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17. 10:00ㆍ웹진<미디어리터러시>

|서용리(문덕초등학교 교사)|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서용리 문덕초등학교 교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의뢰로 초등학교 1~2학년 대상 미디어 교구재를 개발했다.
커리큘럼과 교구재 개발 과정, 교구재의 주요 내용과 교육 현장의
반응 등 아이들이 학교에서 처음 만나는 미디어 교구재 탄생기를 소개한다.
초등교사에게 1학년은 기피 학년이다. 끊임없는 아이들의 질문과 사투를(?) 벌이며, 하나부터 열까지 손길이 닿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가장 보람을 느끼게 하는 학년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1학년 담임교사는 학교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선생님이자 어른이고, 사회를 보는 창이 된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사람으로 여기기에 아이들은 선생님을 자신이 아는 가장 멋지고 좋은 말로 칭송한다. 가령 “선생님은 무궁화같이 예뻐요”처럼 말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교구재 개발 의뢰를 받았을 때는 이런 연유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에 처음 접하게 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명확하고 재미있어야 한다. 너무 어렵게 느껴지지 않아야 하지만 너무 가볍지 않아야 하고 처음부터 하나씩 제대로 짚어나가야 한다. 1~2학년 아이들의 짧은 집중 시간을 고려하여 여러 조작 활동이 포함되어야 하지만 그것들이 흥밋거리에만 그쳐서도 안 된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을 꿰뚫는 수업이되, 전반적인 미디어를 다루어야 하고, 흥미도 있어야 하며, 구체적인 조작물로 활동하고 수업을 마쳤을 때 결과물도 남아야 하는 등 고려할 점이 상당히 많았다. 이런 점들을 숙고하여 전체적인 단원을 구성하였다. 이번 연구·개발 전체 과정 중 가장 많은 공을 들인 것은 단원 구성이었다. 책임 연구를 맡으신 박유신 선생님과 함께 생각하고, 바꾸고, 합치고, 나누고 하는 과정을 거쳐 20단원을 정선했다.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하기 위해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캐릭터인 ‘로니’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어 로니를 메인 캐릭터로 사용하기로 했다. 로니와 함께 이야기를 끌어갈 남녀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었다. ‘언론재단’의 언론에서 ‘로니’의 이름이 탄생한 것처럼 ‘재단’에서 한 글자씩 따 ‘재이’와 ‘다니’로 이름을 지었다. 남녀지만 최대한 성(性)에 대한 고정관념이 드러나지 않도록 삽화를 진행하였다. 동기유발에 포함된 ‘로니이야기’는 애니메이션 작가인 박새미님에게 의뢰해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예산상 성우의 더빙까지 넣을 수는 없었지만, 충분히 아이들에게 단원의 동기를 유발하고, 배울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었다.
20단원의 수업은 지도안에만 그치지 않고 단원별 활동지와 수업 목표에 맞는 교구재를 세트로 개발했다. 현장에서 수업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도안의 흐름대로 단원별 PPT 개발까지 완료하였다. 활동지 디자인 및 교구재 제작, PPT 구성은 ‘놀이나무’에서 큰 힘을 써주셨다. 머릿속 생각을 활동지와 교구재로 멋지게 만들어 주셨다. 모든 교구는 KC 인증을 받아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재질로 만들어졌다. 활동 속도가 다름을 고려하여 활동지에 나온 삽화 등을 활용하여 단어 쓰기 및 그림 색칠하기가 포함된 부록을 제작하였다. 작은 보상에도 즐거워하는 저학년 어린이들을 생각해 칭찬북과 칭찬도장, 칭찬스티커 세트도 함께 만들었다.

아이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미디어 수업
지난 1월 일차적으로 완성된 활동지 및 교구를 받아 우리 반에서 파일럿 수업을 진행해 보았다. 당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어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난도를 조절하여 국어와 창체 시간에 수업을 진행하였다. 또한 동료 교사에게 부탁해 2학년에서도 수업을 진행해 피드백을 받았다.
아이들의 반응은 정말 좋았다. 3학년에서는 사회과의 ‘통신의 발달’과 창체 시간의 ‘스마트폰중독 예방교육’, 국어 시간 ‘매체 수업’ 정도에서 띄엄띄엄 미디어에 관해 다룬다. 생활과 밀접하고 늘 관심이 높은 미디어에 대해 제대로 된 커리큘럼으로 배우는 것은 잊지 못할 경험이 되었다. 종업식날 헤어지며 일 년 동안 우리 반에서 가장 기억 남는 일을 발표하는데 많은 아이가 선생님과 함께한 미디어 수업을 꼽았다.
