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가 말하는 책에 얽힌 나의 스토리

2012. 9. 7. 13:44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바로 어제죠?^^ 9월6일 국민대학교 본부관 학술회의장에서 진행된 리더스 콘서트에 1박2일 나영석PD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참관객이 넓은 학술회의장 전체 좌석도 모자라 각 통로에 2줄씩 앉는 등 실로 엄청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나만의 책, 나만의 스토리’란 주제로 진행된 이번 강연에서 나영석PD는 책에 얽힌 자신의 삶과 스토리를 진솔하게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과연 어떠한 내용이 오고갔는지 나영석PD의 이야기 들어보세요!






안녕하세요. 나영석입니다. 저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가끔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독서라고 하지만, 저는 현재 열정적 독서가는 아닙니다. 1박2일 하는 동안에는 책 표지도 못본 것이 사실이죠. 그러나 한 때 저는 열정적인 독서가였고 그때 그 경험이 내 인생에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기에 ‘나만의 책, 나만의 스토리’란 주제가 너무 와닿고 마음에 들어서 강연을 수락하게 되었어요. 


책이라는게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인간의 삶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오늘은 여러분께 ‘1박2일’ 이야기 보다도 재미있는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다른 매체와의 차이점에서 찾다.


사람들이 왜 책을 읽어야 할까요? 다분화된 다양화된 미디어 시대에 여전히 책은 유효한가 하는 질문을 안할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 이외수 선생님 이야기를 드릴게요. 예전에 이외수 선생님 댁에 가서 촬영을 했는데, 그 분이 우리나라의 높은 트위터리안이죠. 각종 사회 전반 이야기를 트위터를 통해서 많이 말씀하시곤 합니다. 그 때 이런 질문이 들었어요. 이외수 선생님의 트위터를 읽어보면 핵심 정리 요약집과 같이 140자로 써져 있는데 이제 그 분의 책은 읽지 않아도 되는건가? 






정답은 아닙니다. 책이라는건, 타인의 인생, 구체적으론 저자의 인생을 응축 시켜놓은 한편의 저작물인데, 이것을 읽으려면 힘이 들고 시간도, 노력도 많이 들죠. 무엇보다 세상의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트위터에 올리는 글은 분명 저자의 깊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이겠지만, 그 사람의 생각을 올곧게 표현할 수는 없어요. 용산 참사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해도, 그 사건 하나에 너무나도 복잡하게 얽혀진 것들을 140자 정도로 올릴 순 없겠죠. 그것은 그저 한 줄의 감상평일 뿐입니다. 그 사건의 구체적 모습을 알고 싶다면, 분명히 그 참사에 대한 르포를 읽는게 낫습니다. 


이러한 책의 특성은 제가 연출했던 1박 2일과 비교 해볼 수도 있을 것같아요. 이러한 프로그램은 일주일에 한번씩 방송을 내보내야 하고, 한주 한주 촬영 편집 기획 모든게 소비되고, 이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맡은 파트를 해냅니다. 그렇다면 책은 어떤가요. 웬만하면 저자 혼자죠. 저자 개인의 인생을 응축해서 그 책에 담습니다. 그 책에는 생각하고 느끼는 바의 정수가 담겨있고, 그 문자가 책이라는 형태로 나옵니다. 그 책에는 영상이라는 코멘터리도 없습니다. 만약에 내가 이 순간에서 책을 다 줘서 감상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모두가 다 다를것입니다. 나라는 사람은 이런 스토리를 싫어한다, 좋아한다 하는 것 역시 내 인생을 설계하는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책과 함께한 나의 대학시절 스토리, 그리고 커밍아웃


