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을 더 흥미롭게 해 줄 4가지 포인트

2012. 10. 16. 09:2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강하게 승부 걸겠다." 


이란전 'V' 키워드는 '맞불'이다. 최강희호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최대 분수령을 만났다. 축구 대표팀은 17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각)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4차전을 치른다. 2승 1무(승점 7)로 A조 1위를 달리고 있는 최강희호는 이란을 이기면 본선 진출 고지의 7부 능선을 넘게 된다. 사실상 독주 체재를 갖추는 셈이다. 그러나 조 2위(승점 4)인 이란에 진다면 골득실로 밀려 있는 카타르(승점 4)와 레바논(승점 4),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승점 2)과 혼전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다. 최강희호는 승리 외엔 다른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또한, 이번만큼은 지긋지긋한 '이란 원정 징크스'를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공포의 땅'으로 불리는 아자디 스타디움에 서는 태극전사들은 어느 때보다 정신무장이 잘 돼 있다. 적극적이고, 때론 차갑게 맞서겠다는 각오다. '다독다독' 독자들이 이란전을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게 관전 포인트 4가지를 정리해봤다.



▲최강희 축구 대표팀 감독(좌)[출처-서울신문]




'해발 1273m'…고지대 증후군 넘어설까 


한국은 이란과 역대 전적에서 25전 9승 7무 9패로 팽팽하다. 그러나 1974년 테헤란에서 열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이란 원정을 처음 치러 0-2로 진 이후 지난 2009년 허정무 감독이 이끈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대표팀이 이란 원정에서 1-1로 비기기까지 총 4차례 테헤란에서 A매치를 치렀으나 2무 2패로 승리가 없다. 특히 1,273m의 고지대와 10만 관중이 모여드는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은 원정팀에 '지옥의 땅'이라고 불린다.


흔히 해발 1,000m당 최대산소섭취량은 5~7% 감소한다. 산소의 양은 평지와 비슷하나 산소의 밀도가 낮아 산소 섭취가 힘든 것이다. 즉, 고지대에서 90분을 뛰는 것은 약 130분을 뛰는 것과 비슷하다. 한국뿐 아니라 다수의 원정팀이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뛰면 금세 맥박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지는 이유다. 이번에도 대표팀에 합류한 박주호(바젤)가 훈련 중 코피까지 쏟았다. 그러나 테헤란의 '고지대 증후군'을 잘 알고 있는 한국은 훈련량과 강도를 과학적으로 조절하며 정상 컨디션을 찾고 있다. 




만만찮은 홈 텃세…실력으로 극복한다


이번에도 이란의 심한 텃세는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은 이란 외무성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정 처리로 출국 당일인 8일이 돼서야 비자를 발급받았다. 일찌감치 이란축구협회 측에 관련 서류를 넘겼지만, 출국일이 다가올 때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공문을 보낸 뒤에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한국 취재진에도 출국하는 12일에 비자를 내주더니 이란에 도착한 13일엔 이란 대표팀이 써야 한다며 예약한 숙소를 아무런 말 없이 취소하는 몰상식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출처-서울신문]



또한, 한국에 그라운드 사정이 엉망인 연습구장을 배정했다. 잔디 상태가 울퉁불퉁했으며 땅도 딱딱해 자칫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대한축구협회가 이란축구협회에 다른 연습구장을 요청했으나 잔디 사정만 나아졌을 뿐 조명 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야간 연습을 할 수 없었다. 반면 이란은 잔디와 조명시설 모두 최상급인 국립 아카데미 훈련장을 쓰고 있다. 현지시각으로 오후 8시에 킥오프하는 경기를 앞두고 한국은 낮 훈련만 소화했다. 이란의 '꼼수'에 한국은 실력으로 되갚겠다는 의지다.




'젊은 피' 홍명보의 아이들, 이란 격파 선봉장


이란전에 나서는 태극전사들의 가장 큰 변화는 지난 8월 런던올림픽 축구 남자 동메달 신화의 주역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것이다. '홍명보의 아이들'로 불린 김보경(카디프시티)과 남태희(레퀴야SC), 박종우(부산), 김영권(광저우), 김기희(알 사일리아), 윤석영(전남)은 물론 기존 대표팀의 기성용(스완지시티), 정성룡(수원) 모두 런던 땅을 밟았다. 특히 윤석영과 박종우는 국가 대표팀 변화의 핵심 자원이다. 지난달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도마 위에 올랐던 포백과 수비형 미드필더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해 줄 인물로 손꼽힌다. 



▲(왼쪽부터)김영권, 김기희, 박종우 선수[출처-서울신문]




윤석영은 올림픽 무대에서 안정적인 수비와 공격 가담 능력을 선보이며 단숨에 '제2의 이영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맨체스터 시티를 비롯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클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을 정도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박종우는 살림꾼 구실을 충실히 해내며 성인 대표팀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올림픽 동메달 획득 이후 '독도 뒤풀이'로 국제적인 관심을 끌어 '독립투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FIFA의 심의 결과가 연기된 가운데 이란을 상대로 자신의 진가를 보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상한가' 손흥민, 슈퍼 탤런트 참모습 보여줄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20·함부르크)은 최근 한국 축구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함부르크 126년 역사상 1군 무대 최연소 골 기록을 가진 그는 올 시즌 리그 7경기에서 4골을 넣어 득점순위 공동 2위에 올라있다. 그야말로 상한가다. 특히 '디펜딩 챔프'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2골을 넣는 등 강팀을 상대로 펄펄 날고 있다. 이런 까닭에 이란에서도 손흥민의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이란에선 자국 선수들이 독일에서 뛴 경험이 많아 EPL보다 분데스리가가 더 인기가 높다. 



▲손흥민 선수[출처-서울신문]




자연스럽게 이란 언론은 손흥민의 분데스리가 활약에 큰 관심을 보이며 잠재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손흥민 역시 이란전이 국가 대표 커리어에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 2010년 12월 시리아와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가졌으나 10경기에서 1골에 그쳤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형들과 어울려 자신의 능력을 선보일 기회다. 재능은 최고지만, 늘 미완의 대기로 불린 그가 공격진에서 자신의 발끝으로 이란을 꺾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최강희 감독 역시 손흥민을 원톱으로 나설 박주영(셀타비고) 아래 배치해 자유롭게 상대 공간을 누비게 할 예정이다.


승리를 갈구하는 양 팀의 욕망은 같다. 그러나 태양은 하나다.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이란 주장 하바드 네쿠남(이란)의 말에 최강희 감독을 비롯한 태극전사들은 "강하게 승부를 걸겠다"며 맞불을 놓을 것을 시사했다. 한국이 팀 내 세대교체 과정에서 있어서 만만찮은 상대를 만난 것은 분명하다. 홈경기를 치르는 이란은 부상에서 회복한 독일계 혼혈 공격수 아시칸 데자가(풀럼)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뛰는 마수드 쇼자에이(오사수나)를 비롯해 A매치 126경기(38골)를 소화한 백전노장 알리 카리미(페르세폴리스) 등이 나선다. 외형적으로는 스피드와 패기를 갖춘 한국이 노련한 선수들이 즐비하고 기술이 좋은 이란을 원정에서 넘을 수 있을지 관건이다. 하지만 최강희호는 이전까지 이란 원정과 달리 '닥공' 축구를 펼칠 것을 선언하면서 박진감 넘치는 창과 창의 대결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이 아시아 제2의 라이벌을 만나 승전고를 울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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