<로니와 함께하는 미디어 탐험대>의 학습 내용은 크게 미디어의 정의, 미디어의 종류, 미디어 안전, 미디어 체험으로 분류할 수 있다. 1단원부터 20단원까지 꼭 순서대로가 아닌 강사 재량과 여건에 따라 수업하는 것을 전제하여 지도안을 작성하였다.
첫 문은 ‘미디어’에 대한 정의로 열게 된다. 1단원의 ‘미디어는 내 친구’와 2단원의 ‘옛날과 오늘날의 미디어’에서는 미디어가 무엇인지에 대해 배운다. 로니가 나들이를 떠나며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게 되는 이야기를 듣고 미디어가 우리 생활 속 어떤 미디어가 있는지 떠올려 본다. 내 생활 속에서 미디어를 사용한 경험을 이야기 나누고 미디어와 미디어가 아닌 것을 구별해본다. 1단원 교구는 미디어 카드로 이 카드를 활용하여 메모리 게임, 딩고, 원카드와 같은 다양한 카드놀이를 해볼 수 있다. 2단원에서는 옛날과 오늘날의 미디어를 분류해 보고 미디어 붙임딱지를 활용해 미디어를 소개하는 날개책을 만들어본다.
미디어의 정의는 10단원의 내가 좋아하는 미디어 소개와 11단원의 미래의 미디어 상상하기와도 연결된다. 10단원의 내가 좋아하는 미디어는 ‘보물’에 빗대어 수업을 설계하였다. 스크래치 활동을 통해 숨어있는 보물(미디어)을 찾고, 보물 상자 모양 교구에 내가 좋아하는 미디어를 넣어서 소개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미디어의 종류와 그 미디어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였다. 11단원의 미디어 상상하기는 상상한 내용에 그치지 않고 미래의 미디어를 사용하는 장면을 그려 그것이 유튜브로 송출되는 것처럼 종이 교구를 제작하였다.

미디어의 종류로는 뉴스, 신문, 광고, 텔레비전, 인터넷 등을 다룬다. 4단원 ‘소식을 알려주는 뉴스’와 7단원 ‘우리는 어린이 기자단’에서 뉴스와 신문의 형식에 대해 알아보고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사문과 카드뉴스 등으로 만드는 활동이 담겨 있다. 5단원 ‘똑똑하게 광고 보기’에서는 광고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광고를 볼 때 주의할 점을 살펴본다. 자신이 광고하고 싶은 것을 옥외광고판 형식으로 표현해 보도록 했다.
올바른 미디어 생활법 스스로 찾도록
아이들이 텔레비전에서 더 이상 지상파 프로그램을 많이 보지 않고 다른 영상 서비스를 보기 위한 ‘도구’로만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텔레비전을 단원으로 넣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가장 손쉽게 텔레비전을 통해 영상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8단원 ‘텔레비전 속 재미있는 이야기’를 구성했다. 텔레비전의 다양한 프로그램 구성 및 텔레비전을 볼 때 유의점을 알아보고, 마지막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을 기획해 무대책으로 꾸며보는 활동을 넣었다.
9단원 ‘세상을 연결하는 인터넷’에서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특히 소셜미디어는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이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지만, 잘못된 사용으로 관계에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프로필 사진으로 적당한 것, 소셜미디어상의 대화 예절, 댓글 및 게시글을 쓸 때의 유의점 등의 기본적인 내용이 포함되도록 하였다.
미디어 안전과 관련된 단원은 11~12단원 ‘안전하고 즐거운 미디어 생활’과 6단원 ‘미디어와 나의 하루’가 있다. 11~12단원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미디어에서의 여러 위험 상황을 알아보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나누도록 하였다. 이 단원에서는 다양한 미디어의 이용 환경(메신저, 로블록스 같은 메타버스, 유튜브 댓글 창 등)을 담은 팻말을 교구로 만들었다. 미디어를 사용하며 겪을 수 있는 위험 상황이 제시되면 어떤 상황에서 겪은 일인지 팻말을 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도록 하였다. 다양한 위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이것을 스마트폰 모양의 그림책으로 만들고 서로 바꾸어서 읽어보고 댓글을 달아주는 활동을 한다. 그 후 미디어에서 어린이의 권리를 알아보고, 미로찾기를 통해 나의 권리와 안전을 지키는 일들에 대해 정리한다. 마지막으로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라는 활동으로 캠페인 활동을 통해 두 단원에 걸친 미디어 안전 활동을 마무리한다.

