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사랑을 나누고, 소통하는 방법

2012. 2. 9. 14:11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얼마 전 한동안 관리하지 못했던 책장을 정리했습니다.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책들이 여기저기 뉘여 있었고, 책상이며 책장 앞에 수북이 쌓여 더 이상 봐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정리된 책들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고, 일부는 도서 나눔 재단으로, 일부는 지인의 손에 안겨졌습니다. 

여느 때와는 달리 이번에 책을 정리할 때에는 ‘책의 소유와 나눔’에 대해 오랜 시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동안 상당량의 책이 쌓였고, 보관이 용이치 않다는 사실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한 권 한 권의 책들에 담긴 사연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그 사연들이란 장정일의 독서일기 제목처럼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에 관한 것들이며, 받은 책들에 대한 추억입니다. 

책을 읽는 일은 지식을 습득하고 이해하는 것임과 동시에 일생의 아주 작은 추억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책이 어떻게 내 손에 오게 되었고 무엇을 위해 그 책을 읽었는지, 책을 읽을 당시의 심정은 어떠했고, 누구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떠올리게 되면 오래도록 책의 내용을 떠올릴 수 있고, 인생의 일부를 보다 명확히 추억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엔 어떻게 하면 책으로 더 많이 소통하고 나누어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책은 왜 함께 읽어야 하는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에 대한 욕심 또한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손때 묻는 것조차 아까워하며 책을 고이 소장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빌려주는 데 인색한 경우가 많습니다. 책이 상할까 염려하는 것은 물론 돌려받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큽니다. 실제로 많은 독서가들이 이러한 이유로 책을 빌려주기를 꺼려합니다. 

이는 비단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닌 듯싶습니다. 책을 주제로 한 선현의 글들을 읽어보면 책을 돌려받지 못한 데 대한 원망과 한탄의 글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요즘과는 달리 일일이 필사해서 책을 보아야했던 시절이기에 오죽했겠습니까.

그러나 책을 빌려 주고 빌려 읽는 행위는 독서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소통의 방법입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자칫 지식을 단순 습득하는 데 그칠 수 있지만, 책을 서로 교환하여 읽게 되면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소통의 과정은 책을 두 번 읽는 효과를 불러일으켜 내용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킬 뿐 아니라 잘못 이해한 부분까지도 바로 잡을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제공합니다. 


간서치 이덕무의 책으로 나눈 우정

책을 통한 소통의 이점은 옛 선인들의 독서 풍경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이덕무인데, 이덕무는 책 읽기를 너무 좋아하여 ‘책만 보는 바보’라는 애칭까지 붙은 조선시대 대표 독서광입니다. 

그가 백탑 아래 동네에 살 때 연암의 소개로 이서구라는 소년이 찾아옵니다. 소년을 만난 이덕무는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어리기도 하여 낯설어 합니다. 그러나 온 세상의 모든 책을 뜻하는 이름(書九)을 가진 소년은 보기와는 달라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소년은 나이에 비해 읽은 책도 많고, 생각이 깊을 뿐 아니라 주장도 명확했습니다. 이덕무가 마음에 두고 있는 책을 이야기하면 맞장구치고, 소년이 맞장구치면 그가 맞장구쳤습니다. 둘은 만나는 날부터 책에 취하고, 이야기에 취하고, 너무나 잘 맞는 서로에 오래도록 취했다고 합니다. 

이후 두 사람은 문턱이 닳도록 서로의 집을 드나들었습니다.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한밤중이라도 서로 빌려 주기를 청하였고, 그 마음을 잘 아는지라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단순히 읽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글자 하나까지 꼼꼼히 들여다보며 적절하게 씌였는지 파고들었습니다. 필사본에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나오면 다른 책들을 찾아보거나 생각하여 잘못된 곳을 바로잡았습니다. 


책으로 소통하자!

이렇게 책을 통한 소통은 책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상대의 안목을 넓히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예나 지금이나 책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이고도 쉬운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필자의 경우 책 관련 동호회 활동을 통해 이러한 계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같은 분야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책을 교환함으로써 책에 관한 외적인 정보, 작가의 경향 등 심층적인 부분까지 알 수 있었고, 이를 확대하여 소모임화 함으로써 세미나를 통해 더 많은 의견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은 학교, 직장 동료들과 책을 돌려 읽는 것입니다. 지인 중 한 분은 책을 읽고 나면 꼭 직원들에게 책을 나누어 줍니다. 같은 내용의 책을 읽고 나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인간적인 관계도 더욱 끈끈해집니다. 


책 나누기는 또다른 소통의 시작

책 나누어 읽기는 소통 이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한 번 읽고 난 후 다시 읽지 않을 책들이 다른 사람에게로 전달되어 새로운 소통을 불러일으킵니다. 책을 돌려 읽자는 운동이 한참 벌어진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입니다.

필자는 책을 자주 선물하는 편입니다. 한번 읽은 책들 중에서 다시 읽지 않을 책들과 상대가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을 선별하여 전해줍니다. 책이 없을 경우에는 새로 구입하여 선물하기도 합니다. 되도록 상대가 처한 환경과 심정적인 부분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기쁠 때는 재미가 되고, 슬플 때는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또한 읽지 않을 책들은 쌓아만 두지 말고 모아두었다가 기증하기를 권합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도서관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취약 계층이나 지역에서 책을 접하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그러한 곳에 전달된 책은 비록 오래되고 낡은 책일지라도 아주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도서관운동이 활성화되고 있어 기증할 만한 곳들이 여럿 있습니다. 지역의 마을도서관이나 바자회, 아름다운재단 같은 곳에 보내면 또다른 이가 책을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발생한 수익금은 좋은 곳에 쓰이게 됩니다. 도서나눔운동을 전개하는 단체에 기증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최근에 설립된 사회적 기업 행복한도서관재단(www.givebook.or.kr)은 도서를 기증받아 책이 필요한 단체나 기관 등에 전달하고 있으므로 잠자고 있는 책으로 누군가의 꿈을 깨우는 소중한 나눔활동이 될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일은 제일 경계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책을 함께 읽고 나눔으로써 더 넓은 안목과 인생의 지혜를 키워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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