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여자들을 위한 치유의 메시지

2013. 5. 29. 12:1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나이를 먹을수록 주변엔 유독 ‘아픈’ 여자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아프다’의 의미는 마음을 다쳐 어떤 형태로든 스스로를 우울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울증이 표면으로 떠오르지 않는 여자들입니다. 


[출처 – yes 24]


캐나다의 심리학 교수이자 지금 이곳에서 소개하려는 책의 저자인 발레리 위펜의 설명에 따르면 우울증은 여자들의 옷차림만큼이나 매우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초점 없는 눈빛으로 종일 허공을 응시하는 것만이 우울증의 증상은 아니라는 것이죠. 남자들의 정글에서 씩씩하게 일하고 성공을 거머쥐며 승승장구하는 여자들에게도 극심한 우울증의 증상을 엿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발레리 위펜이 말하는 우울증의 대표 증상은 아래와 같습니다. 괜찮다면 자가점검을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우울증의 10가지 대표 증상


1. 갑자기 식욕이 늘거나 혹은 줄어든다.
2. 하루 종일 누워 있을 때가 많다.
3. 밤에 잠이 오지 않고 새벽에 자주 깬다.
4. 항상 피곤하다.
5. 안절부절못하고 심하게 짜증이 밀려온다.
6. 사람들 만나는 게 싫다.
7.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고 죄책감을 느낀다.
8. 하나의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이 심란하다.
9.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혼자 운다.
10. 평소에 좋아하던 일에도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어떤가요? 스스로에게 해당되는 것이 몇 가지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봅시다. 많은 사람이 생각했던 것처럼 ‘슬픔’만이 모든 우울증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노와 무기력, 공포, 피로감 등도 가면을 쓴 우울증의 다른 모습인 셈이죠.





<여자를 우울하게 하는 것들>에 따르면, 여성은 보통 남성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두 배 정도 높다고 합니다. 여성 4명 중 1명은 일생에 한 번 이상의 우울증을 경험하며, 어떤 여성은 여러 번의 경험을 갖게 되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사춘기 이전까지 우울감을 느끼는 남녀비율이 대략 비슷하다가 소녀가 되면서 수치가 증가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여성의 우울증이 도드라지는 현상을 뒷받침하는 많은 이론이 쏟아져 나왔지만 어느 것도 보편적인 인정을 받지는 못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 이유를 여성 성역할과의 관계에서 풀어갑니다. 자신에게 상담을 받았던 수많은 여성 우울증 환자가 던져준 교훈을 토대로 말이지요.



실패를 인정하고 변화를 받아 들여라


먼저,
가장 중요한 사실은 불행을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놀랍지 않은가요? 무조건 행복 하라, 긍정적이 되어라, 성공을 쟁취하고 원하는 것들을 손에 넣어라, 고 떠드는 책들 가운데서 우울증을 치료해준다는 책이 가장 먼저 한다는 말이 불행을 받아들이라니요.


저자는 말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에서 좌절을 맛보며 내동댕이쳐질 수 있다고요. 성공으로만 가득 찬 듯 보이는 사람도 실망감을 맛보고 고통과 상처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시기를 겪게 된다는 것이지요. 불행이 삶의 한 가지 얼굴인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일단 ‘왜 나만?’ 이라는 늪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자존감에 상처를 입지 않고 실패한 한 번의 경험이 곧 나 자신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극심한 우울은 좌절하고 무너진 경험을 곧 삶 전체의 실패라 여기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실패를 받아들이고 변화의 의지를 다지라고 충고합니다. 삶은 절대로 저절로 변화하지 않지만 한 번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면 강한 의지를 발휘하며 때론 초인적인 힘을 얻게 되기도 하니까요.

<여자를 우울하게 하는 것들>은 여성의 삶의 주기를 설명하며 생물학적 요소가 우울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일러줍니다. 다른 책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부분이죠.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소녀와 성인 여성의 우울증을 사춘기부터 완경기(폐경기 대신 여성성의 완성이라는 의미를 담아 완경기라는 표현을 한 것도 흥미롭습니다)까지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순간을 넘는 지점마다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우울증을 설명합니다.




성인여성의 80%가 한 번 이상 경험했다는 생리증후군과 몸과 마음의 대변화를 가져다주는 출산 후 산후우울증까지. 첫 생리를 시작으로 연애와 결혼, 출산, 양육, 폐경 등 여성의 인생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우울증과 얼마나 깊은 연관이 있는지를 차근히 이야기합니다. 지극히 여성의 관점에서 여자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과학적인 자료와 조사를 첨가하여 ‘여성 우울증’을 이해시키려는 저자의 노력은 책 곳곳에서 상세히 묻어나지요. 특히 자신이 치료했던 환자들의 풍부한 사례를 통해 풀어내기 때문에 더욱 믿음이 갑니다.




그 심리 치료 중 절반이 상담 횟수를 3회 이상 넘기지 못한다고 합니다. 변화에 대한 준비가 안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변화는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변화 이후 삶에 일어날 예측 불허한 감정에 미래를 맡기느니 차라리 불행한 상태를 이어가는 편을 택하곤 합니다. 용기 있는 자만이 행복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우울의 회전문을 빠져나오려는 시도를 하는 것, 그 자체로 이미 당신은 행복할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지요.




본문에 소개한 도서

발레리 위펜 지음, 유숙렬 옮김레드박스│여자를 우울하게 하는 것들


참고도서
하인즈 피터 로어 지음, 장혜경 옮김레드박스착한 딸 콤플렉스
김형경예담사람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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