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AI 시대 시민 교육을 위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 방향

2026. 1. 12. 10:00웹진<미디어리터러시>

l 정현선(경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l

 

생성형 AI의 발달과 확산은 우리 일상을 편리하게 변화시키고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로 인해 미디어 리터러시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디지털·AI 미디어 기술’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대안의 상상까지 포괄하는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로의 확장을 필요로 하고 있다.
디지털·AI 시대를 주도할 시민을 키우기 위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과 방향성을 짚어본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플랫폼이 정보의 생산, 유통, 소비 과정을 빠르게 재편하면서, 시민의 정보 이용 방식은 물론 학습, 관계 맺기, 사회적 참여 양상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확산은 정보 생산과 이용의 자동화를 촉진하면서 일상생활과 업무, 학습에 편리성과 혁신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허위정보 확산, 데이터 학습 과정의 비윤리성·편향성 문제, 개인화된 추천 알고리즘 강화로 인한 필터버블과 확증편향 확대, 개인정보 및 사생활 침해와 플랫폼 의존성 심화, 인간 지성의 ‘외주화’ 및 젊은 세대의 일자리 위협 등 새로운 위험도 초래하고 있다.

 

이렇듯 변화된 환경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는 다양한 출처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찾아 비판적으로 읽고, 미디어 재현 및 담론의 타당성을 분석·성찰하며, 새로운 기술의 작동 방식에 대해 윤리적 판단을 내리고 시민으로서 책임 있게 행동할 수 있는 기초 능력으로서 과거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디지털 기술이 미디어에 도입되기 훨씬 전부터 생겨났으며, 미디어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그 내용과 재현 방식이 만들어내는 담론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과 모바일 기술 및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누구나 미디어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여 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된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는 비판적 이해뿐 아니라 콘텐츠의 생산과 공유도 강조하게 되었다. 그리고 디지털·AI 시대를 맞아 미디어 리터러시는 인간의 경험을 구조화하는 기술과 도구 및 미디어 환경이 설계·작동되는 방식에 대한 비판적 이해, 그리고 아동 권리와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옹호하는 대안적 기술 설계까지 포함하는 ‘비판적 디지털 리터러시(critical digital literacy)’(Pangrazio, 2016)를 포함하는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MediaSmarts, 2022)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하게 되었다.

 

PISA 2029 미디어와 AI 리터러시(MAIL)에 대한 안내 웹사이트 (출처: OECD)

 

 
AI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바탕으로 한 AI 리터러시 프레임워크의 등장

 

최근 OECD에서는 2029년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1)에 ‘미디어와 AI 리터러시(MAIL)’라는 새로운 평가 영역을 공식 도입하기로 결정하였고, 그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보고서의 첫 번째 버전을 2025년 12월에 공개할 계획임을 밝혔다(OECD, 2025). 이 평가를 도입하게 된 이유에 대해 OECD에서는 전 세계 학생들이 매일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여 정보를 찾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배우며, 다른 사람들과 교류 및 협력하는 상황에서 사회와 대중문화가 변화하고, 누구나 미디어를 소비하며 직접 제작할 수 있게 되었지만,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기술 도구의 잠재적 이점을 강화하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관점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즉, 디지털 및 AI 도구의 작동 원리, 디지털 도구와 미디어 이용에서 인간의 역할, 디지털 및 AI 도구 사용의 사회적·윤리적 결과, 이러한 도구를 활용한 효과적인 소통 및 협업 방법, 미디어 콘텐츠의 비판적 평가 방법 이해에 필요한 역량을 평가하고 개발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Findlater, 2025). 실제로 이 평가를 개발하는 네 명의 전문가 중에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세계적인 석학인 미국 로드아일랜드대학교의 르네 홉스(Renee Hobbs) 교수가 포함되어 있으며, 지금까지 알려진 구체적인 평가 항목은 [표]에 나타난 바와 같이 총 다섯 가지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은 한국의 교육 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한국에서는 AI 리터러시를 AI 기술의 도구적·윤리적 활용 정도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으며, AI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비판적 이해나 대안적 설계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OECD의 ‘미디어와 AI 리터러시’ 프레임워크는 AI를 미디어 리터러시와 연계하여 정의하고 교육하는 방식으로 AI 리터러시에 대한 이해가 변화해야 함을 보여준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반영된 미디어 리터러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미디어·디지털 리터러시 관련 내용이 국어, 사회, 도덕, 미술, 기술·가정 등 여러 교과의 특성에 따라 포함되어 있다. 국어과는 디지털 시대의 언어 환경을 고려하여 기존의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설정했던 ‘자료·정보 역량’을 ‘디지털·미디어 역량’으로 수정하여 제시하였으며,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하여 새로운 의사소통 환경에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내용 요소를 학습 내용에 명시한 ‘매체’ 영역을 기존의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에 더하여 새로운 내용 영역으로 신설하였다(교육부, 2022).

