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여행 어떤가요? <테마가 있는 여행 책>

2013. 5. 10. 14:01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입니다. 쳇바퀴 도는 일상을 삐걱거리며 영위하다 보면 달콤한 일탈이 떠오르게 마련이죠. 여행이야말로 그 달콤한 일탈에 가장 어울리는 녀석일 테고요.



이 글을 쓰는 저는 지금 중국의 낯선 대도시에서 이국적인 향과 정취에 둘러싸여 ‘달콤한 일탈’을 맛보고 있습니다. 매일 같은 노선의 버스를 타고 같은 거리를 거닐며 같은 책상에서 업무를 보던 판에 박힌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매일 새로운 곳에서 눈을 뜨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음식과 문화를 접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여행의 사전적 의미는 거주하던 곳을 떠나 낯선 곳에 놓이는 것이겠지만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다소 다릅니다. 일상을 잊고 싶어 떠나는 길목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리어 떠나온 일상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이야기하지요. 하루하루에 쫓겨 돌아볼 수 없었던 지난 시간들을 정리하고, 늘 곁을 지켜 소중함을 망각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언제인지도 모르게 식어버린 열정에 다시 불을 지피는 일은, 놀랍게도 익숙한 자리에서 떠나야 가능해지는가 봅니다. 




[출처- yes24]




박준의 <온더로드>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책의 부제인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었어’라는 한 줄의 카피를 가슴에 담고 길을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죠. <온더로드>는 여행책이지만 기존의 여행책과는 조금 다릅니다. 일반적인 여행책이 저자의 여행에피소드와 사진이 가득하다면 이 책에는 저자가 여행길에서 만난 이들 제 각각의 사연과 미소가 가득합니다. 저자는 캠코더를 가지고 방콕의 카오산로드를 여행하며 그 속에서 만난 여행자들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이 여행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신의 지난 일상은 어떠했는가? 여행길에서 당신은 어떤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는가? 그리고 당신은 지금 진정으로 행복한가?



저자 박준은 10년 전 우연히 방콕 카오산로드로 여행을 떠났고, 그 곳에서 장기배낭여행자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일주일만 일상을 벗어나도 불편하고 불안하기만 한 자신과 달리 그들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3년까지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면서도 여유 넘치고 행복한 웃음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몸이 쉴 수 있는 한 평 공간과 걸을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 배낭 하나에 든 짐이 전 재산임에도 그들은 이것으로 충분히 넉넉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실 처음부터 행복해지고자 하는 마음뿐인지도 모르겠다면서요. 



돌아가면 머물 집도 절도 없이 전세금을 몽땅 들고 여행을 떠나온 사람에서부터 학교를 자퇴하고 홀로 인도로 떠난 여고생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나이도 국적도 떠나온 이유도 상이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행을 통해 행복해 지는 길 한 가지를 찾았다는 것입니다. 행복에 이르는 다양한 방법 중에 자신에게 꼭 맞는 행복을 찾고, 더불어 자신의 진짜 욕망도 들여다보게 되는 것, 이것만으로도 길고 긴 여행의 목적은 충분한 것 같습니다.





[출처- yes24]




<온더로드>가 인터뷰 형식의 ‘사람여행책’ 이었다면 지금 소개 할 이 여행은 ‘미각여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로 탁재형의 <스피릿 로드>입니다. 이 책은 여행의 순간을 더욱 황홀하게 만드는 달콤 쌉쌀한 ‘술여행책’입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자고로 술이란 한 민족이 살고 있는 자연 환경과 성정과 특질이 농축된 문화의 결정체! 그러므로 각국을 여행하며 그 지역의 술을 마시는 행위는 그 지역의 문화와 온전히 하나가 되는 경험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피디이기도 한 저자는 특유의 통찰력과 해박한 문화적 지식, 유머감각을 버무려 세상의 모든 술에 관한 지적이면서도 유쾌한 수다를 한바탕 풀어놓습니다. 히말라야의 고단함을 치유하는 묘약인 네팔의 락시, 아마존 정글의 맥주인 마사또, 마시는 이의 감정에 따라 달라진다는 보드카, 그리고 절대 빠질 수 없는 대한민국의 전통주 죽력고까지. 저자의 테마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은 넓고 맛난 술은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즐거움이 동시에 찾아옵니다. 



누구나 하는 배낭여행이나 단체 패키지여행도 좋지만 한 번쯤은 나만의 테마를 가지고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위에 소개한 두 권의 책 이외에도 테마를 가지고 떠난 여행은 무수히 많습니다. 누군가는 세계 각지의 음식을 맛보는 식도락여행을 떠나기도 했고, 누군가는 세계 각지의 축제에 참관하는 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존경하는 문인의 작품 배경을 따라간 여행도 있고, 유럽의 고서점을 순례한 낭만적인 여행도 있습니다. 



올 휴가 때는 미리미리 나만의 테마여행을 계획해봄은 어떨까요? 당신을 좀 더 행복하고 유쾌하게 만들어줄 당신만의 스토리가 담긴 여행을요.



참고도서

박준/<온더로드>/ 넥서스Books/2012.07.27

탁재형/<스피릿 로드>/시공사/2013.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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