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탐사보도의 미래

2013. 7. 11. 10:53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뉴스와 현장21의 연예병사의 복무 실태에 대한 폭로 그리고 여대생 살인으로 무기징역을 받은 영남제분 사모님의 외유에 대한 보도 등이 큰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이 뉴스들은 모두 탐사보도를 통해 밝혀지면서 공론화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때마다 뉴스에서 일반적으로는 건드리기 힘들었던 영역에 대한 탐사보도가 큰 주목을 받는데요. 그렇다면 탐사보도에는 어떤 예가 있으며 무슨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출처 - 서울신문




사실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치는 탐사보도란?


사전적 정의를 보면, 누군가 감추고자 하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를 기자의 독자적 취재로 발굴해서 폭로하고 이를 통해 사회개혁을 추동하는 저널리즘 행위다. 기성 매체의 틀 속에서는 이런 저널리즘 행위를 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런 장르에만 집중할 수 있는 독자적 언론조직이 필요한 시기가 도달했다고 봤다. 비영리와 독립을 내세웠다. 기존 언론들이 상업 동기에 매몰돼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왜 탐사보도냐고? 권력은 감추고 기성 언론은 못 밝히니까” (한겨레, 2013-07-01)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1993년 발행한 매스컴대사전에 의하면 탐사보도는 눈에 보이는 사실이 그 이면에 있는 진실이 다를 수 있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사건 자체보다는 그 사건의 이면을 적극적으로 파헤쳐 폭로하는 언론보도방식을 탐사보도라고 한다고 해요. 그렇기 때문에 보통은 기자들이 수개월에서 몇 년에 이르기까지 깊고 넓은 조사와 발굴을 하여 진실을 캐내며, 그 대상은 범죄, 정치 부패, 기업 비리 등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특정 주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00년이 넘은 탐사보도의 역사




출처 - 서울신문



탐사보도의 역사는 세계적으로 100년이 넘어갑니다. 100년 전 여성 저널리스트인 아이다 M. 타벨은 탐사보도를 통해 그 유명한 석유 독점 재벌인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을 해체시켰고, 1974년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탐사보도를 통해 정권의 조직적인 도청을 폭로하여 닉슨 대통령이 하야하게 만들었습니다. 일본에서는 1976년 록히드 사건 탐사보도로 인해 일본 총리가 물러나게 되었죠. 이처럼 세계적인 대재벌과 미국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성역 없는 조사와 보도를 통해 알아내기 힘든 비리를 폭로하는 것은 탐사보도의 의의이자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를 통해 정부나 기업을 견제하는 언론으로서의 의무를 한다고 할 수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탐사보도를 하는 기자나 그 정보원들은 언제나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에 걸쳐 가장 큰 비리를 파헤치기 때문이죠. 




출처 - 서울신문



이런 위험은 국경과 이념을 초월해 탐사보도 기자들 사이의 정보 공유까지 이끌어 냈습니다. 우리나라의 조세피난처 폭로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졌죠. 탐사보도 기자들 사이에 공유가 시작된 데에는 한 기자의 죽음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바로가기]



1976년 6월,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한 호텔 주차장에서 승용차가 폭발했습니다. 운전석 밑, 다이너마이트 6개가 터지면서 치명상을 입은 47살의 중견기자는 결국 열흘 뒤에 숨졌습니다. 정치권과 마피아의 유착을 탐사하던 애리조나 리퍼블릭의 돈 볼스였습니다. 미국 언론인들은 분노했습니다. 기자 수십 명이 피닉스에 몰려들었고, 아홉 달 뒤 부패 고리가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이른바 애리조나 프로젝트. 이를 계기로 돈 볼스가 창립에 참여한 미국 탐사보도기자협회, IRE는 매년 1차례씩 취재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이때만큼은 자사의 이익도, 이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탐사보도는 경제적 대가보단 저널리즘 가치를 더 우선시하기 때문입니다. 세계를 경악시킨 조세피난처 특종도 돈 볼스의 죽음에서 시작된, 이 공유의 힘에서 나왔습니다.


