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돌파구?! 스크린셀러 그 속내를 살펴보니

2013. 6. 12. 14:2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현재 몇 일전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극장가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중 하나입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보고 자신의 생각을 표한 한 영화평론가의 의견이 퍼지면서 이 영화는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원작에는 충실했지만 영화 자체가 줄 수 있는 이야기 연출과 연결성이 미흡하다는 것이 평론가의 평이었는데요. 이와 같은 발언에 동의를 하는 누리꾼과 동의하지 못하는 누리꾼으로 나뉘어 치열한 설전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재 극장가에서 가장 예매율이 높은 영화로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꼽히고 있습니다.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한 영화 ‘위대하게 은밀하게’[출처-서울신문]



사실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같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나 혹은 드라마가 소개될 때면 언제나 떠오르던 문제 중 하나였지요. 그러나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출판계와 영화계 모두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화를 반기는 눈치라고 합니다. 과연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화, 출판계의 새로운 바람, 스크린+베스트셀러=스크린셀러


스크린셀러는 영화를 뜻하는 스크린(screen)과 베스트셀러(bestseller)를 합친 신조어입니다. 이미 출간된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다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스크린을 통해 선보이면서 관련 도서가 서점가에도 열풍이 분 것은 이미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는데요. 요즘 들어 ‘웹툰’과 ‘소설’장르를 기반으로 한 영화가 연이어 흥행기도에 오르면서 이와 같은 현상이 더욱 가중 되었습니다.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이미 1970년대부터 이뤄진 것이나 현재 ‘스크린셀러’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과거에는 베스트셀러 자체를 영화로 만들었고 그 영향이 출판시장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면 요즘 ‘스크린셀러’ 현상은 영화와 드라마의 흥행이 서점가로 이어져 원작의 인기를 견인하는 경향으로 바뀌게 된 것이지요. 




원작과 영상매체의 상부상조, 스크린셀러가 두 업계의 불황기 돌파구?


지금 출판계에서는 ‘불황인 출판가를 스크린셀러가 먹여 살린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스크린셀러’의 위엄은 실로 대단합니다. 영상매체 분야 또한 이야기 빈곤에 시달리면서 고전과 다양한 장르의 원작에서 영감을 얻어오면서 위기에 대처하고 있지요.




▲영화 ‘위대한 개츠비’ 장면 中[출처-서울신문]



문학작품의 스크린 외출을 통해 빛을 보지 못했던 도서가 대중에게 다시 재조명되기도 하고 다소 미약한 관심을 보였던 고전들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하는 현황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영화 ‘위대한 개츠비’가 개봉하면서 서점가에는 개츠비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하지요. ‘스크린셀러'는 서점과 출판계가 하지 못한 새로운 독서 방향을 대중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출판계는 스크린셀러 현상을 당연히 반기는 분위기다. 이문영 파란미디어 편집주간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소설을 해외 수출할 때도 상당히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통상 해외 수출에 작용하는 요인은 ▦주요 문학상 수상 여부 ▦국내 판매 부수 ▦2차 저작물 유무 등 세 가지. 특히 영상화된 작품은 마케팅이 쉬울뿐더러 일본, 중국, 대만 등 한류가 거센 나라들에서는 독자들이 원작을 먼저 찾기도 한다. 


영화 뜨면 원작도 뜬다… '스크린셀러' 그 빛과 그늘-<한국일보>,2012.5.31



또한 영상업계에서도 원작의 존재는 든든한 후원으로 다가옵니다. 우선 원작의 보장된 흥행을 업고 시작하기 때문에 영화 흥행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갈되었던 창작 시나리오 이야기 소재에 새로운 활력을 넣어주는 것도 ‘스크린셀러’가 맡고 있는 임무 중 하나지요.


때문에 ‘스크린셀러’는 두 업계의 불황을 이겨내 줄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스크린셀러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나의 콘텐츠를 가지고 다양한 분야로 유연성 있게 활용이 가능한 스크린셀러의 매력을 알아본 것이지요.




