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사귀기까지 유아의 수많은 감정들 살펴보니

2013. 5. 29. 11:59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 – yes 24]


그림책을 펴는 순간 30개월 된 조카에게 이 그림책을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눈에 봐도 유아용 그림책인 걸 알 수 있다. 은유나 추상적인 개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유아들이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집을 다닌 지 얼마 안 된 유아들의 심리를 아주 잘 담아냈기 때문에 유아들은 등장인물의 감정에 공감하게 된다. 짧은 단어를 툭 던지고, 짧게 대답하는 두 아이의 모습이 자신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림은 매우 선명하고 단순하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살아있는 표정과 역동적인 행동은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이들은 그림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현재의 감정을 짐작하게 된다.


몇 마디 안되는 대화는 유아들의 언어발달단계와도 연결되어 있다. 20~24개월이 되면 한 단어를 연결하여 두 낱말의 문장 사용이 가능해진다. 이어 24~36개월이 되면 세 단어 이상의 문장 표현이 가능해지고, 형용사에 대해 알기 시작한다. 36~54개월이 되면 문법이 발달하고, 과거형, 부정형 등의 다양한 문법형태 사용이 가능해진다. 유아들이 대화하는 걸 보면 만 3세부터는 부분적으로 이해하고, 만 4세부터는 단순행동기술과 직접화법을 사용한다. 내용을 적절히 전달할 수 있는 건 만 5세가 되어서부터다. 


<친구는 좋아>에서 제일 긴 문장은 세 단어로 “나 좀 봐!”이다. 나머지는 한 단어나 두 단어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면 “잘 지내니?”, “재미없어.”, “왜?”, “친구가 없거든.” 식이다. 이처럼 두 아이가 아주 간결한 단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어 유아들이 이해하기에 매우 쉽다. 몇 번 읽어주면 아이는 금세 그림만 보고도 등장인물의 대화를 외워서 말할 것이다. 서로의 마음을 여는 장면에선 글씨의 색깔을 다르게 처리한 점이 돋보인다.





내용을 살펴보자. 피부색도 머리 모양도 옷 입는 스타일도 다른 두 아이가 만났다. 먼저 흑인아이가 거침없이 자신만만하고 큰 목소리로 “야!”라며 백인아이를 부른다. 반면에 백인아이는 자신 없는 듯 축 처진 채 뒷짐을 지고 작은 목소리로 “뭐라고?”라고 되묻는다.




백인아이의 작은 물음에 흑인아이는 왼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고 오른손은 허리에 얹은 채 다소 건방진 태도로 “나 좀 봐!”라고 말한다. 백인아이가 주눅이 들어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뭇거리면서 “누구?”라고 되묻는다. 흑인아이가 손가락으로 백인아이를 가리키며 말한다. “너 말이야!” 놀라 당황한 백인아이가 자신을 가리키며 놀라서 되묻는다. “나?” 흑인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 너.”라고 대답한다. 여기까지는 건성으로 말 걸고 대답하는 느낌이다.




그러다 흑인아이의 “잘 지내니?”라는 질문으로 진지해지기 시작한다. 백인아이가 ‘별로.’라고 대답하자 흑인아이는 몸을 기울이며 “어째서?”라고 묻는다. 백인아이는 “재미없어”라고 대답한다. 흑인아이가 “왜?”라고 묻자 백인아이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친구가 없거든”이라고 대답한다. 백인아이가 자신의 속마음을 열어 보이는 순간이다.

  


흑인아이는 백인아이의 축 처진 어깨를 보며 “있잖아!”라고 큰 소리로 부른다. 그리곤 가슴을 내밀며 “나하고 친구하자”라고 말한다. 흑인아이도 백인아이를 향해 마음을 열어 보인 것이다. 백인아이가 되묻는다. “너하고?”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그래, 나하고! 어때?”라고 묻는 흑인아이는 처음의 적극적이었던 태도와는 다르게 긴장하며 백인아이의 대답을 기다린다. 백인아이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큰 소리로 “좋아!”라고 대답한다. 둘의 표정은 환해지고 “야호! 신난다! 만세!”를 외치며 펄쩍 뛰어오른다.




요즘은 거의 다 어린이집을 거쳐서 유치원을 가고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유아시절부터 친구와 사귀기 시작하고 관계를 경험하며 배워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가족들의 모습에만 익숙했던 유아들은 낯선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두려움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몇 마디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점차 사라진다. <친구는 좋아>는 서로 전혀 다른 상반된 두 아이가 어떻게 소통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


첫 마디를 꺼낼 때의 어색함,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 친구가 없어서 축 처진 아이와 그 아이를 보며 공감하고 위로하는 아이, 친구가 되자고 말한 뒤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과 기다림, 친구가 되기로 결정하는 마음 등 짧은 그림책 속엔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수많은 감정들이 담겨 있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보면서 어떻게 친구에게 다가가야 할지, 친구가 다가왔을 때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를 배우게 된다. 부모가 아이와 한 번씩 역할을 바꿔가며 책읽기를 해주면 아주 좋아할 것이다. 아마도 하루에 5~10번은 역할놀이를 해줘야 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그림책이다. 특히 만 3~4세 아이들이 좋아한다. 



<친구는 좋아>
크리스 라쉬카 글 그림 / 이상희 옮김 / 다산기획 / 2007-11-13 / 칼데콧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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