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범하게 되는 명예훼손 죄, 피하려면?

2013. 5. 28. 14:51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부부가 보수논객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및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 등을 상대로 종북 발언 관련으로 명예훼손 당했다고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습니다. 각 1500만 원과 800만 원을 배상해야 되게 생겼는데요. 반대로 법원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글을 올린 지만원씨에 대해서는 그 왜곡이 법과 역사로 확립된 기존 사회적 평가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만한 것은 아니라며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판결했다고 하네요.


한편 회사 동료의 비리에 대한 뒷담화를 했더라도 사실로 믿고 했다면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도 나왔습니다. 갈수록 명예훼손 소송은 많아지는데 어떤 게 명예훼손인지 알기 참 힘들죠. 오늘은 인터넷에서 나도 모르게 범하기 쉬운 명예훼손에 대해 알아볼게요.



출처 - 서울신문



명예훼손죄란?


명예훼손이란 이름이나 신분, 사회적 지위, 인격 등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의 평가, 즉 명예에 해를 끼쳐 피해를 입히는 것을 말하는데요. 단순히 감정적으로 명예를 침해받았다고 느꼈다고 해서 명예훼손이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품성이나 행동, 명성, 신용에 객관적인 피해를 입혔을 때 성립한다고 해요.


법적으로 명예훼손은 형법적으로 공연성, 사실의 적시, 비방할 목적 등이 있어야 성되며, 민법적으로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하는데요. 간단하게 고의로 남들 다 알 수 있도록 어떤 사람의 명예에 피해를 끼쳤을 때 명예훼손으로 처벌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허위사실을 퍼뜨렸을 때만 명예훼손이 성립한다고 오해하고 계신 분들 많으실텐데요. 허위사실을 만들어서 명예를 훼손한 경우는 물론이고, 실제 사실을 공공연하게 퍼뜨리는것도 명예훼손 성립한다고 하네요. 예를 들어 가해자가 인터넷 카페에 어떤 사람이 동성애자라고 게시물이나 덧글을 쓸 경우 설사 피해자가 진짜 동성애자였더라도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동성애자라고 밝히는 것이 뜻하지 않게 사회적인 이목을 끌게 되는 만큼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남이 그 사실을 밝혀버리는 경우는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는 거죠. 피해자가 이성애자였다면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한 것이고 동성애자였다면 사실 적시로 명예를 훼손한 것이죠.



출처 - 서울신문


다만 최근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많다는 주장도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요. 최근 나오는 기업인이나 정치인의 치부를 대중 앞에 밝혀냈다는 이유로 그들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보도를 하는 언론의 경우는 공공성과 사실성이 있다면 명예훼손이라 하더라도 처벌 받지 않는다고 하네요. 명예훼손이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실에 입각하여 위법적 행위 없이 진실임을 증명하면 말이죠.


일반인이 이해하기는 조금 힘든 명예훼손의 기준어떤 표현이 명예훼손인지 아닌지는 그 시대 사회적인 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평가 되는데요. 하지만 최근에는 워낙 사회적 논의와 이슈들이 넘쳐나고 빨리 변하다 보니 이 사회적인 기준이 일반인 입장에선 어려울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앞서 말씀드린대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에게 종북이라는 표현을 함부로 썼다가 명예훼손으로 1500만 원을 배상하게 되었죠.



법원이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부부가 “종북 주사파로 지목돼 명예 훼손당했다”며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와 조선일보 기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변 대표가 올린 트위터 글과 이 의원이 게시한 성명, 기사 등이 ‘종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단순한 의견 표명일 수 있으나 내용이나 상황으로 볼 때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변희재는 이정희 대표에게 1500만원 배상해라” (세계일보, 2013-05-16)



반면 5.18 민주화 운동을 왜곡한 글을 쓴 지만원씨는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 5부는 "지씨의 게시물을 읽는 독자들이 현재까지 법원 판결이나 5·18 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의 제정·시행 과정 등에서 밝혀진 사실과 다르게 5·18의 성격이나 내용을 이해하게 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게시물의 왜곡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5·18 참가자들의 수가 적지 않고 5·18은 법이나 역사적 평가가 확립돼 기존 사회적 평가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5·18 왜곡 앞장 종편·누리꾼 줄소송 휘말릴 듯 (연합뉴스, 2013-05-21)



진실을 왜곡한 것은 사실이지만 5.18은 법적, 역사적 판단이 끝난 확고한 사실이라 이런 왜곡으로는 명예가 훼손될 정도의 피해를 받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왜 종북이란 표현은 명예훼손인데 5.18 민주화운동 왜곡 표현은 명예훼손이 아닌지 판결 기준이 좀 모호할 수 있죠.


