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독서

2016. 8. 11. 16:10다독다독, 다시보기/읽는 존재


[요약]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전 국민 책 읽기 운동의 일환으로 매달 10종씩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 발표하고 있습니다. 8월의 추천 도서를 소개합니다.



#시공을 초월한 소통

안대희 <조선의 명문장가들>


"조선 후기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작가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산문을 창작했다.
그 많은 작품 가운데 현대의 독자들이 읽고 감상하는 것은 극히 일부이다." _저자의 말


동서고금의 시공을 초월하여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최고의 통로는 입니다. 우리가 조선시대 사람들과 소통하며 생각을 나누는 방법도 거의 다 글을 통한 만남으로 이루어집니다. 조선의 문장가들이 남긴 글은 대개 고문과 소품문으로 대별할 수 있는데, 전자가 주로 정치나 이념 등 공식적이고도 외형적인 내용의 글을 쓰는 데 활용되었다면, 후자는 인간의 내면을 자잘하게 담아내는 데 많이 쓰였습니다.

 

이 책은 조선시대에 이름을 날린 문장가들의 소품문 가운데 우리 현대인이 시공을 넘어 공감할 수 있는 것들로 약 130편을 선별하여 번역하고 설명을 덧붙인 격조 높은 교양서입니다. 저자만도 23명인데, 이 중에는 허균이나 정약용처럼 널리 알려진 이도 있으나, 김려나 장혼 같이 다소 생소한 이도 고르게 섞여 있습니다.

 

감각적이고 상업적인 글에 무방비로 노출된 우리네 현대인이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잔잔한 시간여행을 떠나 옛 문인들과 마주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추천위원 : 계승범(서강대 사학과 교수)

 


 


#기술의 발달은 쾌락의 발달?

게리 S. 크로스, 로버트 N. 프록터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


"한때는 쾌락이 희소한 것이었고, 대개 사회적인 성격을 띠었으며, 심지어 공짜였지만, 기계화와 매스 마케팅을 거치면서 상품화되고, 대량생산되고, 개인 용량 단위로 판촉되고, 개인적 차원에서 소비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우리가 구매하는 물건은 우리 정체성의 일부가 돼, 우리가 타인과 자신을 구분하는 방식과 타인과 소통하는 방식을 재구성했다._8장. 가속화된 쾌락과 계량된 삶: 빨리감기로 보는 지난 세기」중에서


문명사적인 관심에서 볼 때 19세기 말은 전 세계 인류의 감각적 쾌락의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꾼 거대한 혁명이 시작된 시점입니다.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의 발명을 통하여 우리는 감각을 증폭시키고 보존하고 휴대하여 오랫동안 광범위한 계층과 지역에 걸쳐서 쾌락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갖게 된 것이다.

 

설탕, 초콜릿, 아이스크림, 냉동식품, 커피, 담배, 술 등 음식과 기호품 뿐 만 아니라, 음악, 영상, 사진, 그림 등 시청각 소비재, 그리고 롤러코스터와 놀이공원과 박람회 등 울타리가 쳐진 공간에까지 현대인은 일상에서 그토록 쾌락에 중독되어 있습니다다. 그것은 병, 튜브, , , 그리고 사진기, 녹음기, MP3 플레이어와 스마트폰 등의 상자 모양의 용기의 발명과 대중화에 의하여 가능하였습니다.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의 저자들은 우리의 일상을 채우고 있는 쾌락을 포장하는 기술발달의 역사 뿐만 아니라 그것을 확산시키고 일상화 시키는 세계시장 체제의 힘과 사회의 역사적 과정을 함께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독자는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잠시 숨을 고르고 풍요와 발전과 현대성에 탐닉하고 중독된 자신을 성찰하고 현명한 삶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 왜 필요한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추천위원 : 김광억(서울대 명예교수)

 


 


#만약 단호한 의견표명이 관계를 돈독하게 한다면?

롤프 젤린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인간관계에서‘맞춰 간다’는 말은 상대방에게 적응하는 것은 물론 상대방도 나에게 적응하도록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모든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맞춰 버리면 내가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상대방과 관계를 맺게 될 뿐만 아니라 진실한 관계를 맺기도 어려워진다." _「모두와 친구가 되려는 사람은 누구의 친구도 될 수 없다」중에서


밥벌이의 고단함은 어떤 가치 추구보다 현실적이고 반복적입니다. 자유란 게 밥벌이를 벗어날 때 찾아지듯 밥벌이에 얽힌 순간 인간은 종속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을의 숙명을 강제당한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이 삶에 나는 없습니다. 오직 남의 시선과 생각, 평가만 집중합니다. 타자의 시선이 본인 행동의 절대강령인 셈입니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독립은 그래서 힘듭니다. 솔직하게 표현하며 거절하는 용기란 그만큼 어렵습니다.

 

그런데 만약 단호한 의견표명이 우려와 달리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신뢰를 조성하는 계기가 된다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혹여 이 가설이 옳다면 우린 지금껏 헛걱정 속에 시간과 정력을 낭비한 셈입니다. 책의 문제 지점은 여기입니다. 거절 후의 실망을 염려해 양보·손해를 감수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싫다고 말해도 사랑받는 비법은 신뢰 구축입니다. 25년간 이렇듯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해온 심리전문가의 주장이니 곱씹어 들어볼만 합니다. 이 책은 상대를 실망시켜 미안해도 소중한 건 나일 수밖에 없으니 단호해지라 주문합니다.

 

-추천위원 : 전영수(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활용 자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달의 읽을 만한 책(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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