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느낀 프로정신, 매일신문 생생기자체험 따라가보니

2011. 10. 13. 13:0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즘 중고등 학생들의 체험학습이 많은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교과서 안에서 얻을 수 없는 지식을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며 체득할 수 있는 ‘산교육’의 기회가 되기 때문인데요. 특히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활동들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7일, 대구 매일신문사에서는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생생기자 체험 ‘나도 기자다’ 수업이 이루어졌습니다. 매일신문은 대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중 하나로 지방에서 유일하게 신문전시관을 갖추고 있는 곳이기도 한데요. 학생들과 함께 신문을 만들어보며 일일기자체험도 할 수 있고,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프로정신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 생생한 현장을 소개합니다. 




실제 취재부터 기사 작성까지 ‘나는 기자다’


금요일 오전 9시, ‘나도 기자다’ 생생기자 체험이 매일신문 본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날 수업에는 서남중학교와 정화중학교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수업을 들었는데요. 보통 15명 정원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이지만, 이날은 두 학교의 학생들이 합쳐져 총 30명의 인원이 편성되었습니다. 





 

신문을 만드는 첫 번째 작업은 신문의 이름, 즉 제호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이날 신문은 ‘정성’이라는 제호가 붙여졌답니다. 이제 제호를 정했으니 이제부터 각자 역할을 나눠야겠죠? 학생들이 앉은 자리에는 ‘정경부’, ‘사회부’, ‘문화부’ 등 대표적인 신문 취재 부서 팻말이 붙어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정경부나 사회부보다는 문화부, 스포츠 레저부가 인기가 많았습니다. 이런 경향은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실제로 취재를 해보면 다르지만 어린 학생들에게는 문화나 레저 쪽이 흥미도 있고, 쉬워보여서라고 해요.


 


취재 아이템 발굴, 사진 찍는 요령 등 각 부서가 하는 일을 간단히 설명하고 나니 어느덧 시간은 10시. 이제 빨리 취재를 나갈 시간입니다. 1면 짜리 간단한 신문이지만 그 과정은 일반 신문을 만드는 과정과 똑같이 취재, 기사작성, 편집, 레이아웃 구성 등 만만치 않은 작업이 소요되기 때문이지요. “맛있는 짜장면을 먹기 위해서는 불지 않게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강사 선생님의 말처럼 신문기자에겐 시간이 생명입니다. 


대구의 명소부터 물가 동향까지.. 전문기자 못지 않은 취재열기

매일신문사 주변에는 대구를 대표하는 명소는 물론, 시내인 동성로와도 가까워 취재거리가 풍부했습니다. 신문사 건물과 이웃하고 있는 계산성당,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쓴 민족시인 이상화의 고택, 그리고 독립의 물결이 넘쳤던 국채보상공원 등. 이외에도 인근에는 백화점이나 지하쇼핑몰이 있어 각 분야에 맞는 취재를 하기 쉽습니다.




 


이날 함께 동행했던 정경부 담당 학생들은 주변 지하쇼핑몰을 방문해 물가동향을 알아보기로 했는데요. 학생 입장에서 자신들의 용돈과 비교해 학용품 가격, 분식집 메뉴 등이 얼마나 올랐고 작년과 비교해 물가가 오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직접 점원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스스로 모델이 되어 취재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니 어린 학생들이지만 열의가 대단했어요. 실제로 기사를 담당한 이은수(정화중 2) 학생과 사진을 담당한 조민석(정화중 2) 학생은 학교 신문부 활동도 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평소 신문에 대한 관심이 많아 이렇게 직접 신문기자 체험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 즐겁다고 했습니다.




 

취재를 마친 후에는 자리로 돌아와 기사작성을 하고, 찍어온 사진을 옮기는 작업을 진행했는데요. 팀을 이뤄 진행하다 보니 의견 충돌이 생기기도 하고, 기사 작성에도 애를 먹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신문제작에 있어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을 겁니다. 물론 모르는 부분은 강사 선생님이 도와주기 때문에 힘들다고 포기하거나 소홀히 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글을 읽는 사람은 남을 시키는 자리에 오를 수 있어

점심식사를 마친 후, 오후에는 김선미 강사의 수업으로 편집에 대해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러분들은 대통령과 시장, 삼성 이건희 회장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라며 운을 뗀 그는 “이들의 공통점은 아침에 가장 먼저 신문부터 본다는 사실이에요”라고 하며 하루 10분의 신문 읽기 습관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했습니다. 



 


수업 교재로 쓰인 이날의 매일신문 표지에는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이 실려있었는데요. 김 강사는 스티브 잡스에 대해 설명하며 “스티브 잡스 역시 매일 신문을 읽고 세상 돌아가는 일을 파악했어요. 글을 읽는 사람은 남을 시킬 수 있고, 누군가를 시키는 자리에는 반드시 글을 읽은 사람을 앉힌답니다”라며 이 시대의 리더(Leader)는 리더(Reader)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 “종이신문은 대표적인 내용이 제목으로 정리되기 때문에 쭉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인터넷 뉴스는 하나의 기사만 클릭해 읽기 때문에 원하는 기사를 찾기도 힘들고 전체를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기도 어렵죠”라는 말을 덧붙이며 종이신문의 편집 기능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역시 제대로 된 읽기는 지면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대구 유일의 신문전시관 ‘매일신문 신문전시관’

편집교육도 끝나고, 신문이 제작되고 있는 동안 학생들은 지하에 마련된 신문전시관을 견학했는데요. 매일신문은 대구에서 유일하게 전용 전시관을 가지고 있는 신문사로, 이곳은 매일신문은 물론 대구 언론계의 동향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만든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생생기자 체험 및 신문전시관을 담당하고 있는 이재근 차장은 입구에 전시된 막걸리를 마시는 아이의 사진을 가리키며 “이것이 예전에 있었던 막걸리 선거”라며 “이런 사진들이 바로 시대를 비추는 언론의 역할”이라며 신문전시관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모든 교육이 끝나고, 학생들은 다시 자리로 돌아와 자신들의 기사가 실린 신문을 받아보았는데요. 짧은 기자체험이었지만 하나의 기사에도 이렇게 많은 노력이 깃들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본인이 직접 쓴 기사 즉 ‘정제된 글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도 되지 않았을까요? 퓰리처상을 수상할 미래의 기자들이 오늘 모인 이 자리에서 탄생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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