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오바마를 만나게 된다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2011. 5. 9. 13:26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I’m from Denmark.” 뭔가 말을 이어가야 했다. 한국에서 바로 가는 비행기도 없는 북구의 먼 나라 덴마크. ‘뭐가 있더라?’ 머릿속을 빠르게 훑는 가운데 걸리는 게 있다. 호주의 평범한 여성이 덴마크 왕자와 결혼했다는 기사다. 기차 안, 우연히 만난 그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매일 신문을 챙겨 본 덕분이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법, 신문에 다 있다.

신문을 읽으면 특히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데 도움이 된다. 방송의 메인 뉴스가 하루에 다루는 기사는 25~30개 남짓. 외신은 주요국의 큰 사건이 대부분이다. 반면 신문의 국제면은 보통 지면 두장 분량이다. 미국, 중국처럼 우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뿐 아니라 이름도 처음 듣는 생소한 국가의 소식도 왕왕 볼 수 있다. 토픽류의 소소한 얘기들도 매일 만난다. 친구를 사귀고 친해지는 데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야 하는데, 신문은 이 ‘공통의 화제’를 제공한다. “너희 나라에 무슨 일 있더라, 어떻더라” 만큼 좋은 게 없는 것이다. 신문을 읽으면 얻게 되는 즐거운 덤이다.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위용을 떨치는 데도 신문읽기는 유용하다.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 지하철에서 만난 영국인 아저씨는 대뜸 “한국같이 위험한 곳에서 어떻게 사느냐?”고 물었다. 북한과 북핵 관련 뉴스를 많이 접한 때문이다.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이 살기 위험한 나라가 아님을 꼭 알려야 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차근차근 머릿속을 정리했다. 한미 관계에 대해, 6자 회담과 남북 간 교류∙교역 상황에 대해 이야기 했다. 모두 신문에서 읽은 내용이었다. 급변하는 남북관계를 학교 수업에서 충당하기는 역부족이다. 신문이 아니면 최신 정보를 충분히 알기 힘들다. 신문이 내게 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방송에서도 최신 뉴스를 얻을 수 있지만, 정보의 양에 있어서 신문과 비교해 부족하다. 최소 32페이지에서 40여 페이지까지, 한국 신문이 다루는 뉴스의 양도 많을 뿐더러 영상과 활자라는 매체의 특성도 다르기 때문이다. 방송이 신문에 비해 현장성이 살아있다면, 신문은 글자로 더 많은 정보를 풀어 전할 수 있다. 실제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신문 읽는 습관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때까지 공화당 지지자였던 자신이 민주당으로 바뀐 것을 고교시절 토론 수업을 준비하면서였는데, 토론에 필요한 공부를 신문을 통해 했다는 것이다. 정보를 얻고 지식을 쌓으려면 신문을 봐야함을 강조한 말이다.

신문의 장점, 신문을 읽으면 얻게 되는 즐거운 혜택에도 불구하고 신문 구독자는 줄어드는 추세다.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의 등장으로 지금을 신문의 위기라고 하는 이도 있다. 사실 신문은 선택사항이다. 하루 읽지 않는다고 당장 내 삶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루하루 쌓이면서 어느 순간 얻게 되는 신문 읽기의 이익은 꽤 쏠쏠하다. 친구도 사귈 수 있고, 한국 사회를 비롯한 세상을 더 잘 알 수도 있으며, 지적인 매력을 뽐낼 수도 있다. 요즘처럼 글로벌 인재를 요구하는 세계화 시대에 신문은 특히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인 셈이다.



신문을 읽으면 얻게 되는 이런 즐거움이 있기에 신문은 쇠퇴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발전할 뿐이다. 신문은 변화하는 중이다. 미국 하버드대 니만 연구소에서는 내러티브 기사 기법을 알려주고 연구한다. 다양한 스타일의 기사를 통해 독자에게 다가서려는 시도이다. 영국의 가디언지에서는 전면 그래픽으로 구성된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래픽과 컴퓨터 활용기법을 활용한 ‘생생함’을 신문에 더하려는 노력이다. 읽기 기능에 적합한 아이패드의 성공은 사람들의 읽기에 대한 열정을 디지털 세상에서도 이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페이퍼의 등장이 머지않은 지금, 신문은 종이뿐 아니라 디지털 지면으로 또 한 번의 변신을 맞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구독과 응원이다.

신문이 사라진 사회는 불행하다. 지식과 정보의 뛰어놀 장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세계가 점점 가까워지는 지금, 얻어야 할 정보와 지식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도 매우 빨라져 정보를 놓치면 뒤처지기 십상이다. 신문이 주는 즐거움이 더 커진 셈이다. 세계인과 친구과 되고 싶다면 길은 간단하다. 신문을 읽어라, 그러면 된다.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0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모음집> 중 대학/일반부 금상 수상자 김지원님의 ‘글로벌 인재, 신문에 물어봐!’를 옮겨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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