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으로 공교육의 기적을 이룬 양구 비봉초등학교

2011. 8. 4. 09:15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우리 학부모들의 가장 큰 소망은 아마도 자녀가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나라 교육열이 세계 1위, 사교육비 세계 1위라는 자료들만 보더라도 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대단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공교육의 위기라는 말도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학교보다는 학원, 과외 등 사교육으로 몰리는 아이들이 쉽게 줄어들지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교육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성이 느껴지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학습이란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하지만 우리네 학교의 모습을 보면 그렇지 않다고 느낄 수 있는데요. 책의 내용을 암기하고, 많은 문제를 풀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도록 강요하는 모습이 쉽게 떠오르기 때문이죠.

이런 현실 속에 여전히 공교육의 힘을 믿고 ‘학교에서의 교육이 최고의 교육’이라는 철학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습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학교 교육이 미래이고 희망이다’라는 믿음으로 교장 선생님과 교사들이 열과 성을 다하는 강원도 양구군에 위치한 <양구비봉초등학교>인데요.

‘공교육의 기적’을 보여주는 이 학교의 이갑창 교장은 “신문만큼 좋은 교육자료는 없다”고 할 만큼 NIE(신문활용교육)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신문과 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할 수 있는 ‘비봉초등학교’의 그 특별한 교육 현장을 소개하겠습니다.


신문과 독서로 창의력을 키우는 학교

비봉초등학교에서는 매주 목요일을 ‘책 사랑의 날’, 금요일을 ‘신문 사랑의 날’로 지정하여 아침 8시 30분부터 9시 10분까지 1교시 수업시작 전 40분 동안 전교생과 교직원이 책이나 신문을 읽고 있습니다.

이갑창 교장은 “처음에는 아침 일찍부터 이런 활동을 한다는 것에 대해 학부모들의 불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 스스로 책과 신문을 가까이 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올바른 독서 습관도 형성되면서 부모님들도 만족하고 있어요”라며 그동안의 성과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이 학교의 가장 큰 자랑은 무엇보다 신문을 통해 학습하고, 세상을 배울 수 있는 NIE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문에 나와있는 시사 정보는 좋은 학습 자료가 되고, 미담 기사는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되고, 서로 다른 기사의 내용을 통해 이해력과 판단력을 길러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의 원동력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책과 신문에서 읽은 지식과 교양이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표현력이 길러지게 되죠.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학업성취도가 향상됩니다”라고 말한 이갑창 교장은 왜 신문활용교육이 필요한지 강조했습니다. 

NIE는 방학기간에도 계속되고 있다는데요. 방학 중 집중 프로그램으로 NIE 교실을 운영하여 신문일기 쓰기, 신문 제작, 기사 쓰기, 논술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신문을 늘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취재를 갔던 날 역시 방학임에도 NIE 교실에 참여하기 위해 아침부터 아이들이 하나 둘 학교에 모여들고 있었는데요. 이른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은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적극적으로 신문을 읽고, 오리고 붙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답니다.


발표력과 사고력을 키워주는NIE


수업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오늘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신문 속 기사를 읽고 있었는데요.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사를 스크랩해 밑줄도 긋고, 스크랩도 하고서 느낀점을 발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수업을 진행했던 조경자 선생님(36)은 “저학년은 놀이 위주로 고학년은 논술 위주로 수업을 하고 있어요. 신문에 흥미 있는 아이도 있고, 없는 아이도 있기 때문에 싫어하는 아이들이 흥미 있도록 만드는 것이 숙제”라고 했는데요.


그녀의 말처럼 흥미 없는 아이에게 신문을 준다고 모두 읽는 것은 아니겠죠. 중요한 것은 신문을 친숙하게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신문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수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신문의 기사를 오리고, 스케치북에 붙이며 진지한 눈빛으로 밑줄도 긋고 있는 6학년 신연지 학생은 4학년 때부터 계속 NIE 교실에 참여해 왔다고 하는데요. 신문을 읽는 것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NIE를 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서 이제는 예전보다 쉬워졌어요.”라며 NIE를 통해 신문 읽기에도 거부감이 없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어려운 말들은 사전에서 찾아보니까 몰랐던 말들도 많이 알게 되고, 글짓기에도 큰 도움이 돼요”라고 말했는데요. NIE를 통해 다양한 어휘도 접해서인지 질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논리적으로 대답했던 모습에서 NIE의 힘을 느꼈답니다.

교실의 책상마다 국어사전이 비치돼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아이들은 신문 속에서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사전에서 찾아보고 뜻을 적어보는 모습이 무척 익숙해 보였습니다. 매일 이렇게 신문을 읽고 단어를 찾다보면 당연히 어휘력이 무척 풍부해지겠죠? ^^

각자 관심 있어하는 기사를 스크랩한 후 한 명씩 발표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강원도 지역의 행사에서부터 정치적인 뉴스까지 신문 속 다양한 기사만큼 관심있는 기사들도 다양했습니다. 


아직은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에 대해 어색해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앞에 나와 기사를 읽어주고,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해보면 발표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몇몇 아이들은 아주 능숙하고 당당하게 발표하는 모습도 보여줬답니다.

NIE에 임하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학교에서 신문을 접하니 이젠 신문이 아주 익숙한 매체로 다가갔을 것 같은데요. 발표력도 늘고, 글쓰기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니 이래서 NIE가 꼭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


아이들 주변에는 항상 신문이 놓여있어야

비봉초등학교는 이미 NIE의 대표적인 학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것을 증명하듯 ‘신문으로 생각하는 논술비타민’이라는 활동은 2009년도에 ‘강원도교육청 으뜸브랜드’로 선정된바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강원 NIE대회에서 단체 대상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e-NIE 실천사례 최우수 단체상을 수상하면서 NIE 모범학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논술 학원을 보내도 신문으로 교육하는 것보다 효과적이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이갑창 교장은 신문을 활용한 논술교육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어려서부터 신문을 읽고, 생각하는 활동을 하는 것만큼 논술교육에 좋은 것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우리학교 어린이들이 이렇게 신문을 읽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에요. 전교생이 모두 신문 활용 일기를 쓰고, 관심 있는 기사는 일일이 스크랩해 의견을 적어 학급별로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보관해요. 이러한 활동들이 곧 글쓰기와 논술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이 교장의 말에서 은근한 자부심도 묻어났는데요.

이 모든 것이 어떠한 강요도 없이 학생들 스스로 참여하고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교장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학부모 NIE 지도자 과정을 개설하는 등 학부모의 참여를 통해 더욱 신뢰받는 학교로 거듭나고 있죠.

이 교장은 “아이들 주변에 항상 신문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아이들이 신문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은 가정이나 학교에 항상 신문이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렇게 신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그는 인터넷과 휴대전화에 빠져사는 요즘 아이들은 무슨 일이든 논리적이거나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욱더 신문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요.

“신문에서 읽은 지식과 교양은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표현력도 풍부해져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 논리력과 창의성이 길러질 겁니다”라며 신문의 장점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이 교장은 짧은 시간에 그런 성과를 기대하면 안된다고도 했습니다. 신문 읽기로 학습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준비해야 한다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신문을 읽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죠.


이 교장은 이렇게 NIE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성과로 증명하면서 그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학교의 교장이 중심을 잘 잡아야 그 학교가 잘 운영된다”고 말하는 그는 아이들에게 진짜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멋진 교장 선생님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신문은 성인들만 읽는 매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로 볼 수 있고, 지식과 교양을 쌓도록 도와주는 신문.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매체가 아닐까요?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자신과 아이들을 위해 반드시 신문을 펼쳐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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