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24. 09:29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최근 국내 IT 업계에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파란의 서비스 종료, SK컴즈의 ‘희망퇴직’ 소식이 들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포털 1세대라 불리던 야후가 국내 사업 철수를 전격 발표하였습니다.
이른바 PC 중심의 시대인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은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흔히 1세대 ‘포털’이라 일컫는 네티앙, 프리챌, 야후, 엠파스, 라이코스 등의 서비스를 지나, 현재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가 주축을 이루는 포털 3강이 국내 인터넷 시장을 주름잡고 있습니다.
초기 검색엔진과 텍스트 링크뿐이던 포털이 경쟁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와 차별화된 컨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한지 채 10년이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카페, 지식인, 블로그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내 사용자들에게 사랑받았던 포털 서비스가 최근 급변하는 모바일 시장을 맞아 또다시 성공과 위기의 기로 사이에 서게 되었습니다.
(전략)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네이버의 검색쿼리(검색어 입력) 점유율은 모바일이 73.3%로 PC(71.9%)를 넘어섰다. 다음의 경우 모바일로 유입되는 트래픽(데이터양)이 늘고는 있지만 PC 검색쿼리 점유율이 21.7%로 모바일(15.3%)에 비해 여전히 높다. (후략)
<파란・야후코리아 뿐?…PD기반 인터넷서비스 ‘위기’> 중앙일보 2012.10.22
위의 기사 일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 국내·외를 비롯한 IT 업계의 중심엔 ‘모바일’이 있습니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50%를 넘어선 지금, 많은 서비스들이 PC에서 모바일로의 성공적인 전환, 또는 기존의 정체된 시장 판도를 바꾸기 위해 준비해왔던 전략을 속속 발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흔히 IT 공룡이라 불리우는 포털 3강도 예외일 수 없죠.
그 중에서도 네이버는 검색, 라인(메신저), 쿠폰, 지도, 카페, 블로그, N드라이브 등 다양한 모바일앱을 발빠르게 출시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네이버를 자주 이용하는 국내 사용자들의 스마트폰을 살펴보면 네이버 관련 앱이 최소 2-3개는 깔려있을 만큼, 네이버는 모바일에서도 꽤나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 중입니다.
모바일 시대 포털 서비스의 가치가 퇴색하다
사실 포탈 서비스 자체는 모바일 환경에서는 다소 애메한 포지션에 있습니다. PC에서 포탈은 웹에 접속하는 사용자가 즐길만한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해주고, 검색 엔진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에 쉽게 접근시켜주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모바일에서는 사용자들이 앱스토어를 통해 독자적인 컨텐츠를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들을 직접 설치·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 기기 자체가 이전 PC 시대의 ‘포털’과 유사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사용자 각자의 취향에 맞게 싹~ 정리된 상태로 언제나 대기하고 있는 것이죠.
더군다나 국내 포털들은 지금까지 카페, 웹툰, 웹하드 등 다양한 컨텐츠를 포함하는 형태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이를 모바일로 한번에 전환하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사용자들도 0일괄 제공하는 방식을 원하지 않구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국내 포털들은 일부 컨텐츠 서비스를 앱으로 분할하여 제공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바일 웹에서는 PC 웹에서 구동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맞겠지만, 사용자들은 모바일 웹에서 메인 페이지의 검색 서비스나 뉴스, 일부 컨텐츠 등을 이용하는 정도가 대부분일 겁니다.
앱스토어가 모바일 시대 포털의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
모바일에서 주요 컨텐츠 공급자는 사실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와 같은 어플리케이션 마켓입니다. 사용자들은 마켓을 통해 직접 원하는 컨텐츠를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에 접근하는데 이미 익숙해진 상태로, 웹이 중심이던 PC와는 다른 사용성을 보여주고 있지요.
이러한 측면에서 네이버의 앱스토어 진출은 모바일 생태계의 핵심에 근접한 의미있는 전략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iOS의 경우에는 애플의 정책상 접근이 불가능하지만, 안드로이드가 주를 이루고 있는 국내 시장으로만 보자면 안드로이드만 제대로 커버해도 충분히 의미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미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이통사(T스토어, 올레마켓, u+마켓 등)와의 경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네이버 앱스토어 화면 캡쳐]
‘사용자들이 이미 잘 사용해오고 있는 스토어를 버리고 굳이 네이버 앱스토어를 사용할만한 이유가 있는가?’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이버는 나름의 강수를 두었습니다. 기존의 스토어들이 유지하고 있는 가격 정책을 탈피하고, 앱을 다운로드하는 사용자에게도 리워드를 돌려주는 방식을 채용한 것이죠. 앱 수익 전체를 10이라고 가정할 경우, 개발자에게 7의 수익을, 네이버가 2의 수수료를, 유저가 1의 포인트를 제공받는 새로운 정책을 제시했습니다. 확실히 사용자 입장에서는 스토어를 옮겨볼만한 메리트가 생긴 것이죠.
‘개발자 입장에서는 어떤 메리트가 있을까?’ 라고 생각할 순 있겠지만 사실 앱 개발자들은 사용자가 많은 곳이면 어디든지 접근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시장도 경쟁이 치열한만큼 앱을 알리기 위해서 스토어를 하나 추가하는 것은 번거로울 수는 있겠으나 큰 결정사항은 아닙니다.
결국 ‘네이버가 모바일 상에서도 사용자들에게 앱을 알릴 수 있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가 네이버 앱스토어의 성공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PC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는 지금, 아직 네이버의 영향력이 사용자에게 남아있을 때가 아니면 모바일 컨텐츠 공급자 사업을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기에, 현재의 도전이 네이버로서는 큰 도전이자 풀어야할 숙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군요.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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