아까 저는 ‘한때’ 열정적 독서가라고 했어요. 그 때가 언제인가. 바로 제가 대학생 때입니다. 당시 20대가 되니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아졌기에 좀 심하게 말하면 맨날 되지도 않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주변사람들을 피곤하게 하곤 했죠. 그러던 어느날, 내가 가진게 없어서, 아는게 없어서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 혼자 좀 강해져야겠다 라는 생각, 혼자서 굳건한 자아를 가져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며 ‘책’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막연하게 책에 해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 뒤 소설, 만화 가리지 않고 많은 책을 읽었어요. 철학서도 읽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는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한 개도 기억이 안 났다는거죠. 단순히 꾸역꾸역 읽고 어디 가서 누가 물어보면 아는 척하는 용도로 썼습니다. 1년 지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책을 읽을 때에는 '커밍아웃‘이 중요하단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로부터 내가 어떤 장르와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하는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1년이 지나고 정확하게 스토리가 생각나는 책은 굉장히 적었습니다. 아니, 딱 하나였습니다. 홍콩의 대문호가 쓴 무협지 <영웅문>만 기억이 났습니다. 그때부터 그 사람이 쓴 무협지 100여권을 다 읽었어요. 신경숙 선생님 소설보다 영웅문이 내 마음을 울렸다는거죠. 그 때 난 깨달았어요. 내가 진지한 독서보다도, 단순한 스토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그런데 이런 사실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러나 다 인정하고 나니 세상이 편해졌습니다. 1년의 시간은 나라는 마음의 결을 따라가는 여정이었어요. 


나는 책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어요. 이 세상 미디어 중에 사람의 가슴에 던지는 가장 묵직한 돌이다. 어떤 파동이 있던지, 그 결을 조용히 따라가 보세요. 나는 영웅문이 던진 파도가 가장 컸죠. 여러분 다 다를 수 있어요. 여러분도 저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존재이기에 늘 내가 누구일까 고민하고, 나는 어떤 사람일까 방황합니다. 그 방황과 고민을 줄이고 싶으면, 인간의 가슴에 던지는 가장 묵직한 돌, 책을 여러분 가슴에 하나씩 두 개씩 때리라는 거죠. 그 결을 따라가세요. 분명히 유투브, SNS, 그림이 주는 울림과는 다른 무겁고 깊은 울림이 여러분 가슴속에서 울릴 것입니다.. 



예능PD의 길을 걷게 한 것은 독서에서 발견한 스토리라인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김용이 좋아요.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이지 않나요. 제가 예능 PD에 지원한 것은 나를 매료 시키는 스토리가 아주 단순하고 권선징악 적 깔끔한 스토리라인이 좋았습니다. 예능은 단순하죠. 복불복 레이스와 게임을 해서 힘들게 ‘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와 같은 아주 단순한 스토리죠. 저는 그런 단순한 스토리가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스토리는 편안함이고, 그것에 최적화된게 예능이고 1박2일이었습니다. 대학교 다닐 때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데리다와 푸코에 빠져서 영화감독한다고 했다가 방황을 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겁니다. 내가 나를 알고 싶다면, 생각만하지 말고 뭐라도 좀 읽으세요. 그게 여러분에게 백번 양보해도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결론을 이야기 하면 제가 1박2일을 만들고, 예능 PD를 하고 이러한 길을 겁 없이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독서라는 습관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독서에서 발견한 스토리라인이 예능적 스토리라인으로 전이되고, 그러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죠.






가끔 이런 이야기 쉽게 하죠, 인생을 바꾸는 한권의 책, 그런거 다 거짓말이에요. 책 한권 본다고 인생은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이 여러분조차 모르는 여러분의 우주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지침서는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책을 많이 보고,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서있는지 라는 해답을 가능하면 책속에서 얻는 연습을 해보세요. 보증하건대, 여러분의 삶은 조금 더 윤택해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1박2일 나영석 PD님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책에 얽힌 나영석 PD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빵빵 터질 정도로 재미있었어요^^ 삶과 스토리, 그리고 최고의 열정이 있던 리더스콘서트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나영석 PD의 이야기들 들은 모든 분의 마음 속에 ‘1박2일’이 주는 유쾌함 만큼 ‘책 읽기’에 대한 유쾌한 흥미가 생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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