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퍼렇게 멍든 어린이들, 아동학대 문제 살펴보니

2013. 5. 6. 14:01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어린이날 잘 보내셨나요? 어린이를 위한 푸른 5월이지만 어린이집 폭행사건의 그늘과 사람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부산의 한 어린이집에서 원장과 보육교사 2명이 2살짜리 여자아이를 폭행하고도 그런 적 없다고 발뺌을 하다가 CCTV가 확인되고 나서야 인정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죠. 그들은 아이의 부모가 아동학대를 한 거라는 적반하장의 거짓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지금 그들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가운데 가장 약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어린이집에서까지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데요. 과연 이유와 대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출처 – 서울신문]




법규 허술, 자격없는 어린이집이 문제 키운다


이번 부산 어린이집뿐 아니라 어린이집에서 아동 폭행 사건이 빈발하면서 가장 먼저 초점이 모이는 것은 정부의 부실한 관리와 솜방망이식 처벌입니다. 어린이집을 설립도 자격 요건이 어렵지 않고 보육교사의 자격증 취득도 까다롭지 않아 부실 어린이집이 양산되고 있다는 거죠. 문제가 생겨도 단순한 행정처분이나 불구속 입건 정도가 다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도 못하고 재발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어린이집 운영자는 아동학대 등의 이유로 폐쇄명령을 받았더라도 1년만 지나면 다시 ‘영업’을 할 수 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은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없는 결격사유로 ▲폐쇄명령을 받고 1년이 지나지 않은 자 ▲자격정지 중인 자 ▲정신질환자 ▲향정신의약품 복용 전력이 있는 자 등을 꼽고 있다. 폭행 등의 전과는 결격사유에 아예 들어있지 않다.(후략)


끊이지 않는 어린이집 폭행… 법규 허술 탓 (세계일보, 2013-05-01)



현재는 원장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기만 하면 아무나 어린이집을 차릴 수 있습니다. 이를 투기 목적으로 악용해 고가의 권리금을 받고 팔아넘기는 일도 잦아 아동학대와 함께 또 다른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을 어린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고파는 물건으로만 보고 있는 거죠.





[출처 – 서울신문]



보육교사 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처럼 아동학대로 형사처벌을 받으면 자격증이 바로 취소됩니다. 하지만 아무 조치도 없더라도 1년만 지나면 아무 조건 없이 자격증 재취득이 가능합니다. 이렇다보니 돈만 바라는 자격없는 사람들이 어린이집으로 장사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장사가 판치는 곳에서 어린이들이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제대로 된 어린이집도 처우 열악. 어린이들을 위해서도 개선 필요


제대로 된 어린이집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아동학대는 어떤 경우에도 있어선 안 되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보육교사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필 수 있는 근무 환경이 안 된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어린이집이 아이들을 잘 돌보는 곳이어야지 폭행 사건만 없다고 다가 아니니까요.



서문희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적은 급여 뿐 아니라 보육교사들이 점심시간도 없이 10시간 넘게 계속 아이들을 돌보며 '감정노동'을 해야 하는 열악한 근무 환경이 더 큰 문제"라며 "바람직한 대안은 보조교사 등 인력을 더 투입해 오후 2~3시 이후에는 교사들이 여유를 찾게 해주는 것이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정부의 보육료 지원 단가가 높아지고 예산이 늘어나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후략) 


어린이집교사 평균 10시간 근무, 보수는 월144만원 (연합뉴스, 2013-05-02)



한 달에 150만 원에도 못 미치는 보수를 받으며 오전 7시부터 나와 적어도 10시간을 일해야 하며 심하면 토요일 근무에 아이들을 귀가시키는 차량 운전까지 도맡아서 해야 합니다. 친어머니도 힘들 일을 보육교사들에게 무조건 헌신하라고 해서는 질 높은 보육이 이루어질 리 없겠죠? 




[출처 – 서울신문]




단기 임시직인 어린이집의 보조교사나 영양사의 월평균 급여는 40만 5천 250원에 불과했습니다. 이마저도 91.5%의 어린이집은 간호사나 조무사를 두지 않았고, 89.3%의 어린이집은 영양사도 아예 없었습니다. 이 업무도 모조리 보육교사에게 떠넘기고 있는 거죠. 어린이집을 돈으로만 보는 일부 원장들이 지나친 원가 절감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맹장 수술을 받으려고 휴가를 낸 보육교사에게 그동안의 대체교사비를 그 교사의 월급으로 내라는 어이없는 요구를 하는 원장도 있을 정도라고 해요.



교육부터 안전사고, 영양관리, 급식, 귀가 차량 운전 등 보육 교사 몇 명이 다하려면 아무리 의무감과 책임감을 갖고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있을 겁니다. 이 경우 이번 사건처럼 아동학대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어린이 한 명 한 명 제대로 신경을 써줄 수 없으니 안전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여전히 높지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격 있는 어린이집을 만들고 보육교사들의 처우 개선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해결이 가능한 문제입니다. 




아동학대 어린이집 원장 명단 공개 등 법안 추진 중


계속되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으로 정부는 엄벌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이르면 올 연말부터 영유아를 폭행한 어린이집 종사자와 시설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죠.



보건복지부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등 10개 소관 법률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로 넘어갔다고 4월 30일 밝혔다. 이날 법사위를 통과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영유아의 신체나 정신에 중대한 피해를 줘 자격정지 또는 취소 처분을 받은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의 명단을 공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유아의 생명·신체·정신에 중대한 피해를 주거나 보조금을 부정 수령해 운영정지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어린이집 이름과 대표자 이름도 이 법에 따라 공개된다.(후략)


아동학대 어린이집·원장 명단 공개한다 (여성신문, 2013-05-02)



성폭력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듯이 영유아의 신체나 정신에 중대한 피해를 줘서 자격 정지나 취소 처분을 받은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의 명단을 공개한다는 겁니다.



더해서 앞으로 어린이집 원장이나 보육교사가 아동학대로 자격이 취소되면 길게 10년 동안 재개원과 재취업을 제한하고 해당 어린이집을 폐쇄하도록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또한, 안전사고에 취약한 어린이집 통학차량은 신고를 의무화하고 위법 사항이 세 번 이상 적발되면 해당 차량을 운영하는 시설의 인가, 등록을 취소하는 삼진아웃제를 추진한다고 해요.



최근의 어린이집 폭행사건을 해결하려면 우선 어린이집 개설 요건과 보육교사 자격 및 채용 요건을 강화하고 아동학대의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지속적이고 효력 있는 정부의 정책과 추진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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