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팡 시인 ‘하상욱’이 주목받는 이유

2013. 2. 21. 10:06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yes24]



카카오톡의 국민게임이었던 애니팡을 하면서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이 시를 처음 봤을 때 많은 분이 공감과 웃음을 지으셨을 겁니다. 이 밖에도 잠, 생수, 포토샵, 로이킴 등 그의 대표작은 인터넷상에서 굉장한 반응을 얻고 있어요. 이렇게 절묘하고 재밌는 시를 누가 지었을까? 작가가 궁금해지셨을 텐데요. 의외로 저자는 시인도, 그렇다고 국문학 전공자도 아닌 시각디자인 전공 회사원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이 시의 작가는 SNS 시인이라고 불리는 하상욱인데요. 시만큼이나 독특한 구석이 있는 분입니다.



하씨는 "사람들이 저를 작가로 부를지 시인으로 부를지 회사원으로 부를지 머뭇거릴 때 내 전략이 성공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후략) 

[비주류, 세상을 두드리다] <12> ‘SNS 시인'하상욱 (한국일보, 2013-01-22)



자신이 무엇으로 불릴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전략이었다는 이 작가, 하상욱. 그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전자책 기업의 기획자로 근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회사원이 주업이고 작가로서 시를 쓰는 것은 일종의 부업인 셈이죠. 그래선지 그는 자신의 글이 시가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으며 자신의 글은 철저히 독자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단편 시집을 내기도 한 그는 지금도 자신이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든다고 하는군요. 그는 자신의 글이 글쓰기라기보다는 일종의 디자인 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글을 운율감 있어 보이게 디자인한다는 것이죠. 띄어쓰기를 일부러 틀린 게 쓴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일본의 단시인 하이쿠 같다는 평이 나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작품이 글쓰기가 아니라 디자인 작업이라는 그.


트위터 : https://twitter.com/TYPE4GRAPHIC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type4graphic



[출처-하상욱 페이스북]



그렇다면 하상욱의 시처럼 간결하면서도 재치 있는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의 텍스트 디자인 노하우는 이렇다고 합니다.



“어떤 상황을 포착하면 가장 먼저 제목을 떠올려요. 그 후엔 그 상황의 또 다른 의미, 중의적인 의미를 생각하죠. 슬프면서 웃긴 블랙코미디를 표방해요. (중략) 한 번의 영감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 나갑니다.” (후략) 


`서울시`  출간한 하상욱 씨 "내 글은 詩라기보단 디자인"(한국경제, 2012-02-03)



의외로 센스가 아닌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 쓴 시들이라고 합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좋은 글쓰기 방법인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네요. 그러면서 그는 단순히 자신의 글들이 웃기려고 쓴 건 아니라고 진지하게 말합니다. 각 글에 의미를 부여하고 매우 진지하게 쓴다고 해요. 웃음은 장치이지 목표가 아니라고 합니다. 스스로 쓰는 글이 무엇으로 불리든 그의 글쓰기 자세는 여느 작가 못지않을 것 같습니다. 이 진정성을 독자들도 알아주기 때문이 이토록 반향을 얻고 있는 거겠죠?


거기에 더해 하상욱 작가는 자신의 글들이 이렇게 폭 넓게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될 수 있었던 공을 자신을 둘러싼 환경인 회사에도 돌렸습니다. 개인 SNS에 올리던 글들을 알아봐주고 전자책으로 낸 것은 동료들의 아이디어와 회사의 지원 덕분이라고 해요. 그는 단기적 득실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직원 개개인의 재능을 살려주는 회사가 참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하 씨는 "처음엔 개인 SNS 계정에서 작품을 친구들과 공유했지만, 아무래도 많은 독자와 만날 가능성은 희박했다"라며 "동료들의 아이디어와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서울시』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애니팡 시인' 하상욱, 시집 '서울시' 3권 전자책으로 (독서신문, 2012-01-25)



구글의 20% 타임제가 창조경영의 핵심엔진으로 각광을 받아온 것처럼 창조적인 일을 해야 하는 곳에서는 회사의 혁신적인 마인드와 서포트도 참으로 중요하다는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출처-yes24]



그는 이미 전자책으로 시집인 ‘서울 시’를 냈습니다. 그것도 무료로요. 하상욱의 글들을 얼른 감상하고 싶으시다면 전자책을 살펴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네요.


☞ 하상욱 단편시집 - 서울 시   

☞ 하상욱 단편시집 - 서울 시 2 

☞ 하상욱 단편시집 - 서울 시 3 


하지만 역시 시는 종이책으로 찬찬히 음미하며 읽어야 제 맛이죠. 그는 3권까지 나온 전자책에 수록된 시를 비롯해 미발표된 100여 편의 그림과 시, 산문을 더해 종이책을 냈습니다. 시집 제목은 그대로 ‘서울 시’라고 해요. 종이책으로 하상욱 작가의 톡톡 튀는 공감 센스 좀 받아볼까요? 끝으로 최근 많은 분들의 공감을 받은 하상욱 작가의 최신작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출처-하상욱 페이스북]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