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정치적 주체로 자라려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필수

2026. 1. 26. 10:00웹진<미디어리터러시>

| 진행 이숙정(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사진 이대원(싸우나스튜디오) |

 

한국일보는 지난 9월 1일부터 10월 22일까지
<소년이 자란다>라는 기획 연재 기사를 보도했다.
10대 극우화 현상에 주목하고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일깨운
이 기획 연재가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
취재를 담당했던 유대근·송주용·최은서 한국일보 사회정책부 기자를 만나
기사로는 미처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년이 자란다> 기획 연재 기사를 매우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10대 청소년의 극우화 현상의 실태와 원인, 그리고 해결책을 폭넓게 조명해 주셔서 청소년의 정치 교육 현실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청소년의 정치적 주체화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라는 중요한 사회적 의제를 심도 있게 다룬 의미 있는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이러한 중요한 주제에 주목하게 된 계기, 취재 과정, 그리고 기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실천 방안에 대해 좀 더 깊이 이야기 나눠보려 합니다.

 

Q. 10대 극우화 현상을 취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유대근 기자 기획 기사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한 게 올해 초였어요. 저희 부장님께서 아이디어를 내셨는데 당시 12·3 비상계엄이 있던 직후였고 여러 사회·정치적 혼란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서부지법 사태였습니다. 그때 난입했던 사람들 중 10대도 있었어요. 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와 이 문제를 다룬 단발성 기획 기사나 보도들이 있었습니다. 그걸 계기로, 그동안 10대의 정치 현실에 대해 우리가 직접 들어보거나 크게 관심 갖지 않았구나 하는 문제의식에서 취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해 대표적 현장인 여의도와 광화문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 10대로 보이는 참가자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어요. 인터뷰를 통해 얻은 힌트들을 가지고 성장 배경을 조금 더 파봐야겠다 싶어 송주용 기자가 교회 취재도 하게 됐습니다.

 

Q. 기획 기사를 위해 어떤 취재 방식을 사용하셨는지요? 그리고 취재 과정에서 사실 확인과 교차 검증은 어떻게 하셨는지요?

A. 유대근 기자 저희가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은 다 동원했습니다. 초기 취재 때는 이전에 나온 논문, 기사, SNS 등을 열심히 찾아봤고,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과 학교 선생님 등을 여러 번 만나 기획안을 짰어요. 청소년과 접점이 있는 성인 전문가와의 만남으로 실태 파악을 한 후 청소년 대상 인터뷰로 좁혀 갔어요. 인터뷰 거절 등 제약이 많았지만, 누군가 전해준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기보다 가급적 아이들 목소리를 직접 들으려고 했습니다.

 

유대근 기자(왼쪽)와 송주용 기자(오른쪽)

 

A. 송주용 기자 집회 현장에서 만난 청소년들이 교회에서 우경화 교육을 받는다고 하니 교회에 잠입 취재를 해보자고 이야기가 모아졌어요. 그래서 제가 기자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교회에서 하는 교육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설정해 들어가 집회 현장에서 만난 청소년들이 말했던 교육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A. 유대근 기자 저희 연재 기사 1회에 두 명의 10대를 가르친 교회가 등장하는데요,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서들이 모두 좌편향이라 믿을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시거든요. 말씀대로 진짜 편향적인지 확인하기 위해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현대사 부분을 전수조사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 관련 언급 부분을 다 뽑아봤는데, 저희가 판단하기에는 공과를 두루 기술했더라고요.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도 기사에 포함했습니다.

A. 최은서 기자 맹목적으로 ‘해외 사례가 좋아요’로 끝나는 식의 보도보다 정책을 만드는 분들이 실제로 참고할 만한 기사로 결론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6회에서는 국내 사례, 국내 상황을 잘 아는 교사, 노조, 시민 교육 대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들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해외 사례를 배우기만 하지 말고 한국의 상황에 맞는 대안을 생각할 수 있게끔요.

