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2. 23. 10:00ㆍ웹진<미디어리터러시>

ㅣ 박시현·최용재·유승현(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지원팀) ㅣ
지난 10월 28일~11월 15일 세종시 국립세종도서관, 홍대 서교플레이스,
콘텐츠코리아랩(CKL) 스테이지 등에서
‘2025년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미리위크’ 행사가 열렸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지원팀이 마련한 이번 행사에서는
기획전시와 미디어 리터러시를 주제로 한 연극, 이 연극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방탈출 게임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새로운 장을 연
이번 행사의 기획 과정과 성과를 짚어본다.
2025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한 첫 번째 공식 축제가 시작되었다. 올해 처음으로 기획된 ‘2025년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미리위크(ME:LI WEEK)’(이하 2025 미리위크)는 앞으로 매년 정기적 축제로 발전해 갈 비전을 품은 미디어 리터러시 문화 조성의 출발점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재단)이 미리위크에서 추구하는 ‘미디어 리터러시’는 문화·예술과 미디어 리터러시의 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단의 다양한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은 오프라인 현장에서 직접 미디어를 경험하고 스스로 해석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이를 위해 재단은 지난해 ‘2024 미리3일’의 시범 운영을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한 뒤 올해 처음으로 ‘전시-연극-방탈출 게임’이라는 세 가지 핵심 콘텐츠를 제작해 선보였다.
세 프로그램은 공통적으로 시민 참여를 중심에 두고 설계되었으며, 미디어를 단순히 ‘배우는 것’을 넘어 경험 속에서 이해하는 과정으로 확장 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우리는 어떻게 미디어를 이해하고, 어떤 방식으로 서로 연결되는가?”
첫 해임에도 높은 관심과 참여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 된 2025 미리위크는 이른바 ‘K-미디어 리터러시’ 브랜드의 가능성을 분명하게 보여준 첫 축제였다.
기획전시 <나의 기록, 우리의 시선>
기획전시 <나의 기록, 우리의 시선>은 재단의 대국민 사업 중 하나인 ‘뉴스읽기 뉴스일기 공모전’의 수상작과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일반 국민의 뉴스 기록 활동을 참여형 전시로 확장하고자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7년째 이어지는 ‘뉴스읽기 뉴스일기 공모전’은 뉴스를 읽고 떠오른 생각과 감정을 자신의 언어로 기록하는 활동을 중심에 둔다. 서로 다른 시간과 경험이 스며든 저마다의 뉴스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개인의 기록들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며 우리 사회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한다는 기획 의도에서 출발했다.
기획 과정에서 여러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초기 구상을 조정해야 했지만, 이는 관람객이 직접 기록하고 남기는 경험에 더욱 집중하도록 방향을 다듬는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 전시는 명확한 동선과 체험 중심의 구조를 갖추었고, 이는 실제 관람객의 긍정적 반응으로도 확인되었다.
전시는 국립세종도서관 1층 로비에 ‘뉴스읽기 뉴스일기’의 «ㄴ·ㅅ·ㅇ·ㄱ» 자음을 형상화한 네 개의 부스를 배치해 2025 미리위크가 지향하는 ‘미디어-나-문해력’의 연결 구조를 공간적으로 구현했다. ‘읽기-기록-표현-공유’라는 뉴스읽기·뉴스일기 활동의 흐름을 관람객이 동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전시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 «ㄱ» 구역에서는 전시의 기획 의도를 소개하고, 관람객이 키오스크를 통해 표지·내지·스티커·필기구 등을 선택하며 ‘기록의 재료’를 구성하도록 했다.
• «ㅇ» 구역은 기록을 남기는 행위 자체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브라운관 화면을 활용한 포토존 형식으로 구성했다.
• «ㅅ» 구역은 대상 및 부문별 수상작, 아카이브, 참여 누적 통계를 시각적으로 제시해 ‘기록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의 중심 공간으로 마련했다. 이어지는 비밀 통로는 타인의 기록을 차분히 읽으며 속도를 늦추는 작은 정서적 장치로 기능했다.
• 마지막 «ㄴ» 구역에서는 모든 연령층이 직접 뉴스일기를 작성하고 벽면에 붙여 전시의 일부가 되도록 함으로써, 개인 기록이 모여 공동의 아카이브를 형성하는 구조를 완성했다.
이번 전시는 총 3,543명이 방문하며 높은 호응을 얻었다. 당초 2주 운영을 계획했으나, 국립세종도서관의 긍정적인 평가와 관람객들의 지속적인 관심에 힘입어 추가로 2주 연장 운영이 결정되었다.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시민의 참여 경험을 최우선에 두고 함께 노력해 만든 선택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점은 기획자로서 큰 보람이었다.
“뉴스일기를 처음 알게 되었다”, “기록이 생각보다 훨씬 친근하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아이와 함께하기 좋았다” 등의 반응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기록을 통해 서로의 시선을 발견하는 경험’이 다양한 관람객에게 효과적으로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기록은 ‘나를 남기는 일’이자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나의 기록, 우리의 시선>은 그러한 기록들이 서로를 비추며 흩어져 있던 시선이 ‘우리의 시선’으로 모이는 경험을 가능하게 한 전시였다. 2025 미리위크의 출발점으로써, 기록 기반 시민 참여 콘텐츠가 앞으로 어떻게 확장될 수 있을지를 확인한 의미 있는 성과였다.
