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합격과도 못 바꾸는 엄마의 한마디

2012. 11. 9. 09:4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일 년에 하루, 대한민국에 셀 수 없이 무수한 기도가 흐르는 날이 있습니다. 가슴 속에 신이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이를 응원하지요. 모르긴 몰라도 이날만큼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누군가를 토닥거려 주는 날은 드물지 않을까 싶습니다. 맞습니다. 바로 어제, 수능날의 풍경입니다. 수 년 간의 노력이 단 하루에 판가름 난다는 것은 다소 잔인한 룰이지만 이제 곧 스무 살을 맞이할 인생이라는 레이스의 출발주자들에게는 그런 자기와의 싸움도 받아들여야 할 삶의 한 부분이라는 듯 어김없이 수능의 그 날은 찾아옵니다. 


그런데 매 년 수능날을 전후로 안타까운 소식들도 어김없이 들려옵니다. 성적을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들 말이죠. 시험을 망쳐버렸을 때의 그 좌절감과 허무함, 막막함과 불안감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말 못 할 안타까움이 고개를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19살 때는 대학이 앞날의 전부이고 그 문이 셔터를 내리는 순간 인생이 끝장났다고 확신하겠지만 조금 살아보니 결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목청껏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렇다 해서 공부도 대학도 무시하고 살아도 좋을 만큼 아무 것도 아니라는 비현실적인 조언들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3을 건너고 있는 수많은 수험생들에게 건네고픈 이야기는 사실 이렇습니다. 

살아보니 공부도 대학도 물론 중요하더라, 그런데 결코 절대적이거나 전부는 아니더라. 


오늘이 힘들고 내일이 두려운 스무 살 청춘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이 한 권 있습니다. 고3 시절이나 힘겨운 자기와의 싸움을 앞 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지요. 내년에 곧 수험생이 될 조카 녀석과 미래의 어느 날 태어날 제 아이에게도 읽히고 싶은 책입니다. 이모나 엄마가 늘어놓았다면 심한 잔소리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아주 친절하고 재미있게 대신 전해주는 책이거든요. 바로 공지영 작가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입니다. 



[출처-yes24]




사실 처음 책 제목을 봤을 때 한참을 멍했습니다. 제목 자체로도 힘을 불어 넣어주는 응원의 메시지가 되는 것 같았거든요. 내가 어떤 삶을 살든 나를 응원하겠다니! 세상에 이보다 멋진 응원의 메시지가 또 있을까요? 


책은 공지영이 고3을 맞이하는 딸아이에게 보내는 편지글의 묶음입니다. 그리고 세상 모든 고3들에게 보내는 우렁찬 격려의 메시지이기도 하지요. 하루하루 자신과의 고단한 싸움을 벌여야하는 고3이라는 시절과, 이제 그 시기를 지나면 새로운 세상에 눈 떠야 하는 ‘예비 어른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의 글들입니다.


그런데 작가는 고3이 된 딸아이에게 그저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대학가고 좋은 직장잡고, 그래야 성공이다.’라는 단순무식(?)한 조언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철저히 작가답게(?) 사랑에 대해, 우정에 대해, 직업에 대해, 기타 삶의 많은 부분들에 대해 끝없이 밀려드는 질문들을 따스하고 유머러스한 어투로 잔잔히 대답합니다. 



‘위녕, 삶이 힘들까봐 너는 두렵다고 말했지. 그런데 말이야. 그래도 모두가 살아 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오르막은 다 올라 보니 오르막일 뿐인 거야. 가까이 가면 언제나 그건 그저 걸을 만한 평지로 보이거든.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눈이 지어내는 그 속임수가 또 우리를 살게 하는지도 모르지.’



스쳐 지나가는 옆집 아저씨도 고3을 맞는 아이에게 하는 말은 ‘좋은 대학가라’가 일반적인 현실에서 고3 딸을 둔 작가엄마는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현재를 살아라! 언제나 깨어 있어라!' 그리고 이 편지의 주인공인 딸 위녕은 책의 에필로그에 고백합니다. 엄마의 그 말은 그 어떤 좋은 대학과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한 자유였다고.


책을 읽는 내내 저는 위녕이라는 이 고3 아이가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하겠다며 인생에 관한 편지를 24통이나 보내주는 사람을 가졌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이고 행운일까요? 좋은 성적,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직업만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좋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최선’이라고, 결과가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지 않은 네 모습을 네가 싫어하게 될까봐 겁이 난다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사는 삶이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남에게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삶을 강요하는 것이 이기적인 것이라고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 자체로 얼마나 큰 힘이고 응원이겠습니까.



[출처-서울신문]




‘사랑하는 딸! 그냥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네가 살아 내는 오늘이 되기를. 당연한 것을 한 번 더 당연하지 않게 생각해 보기를. 아무 것도 두려워 말고 네 날개를 맘껏 펼치기를. 약속해. 네가 어떤 인생을 살든 엄마는 너를 응원할 거야.’



내신이 형편없어도, 혹 수능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해도, 남들보다 조금 먼 길을 돌아갈 수도 있겠으나 그것이 결코 인생 전체의 실패라고 간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어떤 삶을 살든 끝까지 우리를 응원할 이들을 떠올리며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 나가시길. 당당히, 두려움 없이 말이지요.  


마지막으로 70만 수험생 여러분, 그리고 수험생 가족분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