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신사 참배, 나라별 반응 살펴보니

2013. 4. 29. 09:29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일본에서 아소 다로 부총리에 이어 여야 국회의원 168명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지난 23일. 당연히 한국과 중국 등의 여론이 들끓어 올랐습니다. 그 와중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정당화 움직임과 망언으로 이 사태를 더 크게 만들고 있는데요. 이에 미국 등 세계 각국의 언론들도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논평을 냈습니다. 오늘은 각 나라 언론들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어떤 관점의 기사를 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일본, 야스쿠니를 둘러싸고 언론 보도도 분열된 모습


야스쿠니 신사는 아시다시피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우리나라와 중국 등을 침략하여 식민지화한 일본의 대표적 A급 전범이 합사된 곳입니다. 따라서 이곳을 참배한다는 것은 전쟁 범죄에 대한 반성은커녕 그때를 기리는 행위라고 봐야죠. 당연히 식민지 피해를 당한 우리나라나 중국 등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부총리와 국회의원 다수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후 한국과 중국 등 세계의 비판적 여론이 쏟아지자 일본 정치권은 진영별로 자기 분열적인 변명을 했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대화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는데요. 상대의 말은 듣지 않겠지만, 대화는 계속하겠다는 모순적인 이야기입니다.



이미 아베 신조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각국의 비난에 대해 “나라를 위해 귀중한 생명을 바친 영령들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어떤 위협을 해도 굴하지 않고 이 자유를 지켜나가겠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외교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하자 일본 정부의 대변인 격인 관방장관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가 일본의 중요한 인접국인 한국, 중국과의 관계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라며 진화 시도에 나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이처럼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미국 등이 보기에는 우경화나 군국주의에 대한 우려의 측면으로 다가오지만, 일본 국내에서는 기본적으로 정치의 문제입니다. 한마디로 정치적으로 이익이 되면 밀어붙이는 거고 손해가 되면 한발 빼는 문제로 보입니다.



그 예로 이번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하시모토 도루 일본유신회 대표의 부정적 발언을 들 수 있습니다. 일본유신회는 최근 큰 지지를 받는 새로운 정당이지만 기본적으로 아베 신조의 자민당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보수 정당에 가깝습니다. 하시모토 대표는 지난해에 이미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일본 역사를 만들어 온 분들께 예를 올리는 건 당연하다.”고 발언했죠. 이번 아베 신조 총리의 발언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가 이번에는 북핵 문제로 주변국들과 외교적 힘을 모아야 하는 이때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행위는 좋지 않다며 자신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작년 자기 발언을 손바닥처럼 뒤집어 버린 거죠.




[출처 – 서울신문]




같은 우파이면서 총리에게 반대하는 의견을 내는 것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과 아베 신조를 견제하기 위함이 큽니다. 이렇듯 야스쿠니 신사도 일본 내에서는 선거에 쓰일 카드의 하나로 보고 있는 거죠. 아마도 일본 정치권에서는 7월 선거가 끝날 때까지 야스쿠니 신사 문제를 비롯해 독도 등 여러 가지 민감한 사안들을 자기 당의 득표를 위해 지속해서 이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야스쿠니 신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가운데 언론들은 대부분 의외로 이번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를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건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수지로 일컬어지는 요미우리신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수성향의 요미우리신문도 24일 사설에서 “아소 다로 부총리 등의 야스쿠니 참배가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준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아소는 부총리라는 요직에 있는 만큼 더 신중할 수 없었나”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이어 “센카쿠열도 문제로 일·중관계가 험악해지고 있는 가운데, 먼저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아베 외교의 최우선 과제”라고 부연했다.(후략) 


극우 하시모토 “정치인은 외교적 태도 생각해야” 비판 (경향신문, 2013-04-24)



우리나라에서 진보 지로 통하는 아사히신문은 23일 ‘왜 불씨를 키우는가.’라는 사설을 통해 침략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반복하면 이웃국가뿐 아니라 구미 국가들의 불신이 강해진다는 비판을 했습니다. 또한 유력 일간지인 마이니치신문도 ‘각료 참배는 무신경한 것이다.’란 사설을 통해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에 아연실색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역사문제를 과열시키지 말라’는 사설을 통해 이웃국가들을 두루 살피는 판단을 해야 했는데 섣불렀다는 비판을 했습니다. 극우지로 통하는 산케이 신문 정도가 저번에는 북한이 핵을 터뜨린다는 둥 말로 협박하더니 이제는 남한이 그런다며 우리나라의 반응을 비꼬았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야스쿠니 신사에 A급 전범이 합사된 게 문제라고 지적하며 야스쿠니 신사에서 A급 전범들을 분사할 필요성을 거론했습니다.



