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12. 10:00ㆍ웹진<미디어리터러시>

ㅣ최용재(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팀 사원)ㅣ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4월 7일부터 시작해 7월 31일까지
‘ 제6회 뉴스읽기 뉴스일기’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다양한 시사 콘텐츠를 보고 기록한 자신만의
‘뉴스일기’를 응모하는 ‘뉴스읽기 뉴스일기’ 공모전의 목적은 무엇이고
이를 통해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담당자인
미디어교육팀 최용재 사원과의 일문일답을 소개한다.
Q. 이번 공모전의 주제(포레스트)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A. 지금 우리는 매일 수많은 뉴스를 접하며 살아갑니다. 클릭 한 번으로 쏟아지는 정보들, 무심코 지나치는 뉴스 제목들, 복잡하게 얽힌 이슈들, 그리고 진실을 가장한 허위정보까지. 현대 사회는 마치 울창하고 미로처럼 뒤얽힌 ‘정보의 숲’과도 같습니다.
신문과 TV 같은 전통 미디어부터 스마트폰 기반의 디지털 미디어까지, 현대 사회는 거대한 미디어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는 끊임없이 뉴스가 자라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서로 얽히고 뒤섞입니다. 어떤 정보는 유익하지만, 어떤 정보는 독버섯처럼 해롭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숲속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받아들이며,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입니다. 우리는 그 숲을 ‘지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길을 걸어가는 존재입니다. 걸으며 질문하고, 살피고, 때로는 멈춰 서서 방향을 바꾸기도 해야 합니다. 정보의 열매를 무조건적으로 소비하기보다는, 스스로 골라내고, 의미를 부여하며 나만의 시선으로 기록하는 일. 이것이 이번 공모전이 지향하는 뉴스 읽기이자, 뉴스 일기입니다.
‘뉴스읽기 뉴스일기’ 공모전은 여러분 각자가 복잡한 숲길 속에서 내딛는 작은 발걸음입니다. 하지만 그 발걸음들이 모이면, 정보의 숲은 점차 변화합니다. 무분별한 소비로 어지럽던 공간이, 서로 다른 시선과 생각이 공존하는 건강한 생태계로 다시 살아납니다. 이렇게 탄생한 이야기들은 글로만 머무르지 않고, 사람들의 손으로 가꾼 ‘정보의 숲’이 되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안에서 숨 쉬는 공간이 됩니다. 사람이 자연을 살리고, 자연이 사람을 다시 살리는 것처럼 우리가 함께 만든 ‘포레스트’도 그런 순환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여러분의 첫 발걸음을 기다립니다.
Q. 올해 참가자들에게 꼭 도달하길 바라는 ‘느낌’이나 ‘감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이 복잡한 정보의 숲을 걷는 여정 속에서, 여러분이 꼭 한 번쯤 느껴보았으면 하는 감정이 있습니다. 바로 ‘내가 읽은 뉴스에 대한 나의 감정, 생각, 관점도 충분히 소중하구나’라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입시, 진로, 나아가 삶의 여러 선택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정답이 정해져 있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 대부분의 문제는 단 하나의 답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뉴스를 읽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의 시선으로 완성된 이야기를 내 안의 감정과 관점으로 다시 읽어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나는 이 뉴스를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이 사안에 대해 나는 어떤 입장을 가질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며 생각을 정리해 보고, 그 과정을 글로 표현해 보면서 그 자체가 의미 있는 경험이 되기를 바랍니다.
꼭 거창한 해석이나 대단한 결론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뉴스와 관련된 다른 관점의 기사나 댓글을 찾아보거나,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아주 작은 시도만으로도 스스로의 시선을 확장하는 연습이 될 수 있습니다. 뉴스를 읽고, 생각하고, 써보는 그 시간 속에서 여러분은 조금씩 ‘자기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 숲을 걸어가는 가장 주체적인 방식이 될 것입니다.
