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18. 10:06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생활이 궁핍한 대학원생이 있었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 친구와 결혼만 할 수 있다면 지긋지긋한 가난도 살을 에는 외로움도 이겨 낼 것 같았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청혼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해 주고 싶었다. 추위가 절정인 12월 끝자락. 그는 여자 친구를 데리고 신문 가판대 앞에 갔다. 수중에 있는 돈을 모두 털어 가판에 있는 모든 신문을 구입하고 그녀에게 주며 말했다. “이 작은 종이에는 우리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나는 앞으로 일생에서 이 모든 감정을 너와 함께 공유하고 느끼며 즐겁고 기쁠 때나 슬프고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도 항상 사랑하며 살고 싶다.”
멋지고 가난한(?) 이 청혼은 물론 대성공이었다. 수업 시간마다 학생들에게 귀가 따갑도록 신문 읽기를 강조하는 은사님의 청혼 방법이었다. 나는 이날을 계기로 신문을 읽기 시작하며 그 안에서 은사님이 말씀하신 인생의 진리를 깨달았다. 신문 속 세상은 항상 즐겁고 기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슬프고 화가 나는 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신문은 우리의 인생 그 자체다.
신문과 다른 매체의 결정적 차이는 정보의 선별과 수용 과정에 있다. 티브이와 인터넷은 자극적인 정보로 도배하며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게다가 이것들은 개인적인 ‘기호’에 따라 취사선택이 가능하다. 행여 맘에 들지 않는다면 티브이는 끄면 그만이고 인터넷 신문은 ‘뒤로’ 버튼을 클릭하면 그만이다. 즉 내가 보기 싫고 듣고 싶지 않은 정보는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보 수용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살아가는 데 꼭 알아야 할 정보를 놓치는 불상사도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자신만의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신문은 다르다. 지난밤 데스크에서 고심 끝에 선별된 국내외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티브이나 인터넷처럼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정보라고 신문에 실리지 않는 일은 없다. 가장 큰 기준은 흥밋거리나 자극적인 게 아니라 그 정보가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냐는 것이다. 신문의 본질을 아는 사람은 얼굴 찌푸리고 분노가 치미는 기사가 있다고 해서 신문 자체를 불신하지 않는다. 그런 정보 역시 우리가 살아가며 알아야 하기 때문일 게다.
인생 역시 신문과 마찬가지다. 내일은 오늘과 다르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는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화가 나고 슬픈 일이 있다고 해서 피하거나 도망갈 수 없다. 이것들 모두 인생의 수많은 과정 중 하나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듯 기쁘고 즐거운 일은 다시 찾아온다. 신문을 통한 인생 배우기. 좋지 아니한가.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2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중 대학부 은상 서울시립대학교 김대중 님의 '신문은 인생이다'를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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