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비웃는 ‘토렌트’가 위험한 이유

2013. 4. 25. 10:05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장발장의 인생 역경과 팡틴의 애처로움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큰 흥행을 한 힐링 무비 레미제라블. 첫사랑 신드롬을 일으키며 신인 배우 수지를 국민 첫사랑으로 등극시킨 건축학개론. 모두 작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큰 사랑을 받은 영화들인데요. 안타깝게도 다른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영화의 불법 해적판 때문에 위협을 겪었거나 실제로 막대한 피해를 본 영화들이죠. 예전에는 단순히 다운로드 사이트나 웹하드 등만 감시하면 되었던 불법다운로드가 일명 토렌트라는 프로그램으로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 레미제라블 홈페이지]




불법 복제물 피해규모 8,000억 원대. 현실적인 단속은 속수무책


한국 여배우 배두나(33)도 출연해 한국 개봉 전 기대감을 키웠다. 이 영화를 수입한 ‘블루미지’ 박민정(43·여) 대표는 14일 “미국에서의 흥행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한국 시장에서의 반전이 기대됐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개봉을 사흘 앞둔 지난 1월 6일 저녁 악재가 터졌다. 해적판이 인터넷상에 나돌기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퍼졌다. 러시아발 불법 복제 영상에 한국인들이 자막 작업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영화는 개봉 3주 만에 상영관에서 밀려났다. 박 대표는 “불법 복제판 탓도 적지 않았다”며 “이를 유통시킨 개인과 인터넷 업체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후략)


영화 해적판 불법 유통 현행법 비웃는 ‘토렌트’ (중앙일보, 2013-04-15)



레미제라블과 건축학개론 뿐 아니라 배두나의 헐리우드 진출작인 클라우드 아틀라스도 불법다운로드로 이처럼 손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기존의 불법다운로드 사이트나 웹하드뿐 아니라 그 중심에는 토렌트가 있었는데요.



토렌트(Torrent)란 개인과 개인의 컴퓨터를 잇고 파일을 공유하는 P2P(Peer to Peer) 방식 파일 공유 시스템의 일종입니다. 불법 다운로드를 위해 가입하여 ID와 비밀번호가 필요했던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나 웹하드와는 달리 토렌트의 경우 프로그램만 설치하면 끝이라 문제가 더 심각해졌습니다.



파일을 내려 받을 때 해당 파일을 보유한 여러 명의 컴퓨터로부터 일부분을 조각조각 나뉜 형태로 가져오기 때문에 파일 하나를 통째로 내려받는 웹하드 공유 방식과는 다릅니다. 바로 이 점이 가장 큰 문제인데요. 조각조각 나누어 받아오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른 사람을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출처 – 서울신문]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토렌트가 공유되는 인터넷 주소를 막는 수밖에 없는데 현행법에 따르면 그 인터넷 주소 상의 사이트에서 공유되는 파일이 모두 불법이라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합니다. 법적 문제를 피하자 현실적인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 거죠. 법으로 잡자니 현행법상 불법을 저지른 사람이 누군지 특정이 힘들고, 다른 방법으로 잡자니 인원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어 현실적으로 힘이 든 상황입니다. 



정부와 방송사, 영화사 등은 토렌트 사이트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지만 처벌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별다른 회원가입 절차 없이 별도 프로그램 실행만으로 운영되는 토렌트 특성상 개인을 식별하기 어렵고 저작물의 일부를 올리는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어 적발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방송사와 저작권위원회는 IP차단이나 사이트 폐쇄 조치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관련 조건이 까다롭고 시일이 오래 걸려 실효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후략) 


방심위, 불법 콘텐츠 유통 `토렌트` 심의조차 안했다 (전자신문, 2013-04-17)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영화, 음악, 만화 등 문화계가 받는 피해는 연일 늘어가고 있습니다. 저작권보호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영화산업에서 불법 복제물 때문에 피해 규모가 2011년 기준으로 7,941억 원, 약 8,000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작년에 한국 영화의 성장세가 폭발적이었고 인기작품도 더 많이 나왔으니 2012년에는 피해 액수가 1조 원대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법보다 빠른 기술 발전. 정부, 업계, 소비자 모두의 힘이 필요한 때


법보다 빠른 기술 발전 때문에 보호받아야 할 저작권이 무방비로 불법다운로드에 노출되고 있는데요. 문화가 풍요로워지기 위해서는 그 문화를 만드는 창작자들에게 온전한 수익이 돌아가야 더 좋은 문화가 꽃피는 선순환이 일어나겠죠. 그래서 현재의 불법다운로드는 문제가 큽니다. 그렇다면 내놓고 있는 해결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출처 – 서울신문]



우선 저작권위원회는 법 규정이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걸 고려하면 인터넷 분야 저작권 침해에 대한 심의 의결 기능을 민간위원회 조직이 아닌 행정부와 저작권위원회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합니다. 더욱 기민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일원화를 통해 심의 기능을 간소화해야 한다는 거죠. 실제 토렌트 사이트들은 법적 책임을 피하고자 법의 효력이 닿지 않는 제3국가로 이전하는 경우가 많기에 빠른 조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미국처럼 불법 파일 조각을 올리는 것을 강하게 처벌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수입배급사에 저작권 권한을 위임해 민사는 물론 형사소송도 진행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원저작자가 아닌 이상 형사소송을 진행할 수 없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실질적인 법적 조치가 취해지기 어려운 구조라고 합니다. 


혹시 걱정하실 분이 계실까 봐 덧붙이자면 이 법으로도 비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충분히 보호받고 있습니다.




[출처 – 구글]



예를 들어 구글은 1998년 미국에서 제정된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에 따라 검색 결과에서 불법다운로드나 토렌트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의 온라인 권리를 적극 인정한 것이죠. 하지만 2008년 8월에 미국 산호세 법원은 UCC에 사용된 음악이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권리를 가진 저작권자도 UCC 삭제를 요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거든요.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이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건 유튜브와 UCC 덕이 컸을 텐데요. 바로 이런 법적 해석 아래서 이루어진 것이었나 봅니다.



물론 가장 필요한 건 소비자들이 스스로 공정한 이용을 하는 것이겠죠.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를 아낀다면 말입니다. 강남스타일의 대기록 수립 이후 이제 2억 뷰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싸이의 젠틀맨. 만약 저작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다면 전 세계적인 한류가 지속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문화의 자부심을 위해서도 토렌트와 불법다운로드를 자제하시고 공정하게 문화를 즐겨주세요.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