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29. 13: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새해가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이 ‘새해의 목표’를 설정하면서 올해 이루고 싶은 꿈과 목표를 다시 한 번 더 다짐하는 시기가 바로 2015년 1월입니다. 지난 2014년을 되돌아보면서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 ‘할 수 있었지만 게을러서 하지 못한 일’을 꼭 이번 2015년에 이루기 위해 각오를 다지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돌아보면 저도 지난해 잘 실천한 것도 있는 반면에 실천하지 못한 것도 있네요. (역시 다이어트는 어려워.)
그래도 10개의 큰 목표 중에서 6개는 실천했으니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습니다. 그리고 한 해 동안 열심히 한 제 자신에게 칭찬하며, 저에게 맞는 계획을 세우는 중이죠. 그런데 사람들은 저처럼 해마다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우는 계획 중에 실천 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금연’, ‘여행’, 그리고 ‘독서’라고 합니다. 그 중에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숫자에 얽매인 목표는 포기하기 쉬워요!
흔히 사람들은 한 해의 독서 계획을 세울 때 ‘나는 올 해 몇 권의 책을 읽겠다.’라고 계획을 세웁니다. 무슨 책을 읽을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단 ‘수’의 개념으로 접근해서 숫자를 채우겠다는 결심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 계획은 처음부터 실패할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습관이 돼서 매달 10권의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수를 통해서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 무리하게 숫자의 개념으로 독서 계획을 세우는 건 채워야 한다는 압박에 자포자기하기 쉽습니다.
책을 읽을 때 필요한 재미를 배제하고 목표를 위한 책 읽기는 처음부터 재미를 붙일 수 없는 방법이니까요. ‘올해는 인문학 몇 권을 읽고, 소설 몇 권을 읽고, 경제서 몇 권을 읽고…’ 같은 계획은 계획이라기 보다 보여주기 위한 행동에 불과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기분이 상할 수도 있겠지만, 수로 목표를 세우고 결과를 측정하는 것은 독서에 있어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독서란 그렇게 수로 보여지는 것 외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꼭 1등을 한다고 해서 착한 사람이 아니며, 꼴등을 한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 아닌 것과 같다고 해야 할까요?
간단히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습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조금만 둘러보면, 성적 앞에 줄을 세우는 청소년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성적에 따라 입시 경쟁을 치르게 됩니다. 또한, 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이것은 이어지죠. 숫자에 잣대를 댄 평가는 위와 아래를 나눠서 ‘차별’을 낳기 때문입니다. 독서를 하는 것에 차별이 과연 필요할까요?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독서에는 숫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몇 권의 책을 읽었느냐가 아니라 한 권을 읽더라도 마음에 남는 책을 읽어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의문이 하나 듭니다. ‘책 100권 읽기’ 같은 한 해 목표에 달성을 위해서 그저 숫자 채우기 식의 읽기를 한다면, 가슴 깊숙이 남아 있는 책은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올해 100권 읽었다.”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무슨 책을 읽었는데? 어떤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라는 질문을 했을 때,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은 상당히 적을 것입니다. 과연 그런 사람이 책을 읽은 것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책을 100권 읽었다하는 양보다는 한 권을 읽더라도 책을 받아드려 내 삶에 녹이고 실천하는 질이 중요하니까요. 진정한 책 읽기는 질이 높아야 합니다.
목표한 수에 도달하기 위해 책을 읽는 건, 마치 등산을 하면서 오직 정상만 바라보고 주변의 풍경을 하나도 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산을 올랐다고는 말할 수 있지만,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를 남길 수 없는 등산이라는 이름표만 붙였을 뿐이죠. 그런 것을 정상적인 산행이라고 말할 수 없지요. 책 읽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천히 저자의 시선을 따라 풍경을 둘러보듯이 때때로 가만히 멈추고 생각에 빠져볼 수 있어야 합니다. 무리하게 속도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책 읽기는 나와 저자의 시간이지, 타인에게 쫓기는 시간이 아니니까요.
“배웠으나 생각하지 않으면 허황되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독선에 빠지느니라. 공부와 생각은 서로 도움을 주는 관계에 있느니라. 신중한 생각이란 곧 무언가를 사고할 때 세밀하게 따져보고 또 따져보는 태도이니라. 문제를 보고 그 근본을 생각하면 작은 면을 보고도 전체를 꿰뚫을 수 있고 현상을 보고도 본질을 알아볼 수 있느니라.” (p186_어떻게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
독서 계획에 자신이 읽어보고 싶은 책을 추가하세요!
한 해의 독서 계획을 세울 때 ‘내가 읽고 싶은 책 목록’에 괜히 어려운 책을 추가하는 것보다 자신이 읽어보고 싶은 책을 추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추천 독서목록이라고 올라온 책은 타인의 기준으로 선정한 책이죠. 그래서 자신과 맞지 않는 책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 책 읽기는 무엇보다 내가 즐거워야 합니다. 내가 호기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책이어야 합니다. 그게 가장 좋은 책이고, 그것이 자신에게 맞는 올해의 권장도서 목록입니다. 타인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권장도서 목록에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한때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열풍이 불어 많은 사람이 ‘읽은 책 목록’에 그 책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읽은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지난해 말쯤에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갑자기 언론을 통해 조명을 받으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언론에서는 ‘쉽게 읽을 수 있는 경제학 도서’ 같은 수식어가 사용되었거든요. 저도 그렇게 책을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책을 끝까지 다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피케티가 얼마나 열심히 연구를 했고, 그의 의견이 지금 우리 시대에 던지는 중요한 부분인지는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즐겁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책을 1/3가량 읽다가 덮어둔 채, 여전히 책장에 꽂혀있기만 한 상태입니다.
이것은 잘못된 책 읽기의 예입니다. 다른 사람이 쉽다고 해서 내게 쉬운 책이 아니라는 것이죠. 알고 보니 그 책을 쉽다고 한 사람들은 이미 그 분야에서 정평이 난 뛰어난 전문가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는 쉬운 책인데, 일반 독자인 우리에게는 어려울 수가 있거든요. 언론이 광고하는 책은 대게 그런 식으로 광고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권장 도서 목록, 혹은 추천 도서 목록에 있는 책으로 독서 계획을 세워 책을 읽으려고 하는 것보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지금 당장 그런 책이 몇 권 되지 않는다고 억지로 무리해서 추가할 필요 없습니다. 책에는 또 다른 책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그 책에도 흥미가 생기는데, 그러면 그 책을 읽게 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이어집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분야를 넓혀가고 읽은 책이 쌓여가야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재미있다.’, ‘즐거웠다.’,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와 같은 2차적 반응을 하고 본격적인 책 읽기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왜 이 책을 읽는가?’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없다면, 그건 ‘책 읽기’가 아니라 ‘책 넘기기’와 같으니까요.
‘책 읽기는 숫자로 결과를 매기지 않고, 권장 도서 목록의 어려운 책보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 딱 이 두 가지만 명심을 한다면, 2015년에는 즐겁게 책을 읽으면서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책을 읽으면서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책은 그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많은 사람이 ‘책 읽기가 중요하다.’고 누누이 이야기하는 것이니까요. 책에 투자한 시간과 돈은 절대 배신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해야 하겠죠? 이번 2015년에는 꼭 책 읽기 목표를 실천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진정으로 잘 읽는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사고의 틀을 과감하게 깨부수고, 세상이 제시하는 정형화되고 표준화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책을 통해 인생을 바꾼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세상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할 길을 발견하고, 그 길로 걸어갔다. (p208_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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