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합의에 바탕 둔 종합적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의 중요성

2026. 1. 19. 10:00웹진<미디어리터러시>

ㅣ 김영은(유네스코한국위원회 선임전문관) ㅣ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관련 정책 및 교육과정 이행은 국가와
지역별 격차가 크다. 해외 여러 나라의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과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통해 우리 국민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제고를 위한 방법론과 비전을 가늠해 본다.

 

 

 

지난 10월 24~31일은 ‘글로벌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주간’이었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이하 유네스코)가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관련 성과를 공유하고,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시작한 주간으로, 2021년에는 유엔 총회의 승인을 거쳐 유엔 공식 주간으로 인정되었다. 2025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을 맞아 유네스코는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정책 및 교육과정 이행 현황을 분석한 이슈 브리프 <모두를 위한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격차 줄이기(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 for All: Closing the gap>를 발간했다.1) 유네스코가 194개 회원국 전체를 대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정책 및 교육과정 현황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가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정책 및 교육과정 이행에 있어서는 국가·지역별 격차가 컸다. 171개국이 국가 정책 내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나, 별도의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을 수립한 국가는 17개국에 그치고 있다. 교육과정의 경우 전체의 45%가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나 29%는 여전히 디지털 기술에 국한된 교육에 머무르고 있었다. 유럽 및 북미 지역과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간 차이도 상당했다. 유네스코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정책 프레임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책을 잘 갖추고 있는 국가일수록 비판적 사고, 미디어 분석, 시민 참여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교육과정을 이행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의 중요성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강조된 바 있다. 유럽 지역 국가의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을 비교한 2017년 연구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특성상 정책적 토대가 특히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고,2) 2024년 유럽 주요국의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을 비교·분석한 구글 보고서에 의하면, 전문가들은 미디어 리터러시를 제고하기 위한 주요한 과제로 정책 차원에서의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지원을 꼽았다.3) 전 세계 37개국의 법, 정책, 교육과정 등을 비교·분석한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이 마련되어 있고, 정책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의 주도기관이 존재하는 국가일수록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4)

 

보고서 <모두를 위한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격차 줄이기> 표지 (출처:  https://unesdoc.unesco.org/ark:/48223/pf0000396030)
모범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의 표본, 핀란드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은 별도의 종합적인 정책으로 존재하는 경우보다, 교육이나 청년, 디지털 분야의 정책 내에 미디어 리터러시적 요소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이상적인 구조는 별도의 종합적인 정책이 있고, 그 전략을 기반으로 한 세부 요소들이 각 관련 부처의 개별정책에 반영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이상적인 정책적 성과를 이룬 대표적인 나라는 핀란드다. 핀란드 교육문화부의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국가 미디어교육 정책(Media literacy in Finland: National media education policy)’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목표와 교육 현황, 정책 이행 방향 등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정책으로, 여러 부문의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되었고, 다양한 부처 정책과도 연결된다. 복지 정책, 소비자 정책 등에서 웰빙과 소비자의 주요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주요 역량으로 미디어 리터러시가 다뤄지고 있으며, 법무부의 혐오 표현 방지 프로젝트나 내무부의 극단주의 예방을 위한 정책과도 연결된다.

 

영국과 아일랜드도 별도의 정책이 존재한다. 영국의 경우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가 2021년 마련한 ‘온라인 미디어 리터러시 전략(Online Media Literacy Strategy)’이 있고, 2024년 오프콤의 ‘미디어 리터러시 3개년 전략(Ofcom’s 3-year media literacy strategy)’이 있다. DCMS의 디지털 관련 부문이 과학혁신기술부(DSIT, Department for Science, Innovation and Technology)로 이전했는데, 과학혁신기술부는 2025년 2월 마련한 ‘디지털 포용 액션 플랜(Digital Inclusion Action Plan)’ 안에서도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2016년 미디어 규제기구(BAI, Broadcasting Authority of Ireland)가 마련한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Media Literacy Policy)’ 이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과 방향성을 포함한 종합 정책의 성격을 띠고 있다. BAI는 현재 미디어 위원회(CnaM, Coimisiún na Meán)로 바뀌었지만, 본 정책 문서는 여전히 중요한 프레임워크로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으며, CnaM은 이에 근거해 미디어 리터러시 네트워크인 ‘미디어 리터러시 아일랜드’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며 미디어 리터러시 진흥에 힘쓰고 있다.