 

아이들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것
 

Q. 이 기사가 독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기를 기대했는지 궁금합니다.

A. 유대근 기자 기사를 쓸 때 든 생각이 ‘우리가 아이들을 너무 모른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른들을 인터뷰해 보면 너무 낙관적으로 ‘애들이 뭐 그냥 그럴 수 있지’라고 얘기하시는 분도 있고, 너무 비관적으로 ‘망했어’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도 있었어요. 무조건적인 낙관과 비관을 벗어나 정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팩트를 취재해 보여주고, 우리가 대안을 제시하면 학부모나 교사, 교육 당국, 또 10대 당사자가 보고 도움받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최선을 다해 현상을 보여주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취재했던 것 같습니다.

A. 송주용 기자 청소년들이 이 기사를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기사를 쓰면서 청소년들이 많이 본다는 유튜브 채널을 분석해보니, 앞뒤 순서를 바꾸거나 교묘하게 비트는 방법을 써서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수법을 많이 쓰더라고요. 5·18을 예로 들면 시민들이 먼저 총을 쏴서 계엄군이 대응했다는 식으로 앞뒤 순서를 바꿔버리는 거죠. 유튜버들이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왜곡하는지 기사를 통해 보여주면 청소년들이 그 유튜브를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흐름을 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기사를 썼습니다.

A. 최은서 기자 교육계에서도, 정책 입안자도 참고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는 데 집중해 기사를 작성했고, 실제로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Q. 취재해 본 결과, 10대의 정치적 성향이 어땠나요? 연재 기사의 부제가 ‘10대 극우화 현상의 실태와 원인’인데 극우화 현상이라는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유대근 기자 ‘극우’라는 용어는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고 학자분들이 많이 말씀하셨고 저희도 그에 동의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시리즈 1회에서는 극우라고 볼 측면이 있는 10대들의 이야기를 썼고요. 2회는 여론조사와 인터뷰를 토대로 썼는데, 전체적인 10대들의 정서를 확인하고 싶어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기존에 참고할 만한 여론조사를 발견할 수 없어서였죠. 저희가 설문조사와 학생 당사자, 전문가 취재 등을 종합해 내린 결론은 10대 전반이 극우화됐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우경화, 그러니까 같은 나이 여성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뚜렷하게 보수화 경향을 보이는 건 맞다고 결론 내렸어요.

A. 송주용 기자 제가 30대 후반인데, 학교 다닐 때 ‘일베’ 같은 것이 퍼지기 시작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일부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일베에서 논의되는 극우적인 사상에 주목하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점점 확산되더라고요. 저희가 취재하면서 10대 모두가 극우화된 건 아니지만 분명 10대에서 극우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마치 독버섯 퍼지듯 빠르게 퍼져나가는 것을 봤기에, 그 현상을 정면으로 응시하기 위한 하나의 키워드이자 나름의 용기 아니었나 평가하고 싶습니다.

 

최은서 기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교사에게만 맡겨선 안 돼

Q. 10대의 극우화 현상과 우경화 경향의 대응책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제시하셨어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요?