자민당 인사인 노다 다케시(野田毅) 일·중협회회장은 최근 TV에 출연, "야스쿠니 문제는 단적으로 말하면 A급 전범 합사 문제"라고 지적한 뒤 합사 자체는 좋다고 치더라도 "거기에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이 참배하는 것은 의미가 달라진다는게 외국의 논리"라고 소개했다. 노다 회장은 이어 "쇼와(昭和) (일왕) 폐하도 원래 A급 전범 합사에 강한 불쾌감을 가졌다"고 전한 뒤 A급 전범들을 위한 별도 시설의 필요성을 거론했다.(후략) 


일본서 연일 야스쿠니참배 비판론…아베는 '두둔' (연합뉴스, 2013-04-24)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는 요지부동인 상태라고 하네요. 한술 더 떠서 28일 일본 지도자들은 주권회복의 날 기념식을 하고 일왕 부부 앞에서 천황 폐하 만세를 외쳤습니다. 일본 정부가 주권회복의 날 행사를 직접 개최한 것은 사상 처음이며 개헌을 통해 진정한 독립국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프랑스 등 주요 언론 일본의 역사인식 부재 맹비판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27일 ‘일본은 왜 그렇게 역사를 정직하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운가?’라며 사설을 통해 일본 정치권의 우경화를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출처 –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한국과 중국 당국자들은 이에 격분하고 있고, 이는 이해할만한 반응"이라고 평가한 뒤 "물론 역사는 늘 재해석되지만 사실(fact)은 있다"면서 "일본은 한국을 점령했고, 만주와 중국을 점령했고, 말레이 반도를 침공했고, 침략을 저질렀다"고 꼬집었다. 특히 "독일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역사를 정직하게 받아들이면서 유럽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는데 왜 일본의 일부 진영은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라고 반문했다.(후략) 


"왜 일본은 독일처럼 역사에 정직하지 못하나"< WP> (연합뉴스, 2013-04-27)



그러면서도 한국과 중국도 때때로 정치적 목적으로 자국 내 반일감정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을 통해 2차 세계대전을 누가 일으켰는지는 지구가 태양을 도느냐에 대한 의문과 마찬가지로 이론의 여지가 없는 문제라고 보는데 유독 아베 총리만 새로운 해석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랑스의 르 피가르는 일본 경제가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며 그동안 묻혔던 국수주의자의 모습이 다시 대두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하며 우리나라와 중국의 비난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국제사회 모든 언론이 공히 일본의 역사 왜곡을 비난하고 있으며 우경화를 우려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이 시급한 과제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야스쿠니 신사 문제를 놓고 일본에 대한 여러 비판 기사가 많았지만 가장 충격적인 기사는 이것이 아니었을까요?



[(야스쿠니 신사 들어봤어요?) 아니요. 사람 아니에요? 위인. 야쿠르트 먹고 싶어져요.]


[(이게 어떤 기사인 거 같아요?) 불쌍해요. (누가요?) 얘(야스쿠니 신사)가요. (야스쿠니 신사가?) 네 (야스쿠니 신사가 어떤 건지 알아요?) 신사인 것 같아요. 신사 맞죠? ('신사·숙녀' 할 때 신사?) 아니에요?]


역사학자는 기형적인 교육제도가 문제이지, 청소년을 탓할 일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야스쿠니 신사'가 젠틀맨?…답답한 역사 교육 (SBS뉴스, 2013-04-28)




[출처 – 서울신문]



정작 야스쿠니 신사 문제를 가장 잘 알고 비판해야 할 우리나라의 현주소입니다. 장난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처참한 역사인식이죠. 하지만 이건 아이들보다 어른들 탓이 더 큽니다. 역사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야스쿠니 신사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학생은 인터뷰에서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셨기 때문에 알 수 있었지 지금 교과서로만 공부했다면 알 수 없었을 거라고 고백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처럼 정치적인 이권 때문에 근현대사를 제대로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모르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고 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고 해결하기 위해서도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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