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12. 09:57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알라딘의 매력만점 친구 지니, 국경을 뛰어넘은 사랑이야기 포카혼타스, 시니컬하지만 헤라클레스가 영웅이 되도록 아낌없이 가르쳐준 필, 그리고 공주와 개구리의 재즈하는 악어 루이스까지. 여러분은 이 디즈니의 명작들 중 어떤 캐릭터를 가장 좋아하시나요? 다독다독이 이 모든 캐릭터들을 만들어낸 창조자, 에릭 골드버그의 마스터클래스에 다녀왔어요. 디즈니의 에릭 골드버그 감독은 올해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PISAF)의 심사위원장으로 내한하셨거든요. 한국의 애니메이션 지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자신이 그동안 어떻게 독특하고 개성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노하우를 함께 보실까요?
로빈 윌리엄스를 애니메이션으로 설득해 내다!
디즈니의 대표적인 캐릭터 중 하나인 알라딘의 지니를 만든 에릭 골드버그는 처음부터 디즈니에서 일한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는 광고 애니메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이 광고회사에서의 경험이 이후 디즈니에서 캐릭터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광고는 길어야 30초뿐인 시간 안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야 하며 메시지 파악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러려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쉬우면서도 잊혀지지 않는 독특한 캐릭터 항상 생각해야만 했다고 합니다.
에릭 골드버그는 1990년에 디즈니에 입사하여 알라딘의 지니를 이런 광고회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개성을 지닌 캐릭터여야 했는데 특히 목소리 연기를 맡기려고 생각 중인 로빈 윌리엄스의 스타일과 분위기도 묻어나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로빈 윌리엄스의 스탠드업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그의 움직임과 개성을 테스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이를 본 로빈 윌리엄스가 굉장히 인상깊다는 평을 하며 지니 역을 맡았다고 하는데요. 에릭 골드버그 감독은 애니메이션으로 로빈 윌리엄스를 설득해낸 이 경험이 애니메이션 일생에서 가장 기쁜 순간 중 하나였다고 해요.
에릭 골드버그 감독은 그때의 테스트 애니메이션을 아낌없이 학생들을 위해 공개해주었습니다. 선으로 이루어진 지니와 알라딘이 보이시죠?
알라딘부터 헤라클레스, 포카혼타스까지. 캐릭터는 움직임에서 나온다
에릭 골드버그가 캐릭터 창조에 있어 가장 초기에 설정하는 것은 다름아닌 ‘걸음걸이’라고 합니다. 아무 말이 없더라도 어떻게 걷는지를 보면 성격이 급한지 느긋한지,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등등 그 캐릭터의 성격을 알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는 헤라클레스에서 필을 만들며 어느 정도 인생을 포기해 시니컬해진 중년의 다소 신경질적인 걸음걸이를 만들었다고 해요. 또한 신화속에서 필은 사튀로스, 즉 인간과 염소가 합해진 반인반수이기 때문에 염소의 특성도 움직임 속에 녹여넣었다고 하네요.
에릭 골드버그가 공동 감독한 포카혼타스에서도 역시 움직임을 통해 존 스미스와 포카혼타스의 성격 그리고 상황을 풀어내었다고 합니다. 캐릭터를 만들 때 포카혼타스는 자기가 속한 공동체와 자연에 대한 애착, 자부심이 높아 보여야 했고, 존 스미스는 그들을 서양식으로 도시화시키는 것이 좋은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있어 보여야 했습니다. 에릭 골드버그는 이를 움직임을 통해 극단적으로 대조해 보였는데요. 포카혼타스가 자연속에서 날렵하고 자연스레 물흐르듯 움직이도록 연출했다면 존 스미스는 자연속에서 어딘가 어색하고 굼뜨게 그렸다고 합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 포스터
이는 두 사람의 애완동물인 영국 퍼그와 미국 너구리의 움직임을 통해 나중에 다시 한 번 대조되게 되지요.
또한 에릭 골드버그는 캐릭터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전조사를 철저히 하는 타입이라고 합니다. 판타지아 2000에서 연출을 맡았던 랩소디인블루와 요요를 하는 홍학도 그런 경우인데요. 요요의 움직임을 잡아내기 위해 요요를 잘하는 동료를 데려다 놓고 비디오를 찍었는데 이 영상을 통해 요요는 손목의 스냅임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손목 움직임의 디테일을 확장하여 홍학으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랩소디인블루의 딸 캐릭터의 경우 고민을 하다보니 자신의 딸이 딱 맞는 것을 발견하고 딸의 움직임을 연구해 만들어 냈다고 하죠. 이처럼 캐릭터를 개발할 때 고민하다 보면 그 해답이 눈앞에 있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해요. 그 해답이 되는 눈앞의 대상에서 유일무이한 움직임을 뽑아낼 수 있으면 되는 거죠.
그리고 이미 역사가 쌓여 바꾸기가 힘든 전통적인 캐릭터를 다룰 때는 그 캐릭터가 처한 환경만을 바꿔도 캐릭터의 방향을 어느 정도 자신이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잠시 디즈니를 떠났을 때 루니툰 인 액션을 만들며 로드런너와 코요테가 만나는 소품과 환경을 조금 바꿔줌으로서 수십년 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현대에 어울릴 수 있게 만들었죠.
우리는 거인의 어깨에 서있다. 온고지신이 중요하다
마스터클래스가 끝나고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학생들의 질문 공세가 뜨거웠는데요. 에릭 골드버그는 이때도 거의 모든 답변에 신체와 움직임에 대한 이해가 제일 중요하다고 답변했습니다. 캐릭터의 룰을 깨든 깨지 않든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어떤 움직임을 통해 캐릭터를 드러낼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요. 그리고 이는 디즈니를 비롯해 수십년 동안 쌓여온 거인들의 유산이 있기 때문에 오늘날의 우리가 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라고 겸손함을 보였습니다. 우리는 거인의 어깨에 서있을 뿐이지 우리만으로 그렇게 클 수는 없다고요. 그리고 아직 어리다면 더 많은 경험을 쌓기를 추천했습니다. 자신이 광고회사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요.
모든 강의가 끝나고 에릭 골드버그가 학생들에게 직접 사인을 해주었어요. 동료들이 캐릭터 참고용으로 자신의 사진을 찍어가길 좋아한다고 했는데 정말 모습만으로도 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았습니다. 일이 잘 안될 때 목소리는 마치 도널드 덕 같았고요. 한 명 한 명과 얘기를 나눠주시며 사인과 그림을 그려주었습니다. 이제 수능도 끝나고 학생들께서는 어떤 길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혹시 애니메이션을 생각하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도움이 되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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