A. 최은서 기자 사회정책부의 교육팀에서 시작된 기획이기도 하고 ‘교육적 대안을 제시해 보자’라는 관점에서 시작했는데요, 실제로 취재해 보니 미디어 리터러시가 이 모든 사태의 해결책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독일의 경우 시민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는데도 10대 극우화가 심각한 현안이거든요. 현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얘기는 독일의 시민 교육은 어떤 의견이 옳다고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 본인이 주체적인 의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거였어요.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편향되고 왜곡된 정보가 주어지면, 그들이 아무리 주체적인 시각을 가진다 해도 편향된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문제는 최근 가짜뉴스가 워낙 빠르게 확산해 옛날보다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주는 데 시차가 점점 벌어진다는 것이고, 이를 좁히는 게 과제라고 얘기하시더군요. 결국 바람직한 시민 교육을 위해서는 먼저 아이들이 어떤 정보가 내 가치관을 확립하는 데 유의미한지, 어떤 정보가 옳고 틀린지 직접 골라낼 수 있는 작업을 해야겠더라고요. 그렇게 보니 모든 과정의 전제에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어요.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취재하면서도 미디어 리터러시가 결국 아이들이 정치관을 확립하는 과정에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A. 유대근 기자 미디어 리터러시를 다뤄야겠다고 생각한 건 기초 취재 당시 요즘 아이들에게 유튜브의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유튜브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Q. 그렇다면 한국 청소년들에게 어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 최은서 기자 이번 기획연재 기사에 교사의 정치 기본권 보장 그리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구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매뉴얼 개발을 중요하게 제시했는데요, 공통된 취지는 교사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주자는 거예요. 독일과 핀란드는 이미 역사적으로 교사의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고 너무 당연한 것이었어요. 사실 어떤 체계적인 교육 매뉴얼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없었어요. 학부모와 학생, 학교가 교육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교사의 역할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 속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활성화되어 있더라고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어렵죠. 국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한국형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교사들에게만 맡겨선 안 되고 먼저 국가 차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A. 유대근 기자 최은서 기자 말에 동의합니다. 교사들이 과거에 비해 매우 위축돼 있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민원 가능성입니다. 어떤 내용을 가르쳤을 때 학부모들로부터 항의받는 것을 넘어, 심지어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특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나 정치 교육을 하려면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고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하는데 지금 학교 안팎의 분위기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워요. 좌우를 떠나 학생들에게 교사의 가치관을 심어주는 교육이 아닌, 학생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교육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독일 교육의 핵심인 듯해요.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Beutelsbacher Konsens)라는 것이 교사가 자신의 견해를 주입하지 않고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정치적 판단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거잖아요. 이런 원칙이 우리나라에도 뿌리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A. 송주용 기자 유튜브가 상당히 접근하기 쉽지만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교묘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있어서, 다 같이 보고 토론하는 수업을 해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해석의 다양성’이라는 덫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저희가 기사에 썼던, ‘5·18 당시 시민들이 학살당한 건 맞아. 그런데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켰기 때문이야’ 같은 왜곡된 주장을 하면서도 이에 반박하면, 해석의 다양성을 차단한다고 주장하는 유튜버들의 교묘한 수법 같은 것이죠. 역사적으로 이미 판명된 사실을 왜곡하는 것까지 해석의 다양성으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합니다. 사실관계를 모호하게 하는 해석의 다양성이 지양될 수 있도록 사실과 해석의 다양성은 구분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 최은서 기자 제가 기사에 다 쓰진 못했지만, 핀란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참관해보니 중학생 수업에서 화두를 던질 때 어떤 기사나 미디어 자료를 보고 그 학생이 느끼는 감정을 먼저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 신선했습니다. 자료를 봤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왜, 어떤 대목에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물어보더라고요. 예를 들어 ‘불쾌했어요’라고 하면 어떤 점이 불쾌한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작업부터 시작해 조금씩 주체성을 찾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내가 어떤 부분에서 불쾌함을 느끼는구나, 그렇게 스스로 분석하고 싶은 의지를 먼저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얼핏 팩트체크나 미디어 리터러시와 조금 동떨어진 활동 같아도 처음 흥미를 갖게 하는 데는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디어교육’하면 비판적 해석부터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감성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이 분석하고 싶은 의지를 만들어주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희 기사를 볼 때도 주인공이 10대니까 ‘왜 우리를 이렇게 표현하지’라는 불쾌함을 느꼈다면 어떤 점에서 불쾌함을 느꼈는지, 혹은 어느 부분에서 통쾌함을 느꼈는지 이런 것부터 시작하면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소년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한국일보의 <소년이 자란다> 기획 기사를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소년이 자란다>는 10대 극우화 현상에 주목하여 청소년이 우경화되는 원인을 다각적으로 진단하고 해법을 탐색한 기사다. 부제는 ‘10대 극우화 현상의 실태와 원인’이다. 10대 극우화라는 단어에 호기심이 생겨 읽어봐도 좋다. 이 단어에 대한 호기심이 여러분을 더 넓은 이해의 장으로 안내할 것이다. 극우적 사고관이 청소년에게 확산되는 경로를 알 수 있고, 청소년의 정치 인식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10대를 붙잡는 극우 유튜버들의 수법 그리고 그 대안과 해법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0대 청소년이 우경화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미디어 환경과 학교 환경을 바꾸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러한 미디어교육 현장에서 <소년이 자란다> 연재 기사가 토론을 시작하는 교육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