출처 - 서울신문


그렇다면 이 명예훼손 부분이 우리의 일상생활로 들어왔을 때는 어떨까요? 얼마 전 회사 동료의 비리에 대한 뒷담화를 했어도, 사실로 믿고 했다면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하네요.



재판부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적시한 내용이 허위여야 하고 허위라는 점을 알면서도 그런 내용을 고의로 퍼트린 행위가 인정돼야 하는데 이씨는 자신의 발언이 허위라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보험회사 직원인 이씨는 2009년 동료 2명에게 부장 A씨의 비리를 알고 있다며 뒷담화를 했다. A씨가 보험사건을 처리하면서 뒷돈을 받았고 이 돈의 일부를 회사의 다른 간부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씨가 제기한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이씨는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사실로 믿은 ‘뒷담화’… 명예훼손 아니다” (서울신문, 2013-05-18)



이 경우는 뒷담화를 한 사람이 보고를 하여 비리 조사를 위해 회사가 특별조사팀을 구성했을 정도였던만큼 그가 비리를 진실로 믿었고 비리 척결을 위한 공익적인 판단이었다고 재판부가 믿은 것 같습니다. 명예훼손의 범위와 판단은 참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처럼 보입니다.



맛집 블로거의 음식점 악평은 명예훼손일까?


인터넷과 블로그, SNS가 발전하면서 파워블로거가 생겼죠. 파워블로거의 선기능과 역기능이 동시다발로 일어나면서 인터넷 활동도 명예훼손이 성립될 여지가 많아졌는데요. 특히 사람이 살면서 뺄 수 없는 먹거리에 대한 명예훼손이 이슈가 아닐까 싶어요.

최근 한 맛집 파워블로거가 강남의 유명 불고기 전문점에 다녀온 후 메뉴와는 다른 싸구려 고기를 내왔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썼는데요. 해당 음식점은 이 블로거를 명예훼손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해요.



처 - 서울신문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S음식점은 올해 2월부터 매출이 급감하고 예약 취소가 빈번해졌다. 블로그 이웃이 4만3000여명에 달하는 맛집 파워블로거 ‘레이니(Rainy)’가 이 음식점에 나쁜 평가를 내린 후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S음식점 측 주장이다.


‘레이니’는 S음식점을 방문해 등심 불고기를 먹은 후 “이건 등심이 아니라 우둔이나 설도에 가까운 부위”, “음식 가지고 장난하는 곳은 용서가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글 말미에 ‘본 블로그는 해당 음식점을 방문한 특정 시점에서 개인적인 주관에 따라 느낀 점을 서술한 것’이라는 추신을 달아놓았지만, S음식점은 올 3월 초 “영향력이 큰 파워블로거가 ‘고기를 속여 판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중략)


맛집 블로거의 음식점 악평, 명예훼손 해당할까 (디지털데일리, 2013-05-21)



명예훼손이 각 케이스에 따라 다른 점을 생각하면 판결이 나야 알 수 있는 문제입니다만 이 경우 유사한 판례가 있다고 하네요. 바로 산후조리원 판례인데요. 블로거인 한 산모가 자신이 이용한 산후조리원에 대한 악평을 써서 조리원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한 건입니다. 대법원은 해당 소비자의 경험과 평가는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하는데요. 이용후기가 사실에 입각하여 진실되게 쓰여졌다면 약간의 표현상의 과장은 명예훼손의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해요. 물론 사실이 아닌 걸로 비방을 했다면 명예훼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겠지만 말입니다.



출처 - 서울신문


살펴보듯 명예훼손은 범위도 적용도 굉장히 광범위하고 일반인의 기준으로는 애매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말을 조심해서 하는 것이 좋겠죠. 사실 간단합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사실에 입각하여 말하고 불필요한 말이나 악플, 비방을 자제한다면 명예훼손으로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릴 일은 없지 않을까 싶네요.



ⓒ 다독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