전 세계 움직인 탐사보도 기자의 죽음 (MBN뉴스, 2013-06-26)



이처럼 탐사보도는 기자 개개인의 정의감과 저널리스트 정신에 입각해 이루어지지만 사회적으로는 여러 이유 때문에 주류 언론이 깊이 건드리지 못 하는 소재에 비주류 언론이 적극적으로 뛰어 들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비당파, 비정파가 객관주의와 결합한 그런 얘기는 아니다. 객관주의 저널리즘은 (이쪽저쪽 주장을) 균형있게 배치해 그걸로 역할 다한 것으로 끝내는 것이다. 그건 아니다. 현안과 이슈에 대한 논란이 있을 때 어떤 것이 진실인지 불분명할 때, 취재 인력과 자원을 집중해 어느 게 최대한 진실에 가까운지 알고,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확증해내려 한다. 이걸 수용자들에게 제시하고 판단하게 하는 것이다. 어떤 정파에 유리한지 판단하지 않고, 발견된 증거에 자신의 가치관이 배치되면 그 가치관을 버리겠다는 것이다. 골대를 정해놓고 증거를 찾아가는 정파 저널리즘을 배격한다는 것이다.


“왜 탐사보도냐고? 권력은 감추고 기성 언론은 못 밝히니까” (한겨레, 2013-07-01)



그렇기 때문에 최근 전세계적으로 특정 분야의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대안언론들이 많이 생기고 있으며 몇몇 예는 탐사보도의 새로운 미래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공유, 탐사보도의 새로운 미래


프로 기자들의 사명감과 공유 정신에 비주류 언론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인터넷과 SNS이 합해지면서 탐사보도가 진화하고 있습니다. 프로의 전문성과 아마추어의 순수성이라는 장점이 합해진 건데요. 우리나라의 뉴스타파 뿐 아니라 프랑스의 메디아파르, 미국의 프로퍼블리카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루퍼트 머독이 <월스트리트 저널> 인수 때 당시 주필이 항의 사표를 냈는데, 캘리포니아 갑부 허버트 샌들러가 주필에게 돈 줄 테니 탐사보도매체를 만들어달라고 제안해 <프로퍼블리카>(온라인 탐사보도매체)가 만들어졌다. 예전에는 아마추어적이었다면, 지금은 기성 매체의 전문인력이 만든다.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전 <르몽드> 편집국장이 5년 전 온라인에 만든 탐사보도매체 <메디아파르>의 유료독자가 7만5000명이다. 사르코지가 로레알 화장품 회사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과 사르코지와 카다피 커넥션 등을 계속 폭로했다. 좌파 성향이라고 비판받았으나 좌파 성향 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초대 재무장관의 스위스 비밀계좌를 폭로해 사임을 이끌었다. 탐사보도의 전형을 보여줬다.


“왜 탐사보도냐고? 권력은 감추고 기성 언론은 못 밝히니까” (한겨레, 2013-07-01)



성역 없는 조사와 보도 그리고 광고가 아닌 심층적인 기사로 유료 구독자를 이끌어 낸 탐사보도는 기존 언론과 광고에 지친 독자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출처 – 메디아파르 공식 홈페이지



프랑스의 메디아파르의 경우 뉴스 소비가 온라인으로 이동해 신문사 수익이 악화되어 탐사보도가 축소될 때 오히려 온라인 탐사보도라는 역발상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이는 큰 성공을 거두어 출범 당시 30명이던 탐사보도 기자는 현재 45명으로 늘어났고 작년에는 17억 원의 순수익까지 냈을 정도라고 합니다. 메디아파르에 연간 13만 3천원 정도를 내는 유료 구독자는 7만5천 명으로 전통적 우파 일간지 르피가로나 좌파 일간지 리베라시옹의 2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하네요. 이는 모처럼 신문이 신문답게 진실을 파헤치고 이슈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메디아파르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한 미디어 사회학자는 “신문이 오랜만에 사회의 중요의제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요사건이 터지면 쫓아다니기에 바쁜 전통적인 언론의 역할을 벗어나서 언론이 사회를 감시하는 독립기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짧고 튀는 공짜 기사만이 소비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전문성을 갖춘 장문의 기사를 실어도 독자들은 기꺼이 읽었다. 잘 팔린다는 연예기사는 아예 싣지도 않았다. 광고는 독자수가 10만명에 도달할 때까지는 받지 않을 계획이다. 플레넬은 “인터넷은 저널리즘의 죽음이 아니라 기회”라면서 “더 많은 정보, 더 많은 문서를 통해 더 나은 저널리즘을 추구할 수 있어서”라고 NPR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기자 칼럼]탐사보도의 새 미래 (경향신문, 2013-07-03)




광고와 선정적인 기사에 지친 독자들이 진실을 밝혀내는 신문다운 신문, 기사다운 기사에 지지를 보내고 기꺼이 지갑까지 열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는 정보의 전달과 함께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에도 있습니다. 탐사보도는 가장 힘든 영역에서 그런 언론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죠. 우리나라에도 성역 없는 탐사 보도를 통해 이면의 진실을 밝혀내는 언론이 더 많이 등장하여 독자들과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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