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17. 13:26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직장에서 퇴근 시간 말고 제일 기다려지는 시간은? 아마 점심시간일겁니다. 점심시간에 밥 먹고 비는 시간에 여러 가지를 할 수 있겠지만 가장 재밌는 것 중 하나는 웹툰 챙겨보기겠죠. 밥 먹고 낄낄 거리다 보면 소화도 되고 스트레스도 좀 풀리고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집니다. 이런 재밌는 웹툰은 어떻게 그려지는 걸까요? 직장인들에게 공감과 뜨거운 인기를 끌었던 ‘들어는 보았나! 질풍기획!’의 작가 몰락인생, 이현민 님의 웹툰 특강으로 알아볼까요?
YES24와 출판사 재미주의의 주최로 서울 신촌의 한 커피숍에서 열린 이날 강의에는 질풍기획의 팬은 물론이고 만화가를 꿈꾸는 분들도 많이 오셔서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어요.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질풍기획의 이현민 작가는 원래 광고제작사에서 일하시던 평범한 직장인이셨다고 해요. 네이버나 다음에 뜨는 배너 광고를 제작하시는 게 업무였죠. 그래선지 직장인들의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와 각종 프로그램의 효과가 들어간 그림이 잘 어우러졌습니다.
▲열혈 강의 중인 ‘들어는 보았나! 질풍기획!’의 이현민(몰락인생) 작가
만화란 그림과 이야기의 결합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질풍기획의 이현민 작가가 말씀하시는 그림 그리는 법과 이야기 만드는 법을 함께 보실까요?
'들어는 보았나?! 질풍기획' 이현민 작가의 그림 그리는 노하우 5가지
▲포토샵으로 제작 과정을 강의 중인 이현민 작가
1. 시간배분을 잘 하고 효율적으로 그려라.
연재 웹툰은 물론 연재 만화도 마감이 존재합니다. 이 마감을 지키면서 연재를 계속할 수 있도록 건강까지 지키려면 계획이 필요하다고 해요. 이현민 작가의 경우 1~2일은 콘티,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3~4일은 그리고 일요일은 무조건 쉰다고 합니다. 그림에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그림 퀄리티는 올라가지만 다른 곳에 투자할 시간이 줄어드니 그 균형을 잘 잡도록 시간배분을 하라고 합니다.
▲이현민 작가의 배경을 효율적으로 그리는 법 강의 영상
또한 상당히 솔직히 답변해 주셨는데 이현민 작가는 빌딩을 그려야 할 경우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노력으로 빌딩으로 보이게 할까?’란 생각을 제일 먼저 한다고 합니다.^^; 웹툰의 속성상 대부분의 독자가 정독하기 보다는 속독하므로 대상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만 그려내는 것으로 다른 곳에 투자할 시간을 번다고 하네요. 프로다운 마인드입니다.
2. 자신의 도구를 잘 사용하는 것도 능력이다.
이현민 작가는 질풍기획을 연재할 때 스스로 데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특히 구도나 대비가 복잡한 그림을 잘 못 그려서 어려움이 많았다는데요. 이를 위해 이현민 작가는 캐릭터의 움직임은 포저(Poser)라는 프로그램으로, 장소는 3D MAX로 초안을 잡아둔 뒤 참고했다고 합니다. 광고제작사를 다닐 때 익혀둔 테크닉과 프로그램들이 부족한 점을 메우는데 혁혁한 도움이 되었다고 해요. 이현민 작가는 현대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손으로 선을 잘 긋는 것만큼이나, PC나 프로그램처럼 자신의 도구를 얼마나 잘 다루는가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이현민 작가의 포저 이용 노하우 강의 영상
질풍기획을 그릴 당시 이현민 작가는 포토샵, 코믹 스튜디오, 포저, 3D MAX, 애프터 이펙트 등을 사용했다고 해요. 정말 만화가 되기 쉽지 않다 싶으면서도 컴퓨터가 있어서 예전보다 그림 그리기 조금 쉬워졌다 싶기도 하네요.^^;
3. 캐릭터가 가장 중요하다.
이현민 작가는 캐릭터야말로 웹툰의 힘이며 창작의 모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도 질풍기획 시즌1을 마친 지금와서야 제대로 감을 잡겠다고 하더군요. 자신이 만든 캐릭터의 설정과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작가 스스로가 체화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걸 해내고 나면 캐릭터들끼리의 시너지로 작품 전체가 살아나기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4. 직접 그리는 게 실력이 가장 크게 는다.
이현민 작가는 스스로 데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그림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배경 그리는 실력은 사진보다 직접 밖으로 나가 보고 그리는 쪽이 빨리 는다고 하는군요. 사진은 프레임이 정해져 있지만 직접 보고 그리는 풍경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릴 때 배우는 게 더 많다고 합니다.
또한 인체를 그리는 실력을 키우는 데는 조금 독특한 방법을 추천했는데요. 야한 동영상을 한 장면을 그려보라고 했습니다.^^; 과장된 인체 관절의 움직임이 나오고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각도로 인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야한 동영상을 캡처 받아 5000장 정도 그리며 인체 데생력을 키웠다고 합니다. 질풍기획의 과감한 액션들은 야한 동영상에서 나온 것이었군요.^^;;;
5. 자기 원고를 끊임없이 계속하는 게 실력이 제일 빨리 는다.
