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를 머금은 성북동 '수연산방'에 직접 가보니

2013. 7. 11. 14:48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차분해 보이기만 하는 성북동 안에는 문학의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알 만한 이들을 매료시키는 신비한 힘을 가진 장소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성북동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많은 문학인들을 모이게 했고 그들에게 창작의 씨앗을 주기도 했습니다. 성북동은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여러 대가들이 거쳐 가며 작품의 줄기를 잡도록 도와준 묘한 곳이 되는 셈입니다.





이태준 작가(1904.11.04~미상) 역시 그러한 영감을 받아 성북동에 머무르며 문학 인생의 싹을 가꾸었던 문학인입니다. 그의 성북동에 대한 애정은 그의 작품 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북동으로 이사 나와서 한 대엿새 되었을까, 그날 밤 나는 보던 신문을 머리맡에 밀어 던지고 누워 새삼스럽게,  “여기도 정말 시골이로군!”  하였다. 

무어 바깥이 컴컴한 걸 처음 보고 시냇물 소리와 쏴-하는 솔바람 소리를 처음 들어서가 아니라 황수건이라는 사람을 이날 저녁에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말 몇 마디 사귀지 않아서 곧 못난이란 것이 드러났다. 이 못난이는 성북동의 산들보다 물들보다, 조그만 지름길들보다, 더 나에게 성북동이 시골이란 느낌을 풍겨 주었다. 


이태준 - 「달밤」



얼핏 그가 성북동이 시골이라 비하한다고 느끼셨을지 모르겠지만 그랬다면 그의 의도를 넘겨짚으신 것입니다. 고아로 자라 누구보다 어려운 이들의 삶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그의 따뜻한 시선이 소외 계층에 있는 이까지 작품에 주요 인물로 등장 시킨 것이지요. 그는 그렇게 어렵게 지내는 사람들의 삶을 소설 속에서라도 노래해보고자 했습니다.




이태준, 성북동에 머물다


그렇다면 그와 성북동은 어떻게 해서 인연이 닿게 되었을지 궁금해집니다. 이를 보다 명쾌히 알고자 한다면 바로 갈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이태준 작가의 외증손녀 분께서 운영하시는 수연산방인데요. 이태준 작가가 집필 활동을 했었던 집을 전통찻집으로 변형한 곳입니다. 수연산방의 정예선 실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작가 이태준과 성북동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안채





▲별채



Q. 이태준 작가는 어떤 분이셨나요?

A. 선생님께서는 어려서부터 거의 고아처럼 자라셨어요. 그래서 어린이와 소외 계층 등 작은 부분에 큰 관심을 지니고 계셨었죠. 모든 사물을 편안하지만 세심하게 관찰하신 분이셨기에 그게 작품에 다 드러나 있습니다. 이효석, 정지용 등 당대의 문학가들과 함께 문학 단체 구인회의 회원이기도 하셨고요. 


Q. 이태준 작가가 성북동에 정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그 당시의 성북동은 산 속에 있는 개천이 흐르며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많은 작가 분들이 집필하기에 좋은 곳을 찾아서 성북동에 오셨어요. 선생님께서는 자연 환경을 매우 좋아하셨고 좋은 사람들과의 어울림도 굉장히 즐기셨습니다. 성북동은 선생님께서 원하시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곳이었지요.




▲수연산방 내부 비석


Q. 수연산방이 만들어진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A. 이태준 선생님의 생가는 강원도 철원에 있고 집필을 하셨던 곳이 오늘날의 수연산방이에요. 선생님의 작품을 보시고 이곳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으셨죠. 시간이 흘러도 이태준 선생님을 기억하고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방문하셔서 다도 시간을 갖고 가시는 일이 왕왕 있었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수연산방 카페가 만들어졌지요. 오시는 분들 중에는 가끔 등단 소식을 알려 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좋은 영향을 드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기쁘기도 하답니다.



글이 좋아 이곳을 찾았던 이들에게 대접한 감사의 표시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온다는 훈훈한 이야기를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떠신가요. 수연산방이 더욱 궁금해지지 않으세요?




문화를 품은 수연산방




▲별채와 북 카페 외관





▲별채 앞 테이블과 동 건물 내부



수연산방은 ‘산 속에 문인들이 모이는 집’이라는 뜻입니다. 서울시 민속자료 11호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기자가 찾아가 본 날의 수연산방에는 많은 손님들이 자리하여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수연산방을 지배하는 공기는 도전적인 도심의 분위기와 달랐습니다. 평안 속에서 쉬다가 좋은 단상을 곧잘 꺼내어 볼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답니다. 읽기 문화에 관심을 지닌 분들이라면 당장 회의 장소로 잡아도 손색이 없을, 고고한 문학의 여유가 샘솟는 훌륭한 곳이었답니다. 또한 이태준 작가 뿐 아니라 정지용, 이효석, 백석 등 여타 다른 작가들의 소소한 이력들도 확인해 볼 수 있는 문화 공간이었습니다. 여기에 감사의 마음에서 시작 되었다는 전통 음식들도 곁들일 수 있어 금상첨화였답니다.




▲한과와 생강 절편, 빙수



자연의 정취에 취해 전통미가 물씬 풍기는 음식을 한 입 머금노라면 따로 힐링 캠프를 찾아갈 일은 없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여름날의 수연산방에 피워진 향이 돋우는 분위기에 흠뻑 빠져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히 문학의 혼이 마구 솟아오르는 것만 같습니다. 




성북동 수연산방, 문학의 이름으로 다가오다




▲수연산방 입구


사실 서울에 살지 않는 젊은이들에게도 성북동은 꽤 익숙한 동네입니다. 어렸을 적 읽은, 성북동을 소재로 한 여러 작품들이 머릿속에 자리 잡은 덕분이지요. 문학인들을 어루만지던 과거의 명맥을 이어가며 아직도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여 주는 동네인 성북동. 그리고 그 안에서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수연산방. 이번 주말, 이곳으로의 문학 여행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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