 

국어과 ‘매체’ 영역의 내용 체계에 담긴 ‘핵심 아이디어’에서는 ‘매체는 소통을 매개하는 도구, 기술, 환경으로 당대 사회의 소통 방식과 소통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 ‘매체 이용자는 매체 자료의 주체적인 수용과 생산을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고 사회적 의미 구성 과정에 관여한다’, ‘매체 이용자는 매체 및 매체 소통의 영향력에 대한 이해와 자신과 타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건강한 소통 공동체를 형성한다’라는 명제들을 제시하였다.

 

국어과 5-6학년군 ‘매체’ 영역에는 ‘뉴스 및 각종 매체 자료(매체 텍스트)의 신뢰성을 평가한다’, ‘자신의 매체 이용 양상에 대해 성찰한다’, 7-9학년군 ‘매체’ 영역에는 ‘대중매체와 개인 인터넷 방송의 특성과 영향력을 비교한다’, ‘매체 자료의 재현 방식을 이해하고 광고나 홍보물을 분석한다’,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여 매체 자료의 공정성을 평가한다’, 10학년 <공통국어>에는 ‘사회적 의제를 다룬 매체 자료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매체 비평 자료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자신의 관점을 담아 매체 비평 자료를 생산한다’ 등의 성취기준이 반영되어 있다.

 

사회과 교육과정에서도 초등학교 5-6학년군에 ‘민주주의에서 미디어의 의미와 역할을 이해하고, 여러 가지 미디어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올바르게 이용하는 태도를 기른다’라는 성취 기준이 반영되어 있다. 또한 중학교 일반사회 영역에는 ‘우리 주변에서 활용되는 미디어들을 탐색하고, 미디어를 통해 경험하는 다양한 문화와 정보들을 비판적으로 점검한다’라는 성취기준도 있다. 특히 ‘사회·문화’ 영역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 교육 내용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고등학교의 ‘사회와 문화’ 선택 과목에는 사회적 갈등과 차별의 구조, 미디어와 문화의 상호작용, 자료·정보의 타당성과 신뢰성 검토, 다양한 관점·이론의 비판적 평가, 대중문화와 미디어 효과 이론의 이해, 현대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탐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오늘날 미디어가 불평등을 과장·은폐·정당화하는 방식, 대중문화의 재현과 권력관계, 정보의 구조화와 편향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시민적 역량을 직접적으로 다룬다. 또한 학교 교육과정에서 국어과와 사회과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담당하는 중심 교과로서 위상을 지님을 보여준다.

 

최근 영국에서도 정부 차원의 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평가 보고서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영어(English)와 시민성(Citizenship) 과목이 공동으로 담당하도록 결정했다(UK Government, November 2025).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나 온타리오주의 교육과정에서도 영어(English Language Arts)와 사회(Social Studies) 과목이 함께 ‘미디어 재현’과 ‘디지털 시민성’ 등을 다루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2023년에 개정된 온타리오주 영어과 교육과정에는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가 별도의 영역으로 제시되었다(정현선, 2025). 한국의 차기 교육과정에서는 이 점을 참고하여 국어과와 사회과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담당하는 과목으로서의 위상을 부여하고 성취 기준 간 연계 수업 방안을 체계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관된 용어와 개념 사용 및 교육부 중심의 정책 추진 체계 구축 필요성

 

한국의 학교 교육과정이 표방하는 범교과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는 한계도 있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서 일관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지침이 부재하고 사용되는 용어와 개념이 정부 부처 등 정책당국마다 달라 학교 현장의 혼란을 낳고 있다. 여러 교과에 미디어 리터러시 요소가 파편적, 분절적으로 존재하는 반면, 그것들이 미디어 리터러시의 목표에 따라 체계적으로 반영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마련하게 될 차기 교육과정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목표와 관점을 분명히 제시하고 학년군, 학교급, 교과별로 어느 시기에 어떤 내용을 배우게 되는지에 교사와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종합·문서화하여 제공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책과 교육 현장에는 ‘디지털 역량’, ‘디지털 소양’, ‘매체 문해력’,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시민성’ 등 다양한 용어가 혼재하는데, 이로 인해 교육과정, 교과서, 교사 연수, 교육청 사업, 정책 문서 전반의 이해에 있어 학교 현장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본질적 목표를 현행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수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침서를 시급히 개발 및 보급해야 한다.

