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박물관에서 책의 미래에 대해 살펴보니

2012. 9. 3. 13:29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책은 우리에게 중요한 도구입니다. 활자로 책을 만들고 붓으로 책을 쓰던 시대에서부터 e-book이 등장한 오늘날까지 책은 각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인데요. 출판기술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참으로 많은 변화를 겼었습니다.


옛날에는 책 한권을 만들려면 기술자가 필요했죠. 대량인쇄기술이 상용화하기 전에는 필사전문 기술자도 있었고요. 하지만 “무언가를 읽고 싶다”는 대중의 욕망이 커져감에 따라 필사를 중심으로 한 출판문화는 힘을 잃어갔습니다. 근대기에 이르러 출판·인쇄기계가 발달하면서 독자는 점차 늘어났고 매체 역시 다양해졌는데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삼성출판박물관은 우리나라 전근현대 출판·인쇄문화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입니다. 삼성출판박물관은 1990년 삼성출판사에서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출판·인쇄 전문 박물관인데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발명과 같은 우리나라의 출판·인쇄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우고 이와 관련해서 사회교육 활동을 펼치자는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합니다. 다른 문화유산과 달리 가장 소실되기 쉬운 출판·인쇄문화 유산을 시대사적 특성에 중점을 두어 발굴, 보관, 전시하고 있는 곳입니다.






박물관은 각 층에 1전시실(상설전시장)과 2전시실(특별기획전시장), 세미나실과 강의실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상설전시관에는 옛 문헌들과 어느 정도 보존가치가 있는 출판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동백꽃, 사랑손님과 어머니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책들의 초판 인쇄본이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의 옛날 문학잡지와 교과서들도 볼 수 있는데요. 여기에 이광수, 윤동주, 황순원, 이육사 등 대표적인 시인이나 작가들의 친필 원고나 초판 인쇄본들도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답니다.


단순히 책을 출간한 것이 아니라 직접 책을 만들기도 했던 문학인이 우리나라에 존재했다는 사실, 다들 알고 계시나요?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한국적 근대시의 문을 활짝 연 작품으로 유명한 최남선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그가 창간한 잡지 <소년>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근대 월간지의 효시이며, 문학작품이라는 콘텐츠가 잡지 매체에 실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기도 했습니다.


최남선은 근대의 출판과 인쇄에 대해 그 누구보다 앞서간 식견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그는 조선인이 진정한 문명인이 되기 위해서는 ‘정성 있고 쉼 없는 독서’를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일본 유학 중 동경에서 신문물인 인쇄기를 구입하고 인쇄기술자들과 함께 조선으로 귀국하여 18세의 어린 나이에 출판사를 창립하기도 했는데요. 근대 조선의 출판문화 향상을 위한 최남선의 노력이 돋보이는 일화라 할 수 있겠네요.






다음으로 특별기획전시관에서는 ‘책의 기억, 시대의 기억 50년대 우리 출판물의 옛 모습’이란 주제로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요.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50년대의 다양한 출판물들 가운데 그 시대를 가장 잘 말해줄 수 있는 자료들을 엄선하여 선보인 전시라고 합니다. 50년대를 살았던 분들에게는 삶을 추억하는 각별한 기회가 되고, 이후 세대에게는 우리의 역사를 생생하게 접하며 재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단순히 1950년대의 책과 만나는 것이 아닌 책에 대한 그 50년대 사람들의 고통과 열정, 그리고 희망을 볼 수 있었어요.



활자방식으로 인쇄된 본문 부분 (왼쪽) 식자방식으로 인쇄된 책등부분 (오른쪽)




과거에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글자를 찍어낼 활자를 하나하나 만들어 종이에 찍어내는 방식을 따랐습니다. 이것은 1980년대 후반, 출판·인쇄분야가 컴퓨터 방식으로 전환되기 이전까지 사용했던 방식인데요. 디지털화된 현재는 대량인쇄가 가능하고 제작발행과정이 단축되어 글자대로 활자를 일일이 만들 때보다 훨씬 효율적인 방식으로 책을 만들어낼 수가 있죠. 하지만 화려한 디자인에 깔끔한 서체로 독자들을 유혹하는 현대의 책들의 가치가 과거의 책들보다 떨어지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거에는 한 권의 책이 완성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러한 고충이 있었기에 책 한 권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을 것입니다. 기술의 발달은 최고조에 이르렀지만 독서 인구는 현저히 감소하고 책을 소장하는 문화현상 역시 미미해진 요즘. 출판·인쇄의 역사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에게 책의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제안합니다. 책의 발달은 곧 기술의 발달을 의미하며, 이것은 더 나아가 책을 둘러싼 하나의 문화담론으로 확장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죠. 책에 관한 생산적인 담론이 나올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할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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