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감성을 그린 전시회

2015. 8. 26.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폭염주의보로 옴짝달싹 할 수 없었던 방학기간 중, 용산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에 한 달음에 현장을 방문해 보았습니다. 진행 중인 전시회는 <헤세와 그림들展 :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는 헤르만 헤세의 일생을 돌아보며 미술을 사랑했던 예술가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전시회, 함께 떠나 볼까요?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쏙쏙 파헤치기!

  

전시회에 무작정 방문하기 전, 헤르만 헤세에 대해 알아보아야 겠죠? 헤르만 헤세는 독일 출생의 문학가입니다. <수레바퀴 밑에서>(1906), <데미안>(1919), <싯다르타>(1922) 등 오랜 시간동안 책들을 출간해 많은 사랑을 받았고, 특히 1946년에는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전례까지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는 이러한 문학가의 모습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모습 또한 지니고 있었는데요. 부친의 사망, 아들의 발병 등 집안 내외에서 일어나는 부정적 상황으로 인해 정신적 문제를 안게 된 헤세는 치료를 받으면서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후에 그는 “내 생애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처음으로 시도한 그림그리기가 나를 위로하고 구원하지 못했다면 이미 오래전에 내 삶은 지속될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그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평화주의자 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가 문학적으로 활동하던 시기는 독일이 제 1∙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던 때였습니다. 헤세는 전쟁을 일으킨 조국 독일에 대해 반전주의적 태도를 고수했고, 그 대가로 독일 국가 내의 무수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또한 책을 출판하지도 못하게 되었죠. 나치 정권의 탄압으로 스위스로 망명해 간 헤세는 그곳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정원을 가꾸며 평화로운 여생을 보내게 됩니다. 이처럼 전쟁을 반대하며 평화를 꿈꾸었던 헤세의 따뜻한 감성은 그의 글과 그림에서도 아름답게 묻어나고 있습니다.


전시회는 헤세의 유년기부터 사망까지 생애에 따라 전시되어 있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헤세의 상황과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평일 세차례 정규 도슨트를 진행합니다. 소요시간은 약 40분 정도로, 해설과 함께 더욱 풍성한 <헤세와 그림들展>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제 <헤세와 그림들展> 관람 포인트 3가지를 알아볼까요?


컨버젼스 아트를 통해 경험하는 새로운 전시회


커다란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영상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헤세와 그림들展>


타 전시회와 비교했을 때 <헤세와 그림들展>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영상’이 많이 사용되었다는 것입니다. 헤세의 그림에 움직임이 더해져 그림이 그려지는 모습,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등 생동감이 넘치는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그림 감상으로 단순히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을 더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이렇듯 그림을 첨단 디지털 기술과 융합해 재해석한 것을 ‘컨버젼스(Convergence) 아트’라고 합니다. <헤세와 그림들展>에서는 감각적인 조명과 영상 관련 테크놀로지, HD 프로젝터가 결합된 컨버젼스 아트를 선보였습니다. 아름다운 색감들이 차곡차곡 쌓여 표현된 헤세의 영상을 보니, 그의 예술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회를 관람한 양지원 학생은 “그림들이 생생하게 제 눈앞에서 움직이는 영상이 되니까 눈에 아주 콕 박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그림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감상을 전해 주었습니다.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었던 헤르만 헤세의 초판본과 그림이 한 곳에!


헤르만 헤세가 남긴 작품의 초판본이 전시되어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헤르만 헤세의 후손들에게 양도 받은 유품과 책의 초판본, 그림 등 500점 이상을 직접 관람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손때가 묻어 종이는 바래졌지만, 여러 권의 책과 그림을 통해 그의 문학적 업적과 숨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시회에서 초판본이 전시되는 의미는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헤르만 헤세의 작품이 한 권씩 나올 때 마다 처음을 함께 했던 책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언제나 처음과 시작은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요. 그림은 커다란 캔버스에 그린 그림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보내는 엽서 뒤에 조그맣게 그린 그림, 단순하게 끄적인 그림 등 소소한 그림도 다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헤세가 사용했던 타자기, 은화, 약통 등 유품이 있었습니다.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활동


다양한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헤세와 그림들展>


전시회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이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전시회 자체가 글로 표현되어 있기보다 영상으로 진행되고 있기에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체험 활동도 있기 때문입니다. 체험 활동은 그림에 손을 얹으면 헤세의 중요 행적에 관한 정보가 확대되어 나타나는 ‘헤세의 발자취’, 네트워크로 연동되는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스크린에 나오는 헤세의 그림을 자유롭게 채색할 수 있는 ‘미디어 페인트 월(Media Paint Wall)’, 헤세의 서재에 들어가 사진을 찍어 볼 수 있는 ‘미디어 포토존’, 이외에도 그림그리기 활동과 교육 영상을 관람까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헤세와 그림들展>은 헤르만 헤세의 예술적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하는 전시회였습니다. 초록빛으로 꾸며 놓은 전시회 곳곳은 자연과 인류에 대한 헤세의 따뜻한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했고, 헤세의 글귀 한마디는 여러 고민들로 방황하고 있는 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고민거리들을 잠시 내려놓고, 힐링 받을 수 있는 전시회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계절의 변화도 느끼실겸, <헤세와 그림들展 :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 진행 중인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보시는건 어떨까요? 소설부터 그림까지 헤르만 헤세의 감성에 푹 빠지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 전시 장소 : 용산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

* 전시 기간 : 2015. 05. 02 ~ 2015. 11. 01

                 (05.02~08.30 헤세의 초대 / 09.01~11.01 헤세의 가을)

* 관람 시간 : AM 10:00 ~ PM 18:00 (입장 마감 PM 17:00)

* 가격 : 성인 15,000원 / 초,중,고 12,000원 / 36개월~미취학아동 8,000원

http://www.hesse201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