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을 유발하는 독특한 제목의 책들

2013. 7. 1. 10:24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출판마케터들에게 있어 좋은 제목이 곧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은 가장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임팩트가 강한 제목, 입소문과 검색을 유발해 저절로 발을 달고 퍼져나갈 제목을 짓는 일은 때론 책의 성공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하죠. 따라서 제목을 짓는 일에 그토록 오랜 시간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매달리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닙니다. 





제목은 그 자체로 시대를 대변하는 상징이 되기도 합니다. 블루오션, 알파걸, 워킹푸어, 88만원세대 등이 모두 시대의 분위기를 상징하고 대변하는 단어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시대와 뛰어난 소통력을 가진 상징적인 한 단어’는 더 이상 단순한 책제목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경향을 흡수한 상징물이 된 것이지요. 책의 제목은 때때로 이렇게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출판마케팅과 관련된 자료를 뒤지다보면 모든 상품과 콘텐츠가 그러하듯 책제목에도 일종의 유행 사이클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케터들은 단순히 책의 내용을 축약해 보여주거나 독자의 가슴을 울리는 한 줄의 카피를 제목으로 따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훨씬 더 심오하게 연구하고 분석한 결과물로 한 줄의 제목을 얻게 되지요.  





이를테면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부자’라는 단어는 금기에 가까운 단어였습니다. 부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강했고, 일방적으로 부를 쫓는 행위는 천박하다는 이유에서였지요.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이후 부자라는 단어를 붙인 책들이 경쟁하듯 나타났고 현재 이를 금기시하는 출판사는 거의 없습니다. 





한때는 ‘~심리학’이라는 제목들이 한꺼번에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설득의 심리학>, <다이어트 심리학>, <긍정심리학>, <관계의 심리학> 등등 심리학 열풍과 함께 다양한 심리를 주제로 한 심리학책들이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또 한때는 ‘~법칙’, ‘~기술’이라는 단어를 조합한 책들이 출판가에 즐비하더니 최근에는 ‘어떻게~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책들이 많이 눈에 띱니다. 예를 들면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인생목표를 이룰까>, <어떻게 미래를 선점하는가> 등등. 호기심 많고 즉흥적인 해답을 원하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단박에 풀어줄 시원한 제목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독특하여 매력적인 제목의 책들


반면 독특함으로 승부를 거는 책들도 있습니다. 마치 모두가 ‘예’를 외칠 때 홀로 ‘아니요’를 외치는 혁명가처럼 묵묵히 제 갈 길의 제목을 고집하는 책들이죠. 그 역시도 기획자나 마케터가 고심 끝에 지은 제목이겠지만 시대의 흐름이나 유행과는 무관한 제목들이다보니 더욱 흥미를 유발한다고 할까요? 독특하여 더 매력적이고 더 눈길을 끄는 제목의 책들, 지금부터 소개해보려 합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소설을 아시나요? 처음 이 소설의 제목을 봤을 때 한참이나 고개를 갸웃거렸던 기억이 나네요. 북클럽이라 하니 책과 관련된 소설인 것은 같은데 건지 감자껍질파이라니요. 그 미묘한 단어들의 조합이 조금은 우스웠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독특한 제목의 소설은(영어제목 그대로를 번역해 들여온 듯합니다) 뇌리에 강하게 박혀 언젠가 꼭 한 번 읽고 싶은 책으로 각인되었지요. 이 책은 2008년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으며, 국내에도 눈 밝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꾸준히 입소문으로 팔리는 책이 되었습니다.





<파페포포 안단테>라는 카툰에세이를 아시나요? 몇 해 전 장기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있던 책입니다. 파페포포 시리즈는 여러 권이 출간되어 만화와 에세이를 사랑하는 독자들의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책의 제목인 파페포포는 작품 속 주인공인 파페와 포포의 이름을 따온 것입니다. 순수한 청년 파페와 착하고 여린 포포의 예쁜 사랑을 통해 '사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움으로써 젊은 독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공감을 얻은 책이죠. 독특한 주인공의 이름을 그대로 제목으로 가져와 강한 인상을 남겼던 책이었습니다.


황석영 작가의 <바리데기>라는 소설도 있습니다. 바리데기라는 단어는 익숙한 듯 낯선, 매우 독특한 단어 입니다. 한번쯤 들어본 단어 같기도 하지만 정확한 뜻을 해석하라하면 망설여지는 단어죠. 


책은 특이한 제목과 함께 흐릿하지만 강렬한 소녀의 담채초상화가 장식된 표지가 강하게 뇌리에 남습니다. 고통과 분노를 담고 있는 여성의 표정 위에 박혀 있는 바리데기라는 책의 제목은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데기’가 던져주는 강렬하고 부정적인 뉘앙스가 소녀의 얼굴과 오버랩 되며 그녀의 인생이야기가 담긴 이 소설이 매우 궁금해지는 것입니다. 





제목만 읽고는 도통 내용을 연상할 수 없는 제목의 책들은 그밖에도 매우 다양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신 에세이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도 내용을 감 잡을 수 없는 책들이죠. 자기계발서 <페퍼로니 전략> 역시 부제인 ‘내 안에 숨어 있는 20% 매운 맛을 찾아라’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지나친 함축과 상징으로 인해 어리둥절해지기 쉬운 책입니다. 


위력적인 제목은 독자를 움직이고 책을 열어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한 줄의 제목이 커다란 힘을 줄 때도 있고, 호기심에 무심코 집어든 책으로 인해 삶이 바뀌는 마법 같은 순간도 있고요. 

독특한 제목의 책을 만났다면 일단 잠시 멈추고 책의 내용을 유추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네요. 상상력을 총동원해 책의 내용을 떠올려보고 작가의 상상력과 나의 상상력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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