 

초·중등 교육과정보다 상위의 법률인 현행 「디지털 기반의 원격교육 활성화 기본법(약칭: 원격교육법)」 (시행 2022.3.25. 법률 제18459호, 2021.9.24. 교육부 제정)에는 ‘디지털 미디어 문해 교육’에 관한 내용이 ‘학교 등의 장’의 의무로 제시되어 있다. 또한 현재 국회에는 해당 법안의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1035, 2025년 6.24. 발의)이 상정되어 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에는 교육부 장관이 디지털 미디어 문해 교육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필요한 인력 및 예산을 확보하는 등 행정적·재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여, 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미디어에서 접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정확하게 판단하여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 이를 위해 교육부가 문화체육관광부와 긴밀히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 포함되어 있다. 디지털 미디어 문해 교육의 기본계획은 시도교육청과 학교 현장의 정책 근거로서 반드시 필요하다.

 

교사 전문성 및 에듀테크 공공적 거버넌스 강화에 대한 제언

디지털·AI 환경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질은 교사의 전문성에 따라 좌우된다. 따라서 교원 양성 과정에 ‘디지털 미디어 문해 교육’(가칭) 과목 이수를 필수화하여 교원 무시험 검정 기준에 반영하고, 각 시도교육청 산하 학교미디어교육센터, 관련 정책연구기관이나 공공기관 혹은 대학 연구소에서의 파견 근무 등 인센티브 제공을 통한 전문성 기반 장기 연수 체계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혁신교육, 소프트웨어 교육, AI 교육 등의 전공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 교사들에게 50%의 장학금을 지급해 온 전례에 비추어, 시도교육청에서는 소속 교사의 미디어교육 관련 분야 대학원 진학 시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 제공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AI와 디지털 플랫폼이 의제를 형성하고 정보 흐름을 결정하는 시대에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는 시민의 민주적 역량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기술 활용 중심 교육이나 산업적 요구 혹은 개인정보 보호나 디지털 공간의 에티켓 교육 등에 머무는 ‘디지털 역량’ 교육이 아니라, 정보 주체로서의 아동 권리·윤리·프라이버시·비판적 이해·사회 참여를 아우르는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시민성 형성의 주요 기반이다. 따라서 그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을 위해 교육부 중심의 통합적 정책 체계 구축, 국어과·사회과 중심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정 체계화,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용어와 개념 정비, 범교과 지침 마련, 전문성 있는 교사 양성 및 연수와 평생교육 연계 체계 등의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디지털·AI 시대에 시민의 개인적 삶과 사회적 담론, 민주적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디지털 미디어의 다층적 작동 방식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새로운 설계를 위한 상상을 뒷받침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정책의 정교화는 양극화된 사회, 허위 정보와 혐오가 지배하는 디지털·AI 환경에서 시급한 국가적 과제다.

 

마지막으로, 시도교육청, EBS 등의 공공 서비스를 포함해 학교에서 사용되는 디지털·AI 기반의 에듀테크 및 교육 플랫폼 또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의 관점에서 아동 권리, 윤리, 투명성, 책임성을 전제로 한 공공적 거버넌스를 통해 관리되어야 한다. 기술 효율성을 이유로 학생의 경험과 서사를 맥락이 제거된 데이터로 무차별적으로 환원하는 문제는 결국 교사의 전문성을 약화시키고, 학생 삶의 맥락을 이해하는 인간 교사에 의해 도움을 받아야 할 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에듀테크나 교육 플랫폼은 단지 학습의 도구가 아니라 부모와 학교에 의해 권장되는 디지털 미디어 그 자체라는 점에서, 최근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연구와 실천의 과제로 떠오른 ‘비판적 에듀테크 연구’에 대해서도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관점에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시민 교육을 지향하는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에듀테크도 활용할 수 있으나, 종이와 펜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대면 교육을 통한 질문, 대화, 토론, 시뮬레이션 등 사회적 상호작용을 반드시 필요로 함을 강조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 세계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

참고문헌

정현선, <캐나다 BC주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분석>, 리터러시연구, 16(3), 127–166, 2025.

Findlater, S., <PISA 2029 introduces AI and media literacy>, 2024, https://sarahfindlater.substack.com/p/pisa-2029-introduces-ai-and-media

MediaSmarts. <Digital Media Literacy Framework>, 2022, https://mediasmarts.ca/digital-media-literacy/general-information/digital-media-literacy-fundamentals/digital-media-literacy-framework

<PISA 2029 Media and Artificial Intelligence Literacy>, OECD, 2025, https://www.oecd.org/en/about/projects/pisa-2029-media-and-artificial-intelligence-literacy.html

Pangrazio, L.,<Reconceptualising Critical Digital Literacy. Discourse: Studies in the Cultural Politics of Education>, 37(2), 163-174, 2016.

<Government response to the Curriculum and Assessment Review>, UK Government, 2025.11,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curriculum-and-assessment-review-final-report-government-respo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