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로 본 제주 4.3사건

2013. 4. 3. 09:38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독립영화 ‘지슬’이 개봉 13일 만에 관객 6만 5,000명을 불러 모으며(4월 2일 기준)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제주 지역의 이야기를 다룬데다가, 제주도 사투리 덕분에 시종일관 자막을 함께 봐야 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으로 이루어진 영화이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지슬’은 또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여 더욱 화제가 되었는데요. 



▶ '지슬'은 제주 영화'의 쾌거, 오멸 감독을 만나다 (미디어스)


▶ 영화 '지슬' 6만 관객 달성 목전 "섬세하고 강렬한 영상" (한국일보)  



[출처-서울신문]




마침내 변방의 우짖는 새의 노래에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량과 귀것들이 모여 한바탕 자파리하다가 제라허게 사건 하나 쳤다. 오멸(본명 오경헌) 감독의 영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 2>가 제29회 선댄스 영화제 (Sundance Film Festival)에서 월드 드라마(WorldCinema–Dramatic) 부문 심사위원 대상(Grand Jury Prize)을 차지한 것이다. 이 상은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지난 한 해 동안 만들어진 독립영화 중 최고의 작품에 주는 영화제 최고의 상이다.(후략) 


전 세계가 주목한 영화 '지슬', 그 다음은?( 제주의 소리, 2013-03-15)



이토록 뜨거운 흥행 돌풍은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담은 영상, 무거운 상황에서도 피어나는 유머, 그리고 제주 4ㆍ3사건에 대한 관심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은 영화 ‘지슬’에서 다루고 있는 제주 4ㆍ3사건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제주 4ㆍ3사건 다시 알기


제주 4ㆍ3사건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일어난 민중항쟁입니다. 광복 이후 남로당 제주도당이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며 무장봉기하고, 미군정의 강압이 계기가 되면서 일어난 사건이죠. 1948년 4월 3일 새벽 2시에 남로당 제주도당 당원 350명이 무장을 하고 제주도 내 12개 경찰서를 급습하면서 유혈사태가 번져나갔다고 해요. 



[출처-서울신문]



이는 무고한 제주도 주민들이 희생당한 슬픈 사건입니다. 1만 5천 명이 희생되었는데, 이는 5.18 민주화 운동(228명)이나 거창사건(934명)보다 피해 규모가 훨씬 크죠. 하지만 제주 4ㆍ3사건을 잘 모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국가 기념일로도 지정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일부 교과서에서는 제주 4ㆍ3사건을 좌파세력의 반란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하네요.




무고한 주민들의 뼈아픈 희생


영화 ‘지슬’은 제주 4ㆍ3사건 당시 동굴로 숨어들어 몸을 피했던 서귀포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해안선 5km 밖의 모든 사람을 폭도로 간주하고 무조건 사살하라’는 미군정의 소개령이 내려지면서 주민들은 좁고 어두운 동굴로 들어가게 되지요. 이들이 동굴 안에서 나누어 먹는 음식이 바로 지슬, 즉 감자입니다. 감자를 나눠 먹으며 이웃과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고, 다친 군인을 위해 감자를 남겨 놓기도 하죠. 



[출처-서울신문]



이북 출신의 대장은 ‘빨갱이’를 죽이기 위해 칼을 들고, 김일병은 빨갱이를 잡지 못했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합니다. 김일병은 ‘내가 살기 위해서는 남을 쏴야 한다’는 괴로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바깥에는 총성이 울리지만 동굴 안은 비극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보채는 아이를 달래기도 하고, 두고 온 돼지를 걱정하기도 하며, 좋아하는 여자에 대한 마음을 들킬까봐 맘 졸이기도 하죠. 그들이 웃을 수 있는 건 동굴 밖으로 곧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주 4ㆍ3사건은 무고한 사람들의 이들의 많은 것을 무너뜨립니다.



희생자의 넋을 기리며


영화 ‘지슬’은 분명 제주 지역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지만, 이건 제주만의 특수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국가적 폭력이 자행되었을 때, 선량한 시민 누구라도 이와 같은 일을 당할 수 있을 테니까요. 또한 빨갱이를 죽이다 인간백정이 된 군인이나 명령에 불복해 추운 겨울에 발가 벗기운 채 벌을 서는 부하, 동굴 안에 숨어 감자를 나누어 먹는 주민들은 모두 거친 역사의 피해자입니다.

 


영화 ‘지슬’은 신위(영혼을 모셔 앉히다), 신묘(영혼이 머무는 곳), 음복(영혼), 소지(신위를 태우며 드리는 염원) 등 네 개의 시퀀스로 구성되어 제의적 형식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제주 4ㆍ3사건으로 무고하게 희생당한 사람들의 넋을 기리고, 이 땅에서 다시는 이같은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기원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오늘 4월 3일, 주위를 돌아보는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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