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사랑 PD가 엮은 희망의 증거들

2012. 10. 26. 09:25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저는 다큐멘터리 마니아입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디스커버리 채널의 자연다큐멘터리도 좋아하고 메마른 세상에 온기를 더해주는 인물다큐멘터리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특히나 잔잔한 우리 이웃들의 일상을 소개하는 <인간극장>이나 뜨거운 마음으로 희망을 붙잡는 <휴먼다큐 사랑>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좋습니다. 누군가의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이나 빛나는 성공을 들려주는 것보다도 고개를 돌리면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우리 이웃들의 희망분투기가 더욱 마음을 움직입니다. 상처에서 꽃을 피우는 이야기, 절절한 삶을 끝내 꼭 껴안은 이야기들 말이지요.

 

 

[출처-MBC 휴먼다큐 사랑]


 

 

따라서 <PD수첩>, <김혜수의 W>, <휴먼다큐 사랑>등 제가 즐기던 프로그램들을 몽땅 연출한 유해진 피디의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지요. 그간 휴먼다큐를 통해 울고 웃었던 감동의 순간들을 다시 기억해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제목도 가슴을 적셨습니다. <살아줘서 고마워요>라니. 소중한 존재를 향해 외치는 이보다 더 뜨거운 감사의 인사가 있을까요? 


책은 저자가 16년간 다큐멘터리 피디로 살며 연출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TV에서도 담지 못한 후일담들을 상세히 풀어 놓은 에세이입니다. 혁명을 꿈꾸던 20대 학생운동가가 다큐멘터리 피디의 삶을 살기로 결정하기까지의 개인적인 고민과 고백들을 솔직히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또 다큐멘터리 피디로 사는 일상에 대한 일화들도 잔잔히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시선이 가장 오래, 절절히 머문 부분은 단연 그간 연출한 작품들을 재소개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출처-yes24]

 

 


 

수녀가 되기 위해 준비하던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고 행복한 일상을 살던 어느 날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게 된 남자의 이야기. 에이즈와 말라리아로 죽음과 질병과 가난이 저잣거리에 뒹구는 척박한 땅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던 열두 살 소년의 이야기. 말기 암의 극심한 고통을 억누르고 두 아이를 위해 추운 겨울에도 풀빵을 파는 위대한 모성의 이야기. 달걀껍데기 같은 뼈를 지닌 골형성부전증이라는 선천적 장애를 참아내고 임신과 출산의 기적을 맛본 여자의 이야기.


누군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아끼지 않았고 상대를 위한 희생이 행복하다 고백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칼로 도려내는 듯한 죽음의 병 앞에서도 남겨질 아이들의 상처를 더 아파했습니다. 누군가는 주어진 평범한 하루하루를 눈물 나게 감사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절망의 벼랑 끝에서도 모질게 희망을 이야기했습니다. 


책에 소개된 이웃들의 아픔과 고통은 제각각이었고 또 각자의 운명대로 이별하거나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입을 모아 고백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삶의 한 순간 내 곁에 있어줘서, 당신이 당신이어서 고맙고 사랑해요, 라고 말이지요.


머리대신 가슴으로 살았던 사람들, 얄팍한 계산이나 술수 없이 우직한 노력과 의지만으로 제 길을 걷는 사람들, 그래서 결국 각자의 신화를 이루고 기적을 맞이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 ‘희망의 증거’가 된 사람들. 저자는 이런 평범하지만 비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속삭이며 우리에게 진짜 삶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결국 삶은 ‘사랑’으로 귀결되는 듯합니다. 아름다움 역시 마찬가지고요. 마지막에 스스로가 스스로를 평가할 잣대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가, 로 마무리 되지 않을까요? 


책을 덮고 나면 영위하고 있는 이 작은 일상이 마냥 감사하고 재미나게 여겨집니다. 그리고 더 많이 사랑하고 싶은 욕심이 몽글몽글 솟아납니다. 가족을, 이웃을, 친구를, 자연을, 동물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평범한 오늘 하루를요. 스스로에게 작은 위로가 필요한 날이나 저도 모르게 일상에 투덜대는 날은 이 책을 펼쳐보세요.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그 혹은 그녀가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세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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