6단원의 ‘미디어와 나의 하루’는 미디어와 함께 살아가는 하루를 돌아보고, 자신의 미디어 생활을 돌아보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설계되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학습자의 미디어 경험에 대해 성찰하는 것은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미디어 습관과 앞으로의 미디어 사용 다짐이 담긴 타임테이블을 동시에 만들어봄으로써 올바른 미디어 생활의 방법을 스스로 찾아나가도록 하였다.
직접 만들고 체험하며 느끼는 ‘미디어와 나’
14~19단원은 아이들이 직접 미디어를 만들고 체험해 보는 활동으로 구성되었다. 캐릭터 만들기, 사진, 동영상, 간단한 애니메이션 만들기, 픽실레이션(Pixilation)1), 구글맵 활용이 이 단원의 내용에 포함되었다. 저학년의 특성상 이 단원들은 어느 정도 교사의 도움을 전제로 설계되었다. 아이들이 가장 적극적이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단원인 반면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까다롭고 어렵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각자 전공이나 경력이 다르므로 다양한 미디어 제작에 대해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나 역시 저학년을 많이 가르쳐 봤지만 교과서에 빈번하게 나오는 종이접기는 아직 해도 해도 어렵고 새 교육과정이 나오면 생경한 활동들이 막연히 두렵기도 하다. 수업 전 직접 해보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보도록 한다.
캐릭터 만들기는 내가 만든 캐릭터를 가면으로 꾸며 역할극을 하는 것으로 연계했는데 ‘역할극’은 저학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활동 중 하나이다. 특별한 대본이 없어도 아이들이 즐겁고 적극적으로 한다. 역할극이 부담스럽다면 간단한 핫시팅(Hot Sitting)2)으로 진행해 볼 수도 있다.
사진 찍기는 카메라 조작법을 익혀보고 다양한 사진을 찍어보는 활동으로 구성하였다. 초등학교 1~2학년 통합 교과서에도 사진 찍기가 나온다. 구글 3D를 활용한 ‘우리 반에 나타난 공룡사진 찍기’나 사진 틀을 이용하여 틀 안에 식물을 넣어서 사진 찍는 등의 활동이 있다. 저학년 아이들이 스마트기기를 매우 잘 다룰 것 같지만 실제 교실 현장에서 보면 생각보다 잘 다루지 못한다. QR코드 스캔 등도 어려워하며 간단한 카메라 사용법 등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를 생각하여 카메라의 작동법부터 익히는 것으로 단원을 구성하였다.
애니메이션 만들기에는 움직이는 두 컷 종이 애니메이션과 페나키스토스코프를 넣었다. ‘착시’라는 애니메이션의 기본 원리를 익히고 멈춰있는 그림에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하게 된다.
픽실레이션, 애니메이션, 동영상 단원은 묶어서 하나의 프로젝트로 수업을 해보아도 좋겠다. 아이들이 간단한 무대와 캐릭터로 인형극을 꾸미고 교사가 그것을 촬영하여 간단한 동영상 또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보는 등의 활동을 제안하고 싶다.
마지막 단원 ‘안녕, 미디어 탐험대’에서는 스스로 수료증을 만들어 수여해 보고 보드게임을 통해 그동안 배운 내용을 정리해 보도록 했다. 또한 수업 시간에 사용하고 남은 각종 교구와 붙임딱지 등의 자료를 모아두었다가 ‘미디어와 나’라는 주제로 콜라주를 만들어보는 활동도 넣어 배웠던 수업 내용을 한 번씩 상기하며 마무리한다.
교구재 개발이 끝나고 신규로 선발된 늘봄 미디어 강사와 기존 미디어 강사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연수를 진행하였다. 연수를 진행하며 그 열기에 놀랐다. 쉬는 시간에도 질문이 쏟아졌고, 각종 교구를 직접 시연해 보는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분명 멋진 수업을 만들어 가고 계실 것이다.
현재 1~2학년 미디어 교구재 연구개발의 경험을 발판으로 3~4학년용 커리큘럼을 개발 중이다. 더욱 심화한 내용과 다양한 활동이 포함되도록 집필하고 있으니, 올해 하반기에 나올 3~4학년을 위한 미디어탐험대 교구재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마지막으로 집필 과정 중 늘 뒤에서 큰 조력을 해주신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팀의 나인선 차장님과 정돈되지 않은 생각과 다양한 요구사항도 멋지게 구현해 주신 놀이나무에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린다.
1) 사람이나 생물의 움직임을 한 프레임씩 끊어 촬영한 후, 필요한 부분만 연결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법
2) 교실 연극 기법으로 핫시트(Hot Seat)에 앉은 한 학생이 이야기나 역사 속 가상의 인물이 되어 질문에 대답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그 인물에게 질문하는 인터뷰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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