 볼래요.”
“거 봐. 그리고 신문은 세상 보는 눈을 넓혀줘. 세계 여러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니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지. 신문을 읽는다고 네가 잃을 건 없어. 신문 읽는 데 투자하는 시간은 아무리 많아도 유익하지. 사설을 읽으면 생각의 폭도 넓어져. 신문은 너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거든. 솔직히 넌 텔레비전 보고 컴퓨터 한다고 늘 바쁘잖아? 가끔씩 그런 데서 벗어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작은 종이를 통해 체험하는 게 중요해. 그리고 스크랩을 하면 기사 내용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면서 글쓰기 실력과 네 생각을 세련되게 다듬을 수 있어.”
“네, 엄마! 읽어 볼게요!”

엄마가 나간 후 다시 회색 종이를 들여다 보았다. 더 이상 고리타분한 내용이 아니였다. 처음 보는 생소한 제목이라도 읽어 보니 새로운 지식을 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주제들 위주로 읽다 보니 경제, 정치 같은 코너도 보게 되었다. 어려웠지만 나도 이런 걸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이 느껴진다. 제일 재미있게 읽은 김연아 선수의 기사를 오렸다. 이제 엄마를 자신있게 부를 수 있다.

“엄마! 나 스크랩 할 거야!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1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모음집>중 장려상 중등부 수상작 천승현 (대건중 3학년)님의 ‘신문 읽기, 지루하지 않아’를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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