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종지 같던 마음을 넓혀준 잊지 못할 수업

2012. 2. 13. 09:24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이 글은 국립금오공과대 신문읽기 강좌 '건축분석과 비평'을 수강한 조준희(건축학과) 학생의 후기입니다.


2011년 9월 2일 오후 2시에 글로벌관 416호에 옹기종기 모여 강의실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20명의 학생들. 뒤늦은 점심 식사 후 밀려오는 식곤증에 하품을 하던 나와 효맹이부터 ‘건축분석과 비평’이라는 신설된 과목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있던 상우, 원교, 범빈이, 수동이와 본교에서 처음 접하는 비평수업에 설렘을 안고서 신청한 건축공학과의 도현이. 그리고 4학년 전공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선배들 틈바구니 사이에서 두려움 없이 수강신청을 하였던 3학년 용석이와 현정이까지 부푼 기대를 안고서 첫 수업을 시작했던 20명의 표정이 기억 속 뭉게구름이 되어 머리 위를 떠다닌다.

수업을 맞이하며 가졌던 설렘과 기대감.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참여했던 지난 3개월의 시간 동안 이 수업을 통해 고집불통 건축학도들의 생각과 무지에 가까운 고정관념들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우리들의 작은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첫 수업이 시작되고, 우리에게 주어진 첫 번째 신문비평 과제는 막막함을 넘어 먹먹함에 더 가까웠다. 과제를 시작하면서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은 ‘언론사마다 같은 주제로 상이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어느 기사가 사실에 가까운 내용이지?’, ‘내가 정리한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분석과 비평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등등 자기 주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는 점이다.

평소 신문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학생들. 더군다나 인터넷 검색에 익숙해져 책보다는 키보드와 더 친하게 지내며 타인의 주관적인 견해와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20명의 학생들은 훈련되지 않은 오합지졸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신문스크랩 과제를 하면서 학생들은 객관성의 중요성을 인지하면서, 분석에 근거한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학생들은 사실에 대한 진실성, 논리적 인과관계, 비판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틀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었다.

토론 수업의 경우에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었다. 자신의 견해에 대한 논리적 접근이 빈약했던 초기와 달리 수업이 진행될수록 학생들은 객관적 사실에 기반을 둔 주관적 견해를 서술하는 데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다. 발언권이 주어졌을 때도 처음에는 머뭇거리며 주제의 본질을 벗어난 토론을 하던 학생들이 점차 주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자신의 의견에 책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스로의 관점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비록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러한 성장은 같은 주제를 바라보는 언론사의 다양한 관점의 차이, 그리고 이 차이의 다양성이 우리의 시각 범위를 풍부하게 해주었고, 스스로가 정보의 검열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비록 수업의 과제로 시작하였지만, 신문을 접하다는 것은 단순한 정보의 습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언론사의 다른 관점을 비평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주관적인 견해로 기사를 재해석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하나의 주제를 두고 서로 다른 관점을 수용하고, 이해하려는 여유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한 타인의 견해에 대해서 비평과 비판을 구분하지 못하였던 간장 종지 같았던 마음의 영역을 보다 넓게 해주었다 점 또한 큰 변화였다. 자신의 주장에 대한 타인의 관점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그저 너그러움이 아닌, 이해와 소통의 시작점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생각하며 살지 않는 사람은 살아가는 것이 생각이 된다고 한다. 분석의 가치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배우며 깨달았던 지난 3개월의 시간. 학교에 등교하며 도서관 1층 열람실에 가는 것이 익숙해져버린 내 모습에 새삼 감사함을 느끼며, 학부생 마지막 학기에 선물 받은 소중했던 시간들의 기억 속에서 나오고자 한다.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