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기자가 말하는 글쓰기 원칙 살펴보니

2013. 4. 25. 14:03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과 함께 2012년 봄, 이화여자대학교에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8명의 기자가 강단에 섰습니다. 주제는 '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에서 열린 이 강연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언론인을 목표로 준비하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글쓰기 기본 원칙을 소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소중한 강연을 모아 책으로 발간 하였는데요.  


기자들의 글쓰기 노하우를 딱딱하지 않게 잘 풀어낸 <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은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꼭 알아두어야 할 기본적인 글쓰기 원칙이 차곡차곡 담겨있습니다.글쓰기 방식뿐만 아니라 저널리스트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도 생각해 보게 하는데요. 기자들이 이것만은 꼭 지켜 쓴다는 글쓰기 원칙,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볼까요?




[출처-YES24]




우리말을 지키는 글쓰기


‘일몰일어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사물을 표현하는 데는 한 단어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늘 주의하는 것은 적확한 말을 찾는 것입니다.


-임철순(한국일보 논설고문)

 



“큰 호텔에서 불이 나 사람들이 죽고 난 뒤 또 불이 났다면 이것을 어떻게 전달 할 것인가요?” 



▲53명의 목숨 앗아간 1972년 서울 시민회관 화재 [출처-서울신문]  



우리는 2가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만약 불이 난 호텔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호텔에 대해 대략 설명한 뒤 사건을 말해야 하고, 이 호텔을 다녀와 본 사람한테 이야기한다면 본격적인 사건만 설명해야 한다고 합니다. 즉, 자신의 글을 읽을 독자를 고려해 적합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죠. 이렇듯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글쓰기 원칙 첫 번째는 바로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정확한 표현을 쓰는 방법에는 정확한 단어와 문장을 사용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임철순 논설고문은 ‘일몰일어설’이라는 말을 강조합니다. 한 사물을 표현하는 데는 한 단어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인데, 대상을 표현하거나 설명을 할 때 늘 정확한 말을 찾아 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대상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표현 그리고 문법에 어긋나지 않는 표현 사용이 글을 잘 쓰는 가장 기본 정신이라는 것이지요. <한국일보>에서 만들어 처음 사용한 ‘신세대’와 ‘오렌지족’이라는 단어는 이를 지칭하는 집단의 성질을 잘 파악한 후 적합한 표현을 만들어 낸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왜’를 중심으로 한 통찰력 있는 글쓰기


의미를 찾아 쓰는 것은 ‘왜’라는 이유를 찾는 데서 나옵니다.

‘왜’라고 묻기 전에는 절반만을 쓴 것이고,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느냐’까지 물으면 더 깊은 기사가 됩니다.


-김순덕(동아일보 논설위원)



김순덕 논설위원은 단순히 표면적 사실만을 전달한 것이 아니라 그 주제에 대해 정보를 찾아보고 공부해야 함을 강조하며,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작성한 ‘독특한 사실’의 기사가 잘 쓴 기사의 표본이라고 하였습니다. 독자의 흥미나 감흥을 유발하는 글쓰기를 위해선 ‘통찰력’이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죠.  




▲2737년에 한 번 찍는 사진, 고대 이집트인이 연출한 우주쇼 [출처-서울신문]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표면적 사실과 이야기에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피라미드에 대한 글을 쓴다고 했을 때, 피라미드에 대한 역사만을 나열한다면 특색 있는 글을 쓸 수 없지만 왜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피라미드를 지었는지, 그리고 왜 피라미드와 같은 형태의 구조물을 지으려 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다면 더 깊은 관점과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즉 통찰력 있는 글을 작성하기 위해서 ‘왜?’라는 질문은 필수적 요소라는 것이죠. 




무엇을 쓸 것인가


기사를 쓴다고 했을 때는 크게 두가지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어떻게 쓸 것인지’와 ‘무엇을 쓸 것인지’입니다.

다시 말해서 기자의 일이라는 것은 이 두 가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오병상(JTBC 보도국장)


글을 쓸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무엇을 쓸까?’입니다. 같은 장면을 보고 있지만, 그 속에서 어떤 것에 초점을 둘 것 인가에 따라 글의 질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오병상 보도국장은 신문사 시험을 예시로 드셨습니다. 


“남대문 시장에 가서 기사를 써오라’고 했을 때, 우리 머릿속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복잡하고 시끄러운 남대문 상가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충분히 독자의 시선을 끌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들이 존재합니다.” 



시험이 끝난 후 기억에 남는 기사는 바로 남대문에 있는 포르노 극장을 취재한 기사라고 하셨습니다. 오병상 보도국장도 몰랐던 남대문에 있는 포르노 극장에 초점을 두어 극장의 변화에 대해 취재를 한 기사는 일반적인 남대문 풍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주제였다고 합니다. 이렇듯 같은 남대문에 관한 기사라도 어떤 소재를 잡느냐에 글의 방향은 달라집니다.



참신한 소재를 골랐다면 어떤 구성으로 글을 쓸 것인가도 중요하다고 강조셨습니다. 정보-분석-비판-대안 과 같은 식의 구조를 미리 작성하여 이에 알맞은 글쓰기를 하는 것입니다. 뼈가 있기 때문에 우리 몸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듯이 글 또한 탄탄한 구조를 설정해야 균형 잡힌 문단 구조를 가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다 작성했다면 자신이 쓴 글을 꼭 다시 한 번 읽어봐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지나치게 긴 문장은 없는지 살펴보고 수동태 표현과 같이 번역 투의 말은 없는지 살펴보면서 마지막까지 완벽한 글의 완성을 위해 다듬어야겠죠? 




문장의 리듬을 살리는 글쓰기


리듬이 없는 글은 덜컹거립니다.

자기가 글을 써놓고 이 글이 매끄러운지 잘 모를 때가 있습니다.

이때 소리를 내서 읽어보는 것이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그냥 눈으로 보는 것과 많이 다릅니다. 


-오태진(조선일보 수석논설위원)



오태진 수석논설위원은 이해가 쉽고, 집중력이 높은 글쓰기의 노하우는 바로 리듬감 있는 글을 작성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리듬감 형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 바로 단문 쓰기입니다. 구구절절 사연을 나열한 장문보다 스타카토처럼 끊어지는 단문 쓰기가 전달력이 높다고 하는데요. 굳이 감정어가 섞이지 않아도 오히려 단문을 통해 내용을 충분히 전달한다면 글 속의 감성을 더욱 크게 전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이 문구는 단문필치로 유명한 헤밍웨이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입니다. 하지만 이 짧은 문장만으로도 독자는 문장 속에 담긴 감정과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단문 쓰기의 매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지요.



▲단문 필치로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 [출처-서울신문]



좋은 글쓰기는 어렵습니다. 오랜 시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 살펴본 네 가지 글쓰기 원칙들은 서로 다른 노하우를 설명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공통점들이 많습니다. 글을 쓸 때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들인데요. 핵심을 꿰뚫는 주제를 선정하는 것과 단문 작성을 습관화하는 것 그리고 번역투와 같은 어색한 문법 사용을 지양해야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원칙을 아무리 되새겨도 다음 하나가 부족하다면 좋은 글을 쓰기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바로 다독(多讀)의 습관화입니다. 다독만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가장 큰 핵심 원칙임을 모두가 강조하는 만큼 우리 모두 다독에 힘써야겠습니다.



“글쓰기는 간단합니다. 타자기 앞에 앉으십시오. 그리고 혈관이 열리고 이마에서 핏방울이 흘러내릴 때까지 애를 쓰면 됩니다.”  -레드스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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