Q. 참가자 중에서 인상 깊었던 유형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A. 여러 참가자의 다양한 시도가 인상적이었지만, 그중에서도 뉴스를 단순히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 행동으로 옮겨보려는 참가자들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예를 들어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다룬 환경 관련 뉴스를 읽은 한 참가자는 일상에서 잔반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그 과정을 사진으로 남겨 뉴스일기에 담았습니다. 뉴스를 단순한 사회적 이슈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연결 짓는 태도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뉴스가 단순한 정보가 아닌 행동과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임을 스스로 체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쓰레기 소각장 관련 뉴스를 바탕으로 일기를 작성하면서, 관련 지역의 정책 자료를 찾아보고 현황을 조사했습니다. 기사 내용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정책 제안까지 이어간 점이 돋보였고, 단순히 ‘내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대안을 고민한 과정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실천적 확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공모전 참여가 단순한 뉴스 읽기와 일기 쓰기에 그치지 않고, 생각을 행동으로 이어가며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기회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공모전의 의미를 다시금 실감하게 됩니다.

Q. 참가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뉴스를 대하는 태도’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뉴스를 읽을 때 꼭 기억해두면 좋을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Erving Goffman)의 ‘프레이밍 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뉴스가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니라, 특정한 틀과 시각을 통해 구성된 정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즉, 뉴스는 처음부터 완전히 중립적인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맥락 안에서 선택되고 배열되어 우리에게 전달된다는 것이죠.
같은 사건이라도, 누가 어떻게 전하느냐에 따라 표현 방식, 강조점, 사용하는 언어, 심지어 사진 한 장의 선택까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작은 차이가 독자의 해석과 감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뉴스를 마주할 때는, 그 보도의 ‘틀’과 ‘구성 방식’까지도 함께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이런 이유에서, 하나의 기사를 그대로 믿기보다는 관련된 다양한 시각의 뉴스와 의견, 그리고 전문가의 분석이나 반대 입장 등을 참고해 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왜 이 사건은 이렇게 보도되었을까?’, ‘다른 언론은 이 사안을 어떻게 다뤘을까?’, ‘내가 이 사건의 당사자라면 어떤 입장에서 느꼈을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는 연습이 생각의 폭을 넓히는 출발점이 됩니다.
이러한 태도는 앞서 이야기한 정보의 숲을 ‘스스로 걸어가는 힘’, ‘자기 생각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감각’, ‘뉴스를 삶의 변화로 연결짓는 실천’과도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뉴스를 겉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구조와 맥락까지 살펴보려는 태도는 결국 더 깊이 있는 이해, 더 균형 잡힌 시선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런 사고 습관이 조금씩 몸에 익어갈 때, 우리는 단순히 ‘뉴스를 읽는 사람’이 아니라, 정보의 구조를 스스로 해석하고 의미를 만들어 가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뉴스읽기 뉴스일기 공모전’에 참여하는 여러분도 뉴스의 표면적인 내용만이 아니라, 그 이면의 틀과 배경을 탐색하며, 세상을 더욱 깊고 주체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키워가시기를 바랍니다. 그 힘은 결국,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도 스스로 중심을 잡고 사고하는 근육이 되어줄 것입니다.
Q. 미디어 리터러시 관점에서, 이 공모전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 이 공모전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씨앗을 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정보를 수집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관점이나 표현을 만들어내는 일련의 과정을 말합니다. 핵심은 단순히 뉴스를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뉴스 속 정보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어떤 시각이나 전제가 깔려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해석하는 힘을 기르는 데 있습니다.
자칫 어렵고 이론적으로 들릴 수 있는 이 과정을 참가자들은 ‘뉴스읽기 뉴스일기 공모전’을 통해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방식으로 체험하게 됩니다. 관심 있는 뉴스를 선택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며 일기를 쓰는 동안 참가자들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다양한 관점을 탐색하며, 자신만의 시각으로 내용을 재구성해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에서 자라나는 질문과 사고의 습관들이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의 첫걸음이며, 하나의 ‘정보’를 대하는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공모전은 미디어 리터러시에 접근하는 문턱을 낮추고,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정보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자신의 시각으로 표현해내는 능력은 처음부터 거대한 나무처럼 완성된 형태로 요구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복잡한 절차나 사전 지식 없이, 작은 씨앗 하나를 심듯 익숙한 ‘일기’라는 형식 안에서 차근차근 키워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공모전은 바로 그런 출발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틔워진 씨앗은 개인을 넘어, 다른 사람의 시선과 경험과 어우러지며 사회 전체로 확장됩니다. 참가자들이 뿌린 생각의 씨앗들이 서로 자극이 되고 자양분이 되어, 건강한 정보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하고 풍성한 숲으로 자라나는 것, 그것이 이 공모전이 하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 작은 시작은, 우리가 살아가는 복잡한 정보의 숲을 보다 주체적이고 건강한 생태계로 바꾸는 데 기여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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