스크린셀러가 호황인 이유, 자유로이 영역을 넘나드는 작가들의 힘


많은 전문가들은 스크린셀러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닐 것 이라고 말합니다. 이유는 바로 달라진 출판계 현황과 낮아진 출판계와 영상계의 문턱 덕분입니다. 


과거 출판계에는 문학성에 치중한 작가들이 환영받았다면 이제는 이야기를 이끌어갈 ‘입담’과 ‘문학성’, 이 두 가지를 고루 갖춘 작가들이 환영받으면서 질펀한 ‘입담’을 과시하는 이야기꾼이 충무로보다도 출판계에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유수 문학상에서 인정받은 젊은 작가들의 많은 소설들이 영화로 준비 중인데요.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인생>과 정유정의 <7년의 밤>같은 경우는 판권을 위해 수많은 영화사들이 경쟁을 치뤘을 정도로 영화계에서도 탐낼만한 짱짱한 이야기 구조를 자랑하고 있지요.





▲곧 영화로 개봉할 <두근두근 내인생> 작가 김애란 [출처-yes24, 서울신문]



두 번째로 낮아진 출판계와 영상계의 문턱도 스크린셀러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도서영역을 벗어나 이제는 시나리오 분야까지 작가들이 진출하면서 두 분야의 구분이 모호해 진 것입니다. 이번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는 김영하 작가의 단편소설을 이용한 영화제를 마련하여 김영하 작가를 심사위원으로 지정하기도 했고, 직접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는데요. 이제는 한 분야에서만 능력을 발휘하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에 자신의 재능을 펼치는 작가들이 많아지면서 하나의 콘텐츠가 내포하는 가능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최근 극장가에서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스크린셀러’ 열풍을 몰고 있는 가운데 ‘숏숏숏 2013 : 소설, 영화와 만나다!’는 한국 독립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상우 감독은 김영하 작가의 ‘비상구’를, 이진우 감독은 ‘피뢰침’을 ‘번개와 춤을’이라는 영화로 새롭게 탄생시켰으며, 박진성 박진석 감독은 ‘마지막 손님’을 ‘더 바디’로 각색해 연출한다. 


전주국제영화제’ 숏!숏!숏!2013, 문학+영화 ‘스크린셀러’ 담는다-<한국일보>2013.3.26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큰 스크린셀러


스크린셀러의 긍정적 측면은 확실히 크나 어두운 측면도 분명 존재합니다. 특히 스크린셀러를 가장 반갑게 마주하는 출판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큰 상황인데요.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아무리 성공해도 판매 수익을 제외하면 원작자에게는 큰 이득이 별로 없으며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원작과 달리 영화가 다르게 각색될 경우 오히려 원작 이미지 훼손을 가져오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스크린셀러가 유행하면서 원작 자체를 지필 할 때 작가 스스로가 영화화를 염두하고 작품을 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매체의 장르적 특징을 고려하여 지필 한 원고는 2차 콘텐츠 가공 시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독자에게 큰 감동을 남길 스테디셀러로서의 힘을 잃게 하지요. 때문에 무조건 적으로 스크린셀러를 반기는 현황을 경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장편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작가 밀란 쿤데라는 “오늘날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로 바꿀 목적에서 소설에 달려들고 있다. 소설에서 본질적인 것은 오직 소설에 의해서만 말해질 수 있다. 자신의 소설을 보호하고 싶다면 그것을 각색할 수 없는 방식으로 써야만 한다”는 완고한 ‘소설 불멸론’을 설파하기도 했다.


스크린셀러와 ‘소설의 힘’ -<독서신문>,2013.2.28



스크린셀러는 분명 불황에 신음하는 출판계와 영화 산업을 살리는 중요한 돌파구임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듯 두 관계 모두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분명 두 분야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닐 것입니다. 두 영역 모두가 win-win 할 수 있는 이로운 트렌드로 스크린셀러가 자리매김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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