“무엇보다 그들은 이 토너먼트의 끝까지 이기고 올라간 경험이 있다.”
‘슬램덩크’에서 북산이 전년도 우승자 산왕공고와 경기할 때 등장했던 대사죠? 질풍기획의 이현민 작가도 자기 원고를 끝까지 해봐야만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중간까지 하다 말거나 멋진 장면 몇 개 그려봐야 ‘만화’를 만드는 데는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요. 자기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게 너무나도 많다고 합니다.
'들어는 보았나?! 질풍기획' 이현민 작가의 이야기 만드는 노하우 5가지
▲시나리오 작법에 대한 이현민 작가의 강의 영상
1. 코드가 맞는 사람을 곁에 두고 항상 얘기하라.
만화뿐 아니라 작품을 만들 때 다른 많은 감정들은 오랜 시간동안 극대화하는 방법이 이론화되었지만 유독 웃음은 정해진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과 직장인들에게 웃음을 주는 웹툰은 보는 사람은 쉽지만 만드는 사람은 어려울 수밖에 없죠. 실제로 이현민 작가님도 질풍기획을 본 독자들이 웃겨 죽겠다고 리플 단 부분에 '이 부분이 왜 웃겨?'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고 하네요. 반대로 웃기기로 작정한 부분에 반응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던 적도 있다고...^^;
이런 웃음 소재를 찾기 위해 이현민 작가는 평소 웃음의 코드가 맞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라고 합니다. 질풍기획 1회에 등장했던 옆 빌딩에서 날아 USB를 전달하는 장면, 공인중개안, 화통 봉인해제 같은 소재들도 광고제작사에 근무할 당시 교통 체증에 짜증난 나머지 직장 동료들과 이러면 좋을 텐데 저러면 좋을 텐데 라고 잡담하다가 나온 소재들이라고 하네요.
▲들어는 보았나! 질풍기획! 3화 중
2. 타겟을 명확히 하라.
기획을 할 때 누구의 감정을 움직일 건지 명확하게 하라고 합니다. 타겟이 두루뭉술하면 감정 전달도 두루뭉술해지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질풍기획의 경우 2~30대 직장인 중 8~90년대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직장인이 점심시간에 박장대소할 수 있었고, 어린 시절 만화를 본 사람들은 패러디를 알아채고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하지요.^^
3. 시나리오 작법은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라.
이현민 작가는 영화에서 유명한 매트릭스, 스타워즈는 물론 한국 영화 말아톤도 그리스 신화 플롯이라고 예를 들어주셨습니다. 가장 대표적이니만큼 독특한 소재라도 독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죠.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진부한 이야기가 되기도 쉬울 것 같습니다.
4. 시나리오 작법은 작가 수 만큼 존재한다.
이현민 작가는 그리스 신화 플롯이 왕도이긴 하지만 시나리오 작법은 작가 수 만큼 존재한다고 생각한답니다.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짜는 방법부터 결과부터 생각하고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역순으로 생각하는 방법까지 무궁무진하니까요.
이현민 작가는 기본적으로 우직하게 기/승/전/결이란 글자부터 문서에 써놓고 몇 번이고 쓰고 다시 쓴다고 합니다. 제대로 된 도자기 이외에는 모조리 깨부수는 것처럼 말이죠. 더해서 결과부터 생각하고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역순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고 하네요. 질풍기획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주인공인 병철이가 얼음빌딩을 뛰어 오르는 장면부터 정해놓고 시작하셨다고 해요.
▲들어는 보았나! 질풍기획! 80화 중
5. 웹툰 시나리오는 영화보다 드라마나 시트콤을 참고하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만화는 영화나 드라마의 보고입니다. 특히 요즘은 영화화 되는 만화가 상당히 많은데요. 이현민 작가는 시나리오 작법서를 참고할 경우 영화보다 드라마나 시트콤 쪽의 시나리오 작법을 공부하길 권했습니다. 웹툰 같은 연재 만화의 경우 2시간으로 완결되는 영화보다 매회 일정기간을 두고 계속되는 드라마나 시트콤 쪽이 연재 만화의 패턴과 더 닮았기 때문에 배울 점이 많다고 하네요.
이밖에도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가 따로 있는 웹툰을 꿈꾸는 사람들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과 웹툰 댓글과 별점에 대한 솔직한 얘기 등 재밌는 강의가 한참 이어졌습니다. 질풍기획의 팬뿐 아니라 만화가를 꿈꾸는 사람들도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었을 거 같아요.
특강이 끝나고 즉석에서 사인회도 있었어요. 책을 가지고 온 팬들과 한 명 한 명 이야기도 나눠주시고 사진도 같이 찍어주셨답니다. 저도 사인을 받았어요. 작가님의 강의 덕분에 앞으로 다른 웹툰도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웹툰이 이렇게 고단한 과정을 거쳐 나온다는 걸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도 더 커지네요. 이번에 정리해드린 웹툰 특강이 만화가를 꿈꾸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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