 

교육, 미디어, 디지털 기술 정책 속 미디어 리터러시

대부분의 경우 미디어 리터러시는 교육 정책 안에 포함된다. 일찍이 미디어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한 캐나다의 경우, 자연스럽게 주별 교육 정책 안에서 미디어 리터러시가 논의되었다. 온타리오 주는 1987년 북미 지역 최초로 미디어교육을 교육과정에 반영했고, 다양한 주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3년 「공화국 학교 재건립 기본 방향과 교육과정에 관한 법(La loi d’orientation et de programmation pour la refondation de l’Ecole de la Republique)」의 시행으로, 미디어·정보 교육을 공교육 시스템 내 필수 요소로 안착시켰다. 에스토니아와 슬로바키아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평생교육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평생학습의 디지털 초점’을 주요 정책 목표로 수립하고, 교사와 학생 모두의 디지털 역량을 향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슬로바키아는 모든 연령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증대, 미디어에 대한 책임 있고 중요한 접근, 미디어 및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효율적인 사용, 미디어 및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제기하는 위협으로부터 어린이와 청소년 보호, 세대별 소통 등을 교육의 목표로 삼고 있다.

 

디지털화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증대하면서, 디지털 정책 내에 미디어 리티러시 관련 요소를 포함시키는 경우도 많다. 네덜란드의 경우, 디지털 정책의 전략 목표 중 하나가 적절한 IT 역량과 ‘미디어 지혜(mediawijsheid)’ 함양이다. 미디어 지혜는 미디어 콘텐츠에 접근·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평가·창조하고, 소통하는 역량으로, 미디어 리터러시와 같은 의미다. 스웨덴의 경우, 국가 IT 정책과 디지털화 정책 내에 미디어 리터러시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덴마크는 디지털 성장 전략(Strategi for Danmarks digitale vækst), 뉴질랜드는 디지털 포용 전략(Digital Inclusion Strategy) 내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조하고, 관련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2025년 ‘글로벌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주간’ 공식 포스터 ( 출처:  https://www.unesco.org/en/articles/global-media-and-information-literacy-week-2025-feature-conference)

 

 

종합 정책 마련으로 전 국민 역량 제고에 기여해야

우리나라는 2020년 처음으로 관계 부처 합동으로 ‘디지털 미디어 소통역량 강화 종합계획’을 발표했고,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2024년 ‘미디어 역량교육 지원전략’을 마련했다. 다양한 부처 산하 기관들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사업을 이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관계 부처 합동으로 종합 계획을 마련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두 전략 모두 비전, 자원, 액션 플랜 등 유네스코의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 가이드라인(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 Policy and strategy guidelines)>에서 강조하는 주요 요소를 대부분 잘 포함하고 있다.5) 하지만,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하지 못했다는 점, 부처 간 협의체를 구성했으나 효과적으로 협력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 관련 부처는 물론이고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다양한 이해관계자(학계, 교사,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합의된 공동의 목표와 방향성을 가지고 각 부처와 기관들이 사업을 이행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종합적 국가 정책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유네스코를 비롯해 국내외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와 교육, 디지털 기술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특성을 감안하여 여러 부처와 주요 이해관계자들 간의 소통 및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국가적 전략 차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주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물론, 공통의 목표를 위해 각 부처 및 산하 기관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해 전 국민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제고에 기여해야 한다.

 

 

 

 


1) , 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2025.10, https://unesdoc.unesco.org/ark:/48223/pf0000396030/PDF/396030eng.pdf.multi</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 for all: closing the gap>

2) Frau-Meigs, D., Velez, I., & Michel, J. F., 《Public policies in 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 in Europe: Cross-country comparison》,Routledge, 2017.

3) Melstveit Roseme, M., Day, L., & Hammonds, W., <Putting media literacy on the map: A snapshot of policies and practices in Europe>, ECORYS, 2024.10.

4) 김영은·정세훈, <지역별 국가별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차이 및 요인 분석: 유럽, 영미권, 아시아 지역 37개국 법, 정책, 교육과정, 교육 참여 주체 유무 비교>, 《한국언론학보》, 67권 6호, 223-255, 2023.

5) Grizzle, A., Moore, P., Dezuanni, M., Asthana, S., Wilson, C., Banda, F., & Onumah, C. , UNESCO, 2013, https://unesdoc.unesco.org/ark:/48223/pf0000225606/PDF/225606eng.pdf.multi</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 policy and strategy guidelines>

 


※ 이 글은 현재 진행 중인 필자의 박사학위 연구의 일부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