연극 <점프x컷>
전시가 기록의 관점을 열었다면, 연극 <점프x컷>은 ‘말의 구성’과 ‘관점의 차이’를 무대 언어로 풀어내 시민이 정보 판단 과정을 스스로 돌아보도록 설계한 프로그램이다.
이번 쇼케이스는, 재단이 처음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브랜드 공연 IP(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한 고유 콘텐츠)를 기획하며 시도한 프로젝트로, 초기 기획 단계부터 적합한 공연 제작사 및 창작진 섭외에 공을 들였다. 단순한 주제 전달을 넘어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와 설득력 있는 인물 구성을 목표로 수차례 기획 회의와 자료 검토를 거쳤고, “정보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비되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서사 구조를 다듬었다.
극에서는 여섯 명의 인물이 동일한 사건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해석한다. 특히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주인공 민준의 존재는, 침묵이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해석을 유보하고 질문을 남기는 장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관객이 “나는 무엇을 근거로 이 장면을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했다.
쇼케이스는 새로운 형식의 시도로 진행되었음에도 총 335명이 관람했고, 전 회차 매진되며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객 만족도 조사에서도 메시지의 자연스러운 전달, 관계의 설득력, 서사적 몰입감, 교육적 활용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두드러졌다. “교훈을 강요하지 않아 좋았다”, “청소년 이야기지만 어른에게도 깊이 와닿았다”, “자연스럽게 생각이 이어졌다”와 같은 의견은 연극이라는 매체가 미디어 리터러시에 적합한 감정 기반 학습 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해 준 부분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과는, 미디어교육과 예술성을 균형 있게 결합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는 점이다. 일방향의 정보 전달이 아닌, 인물의 감정과 관계를 통해 관객 스스로 해석을 구성하도록 만드는 방식은 기존의 교육적 접근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깊이를 보여주었다. 나아가 “정식 공연으로 다시 보고 싶다”, “학교 현장에서 교육연극으로 활용될 수 있겠다”는 의견을 통해, 우리가 구축하고자 했던 ‘브랜드 콘텐츠 IP’로서의 확장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극 <점프×컷>은 중장기 계획에 따라 정식 공연, 교육연극 버전 개발, 전국 순회, 웹툰·게임·아동극 등 원소스멀티유즈를 통한 확장까지 단계적으로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러한 흐름은 미디어 리터러시가 학교 교육을 넘어 시민의 일상 속 문화 경험으로 자리 잡아 K-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새로운 문화적 기반을 만들어 갈 중요한 시도가 될 것이다.
방탈출 게임
<점프x컷: 너는 얼마나 알고 있어..?>
전시가 기록을 통해 시선을 열고, 연극이 서사를 통해 질문을 던졌다면, 방탈출 게임 <점프x컷: 너는 얼마나 알고 있어..?>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시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방식으로 확장하고자 한 시도였다. 2025 미리위크의 세 번째 프로그램으로서, 방탈출 게임은 기록-서사-체험으로 이어지는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의 마지막 축을 장식했다.
방탈출 게임은 기획 단계부터 단순한 오락이 아닌 참여형 미디어 리터러시 학습으로 구성하고자 했으며, 연극 세계관을 현실 공간으로 번역해 참가자들이 ‘사건의 일부’가 된 것처럼 몰입하는 방향을 설정했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자세한 구성은 공개할 수 없지만, 전체 흐름은 참가자가 “무엇을 믿고, 무엇을 의심해야 하는가”를 자연스럽게 스스로 판단해 보도록 설계됐다.
홍대 서교플레이스에서 15일간 운영된 이번 방탈출 팝업에서는 794명이 참여했으며 네이버 별점 4.94점(5점 만점), 자체 만족도 4.8점(5점 만점)을 기록하는 등 체험형 프로그램으로서 높은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여자 연령층도 다양했고, 기획 의도였던 “연극 세계관의 온·오프라인 확장”이 실제 운영에서 효과적으로 구현되었다는 점을 확인하는 지점이었다.

특히 많은 참가자가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응답한 요소는 ‘인터렉션 폴(Interaction Poll)’이었다. 게임 종료 후 참가자들은 휴대폰을 통해 ‘사건을 어떻게 이해했는가’, ‘어떤 감정이 들었는가’와 같은 질문에 답변했다. 같은 환경·같은 단서·같은 경험을 공유했음에도 결론이 전혀 달라지는 결과는 우리가 기획 단계에서 중점을 두었던 해석의 다양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많은 참가자가 “해석이 이렇게 다를 줄 몰랐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보니 생각이 확장됐다” 등과 같은 반응을 남겼으며 이는 방탈출 게임이 단순히 문제 풀이형 프로그램이 아닌 자기 성찰을 이끄는 미디어 리터러시 체험으로 가능했다는 점을 확인해 준 결과였다.
체험 종료 후 제공한 다이어리·스티커·포토존 등 기록형 굿즈는 2025 미리위크 전반을 관통하는 ‘기록을 남기고 공유하는 경험’을 강화하는 장치였다. 또한 같은 공간에서 연극 소품과 의상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세계관을 이어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구성도 의미 있는 지점이었다.
방탈출 게임 <점프x컷: 너는 얼마나 알고 있어..?>는 단일 프로그램을 넘어, 재단이 구축하고자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브랜드 IP 생태계를 실질적으로 확장한 시도였다.
2025 미리위크가 남긴 것, ‘K-미디어 리터러시’의 첫 장
2025 미리위크는 전시·연극·방탈출 게임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를 통해 기록→서사→체험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을 만들었다. 이 세 가지 경험은 미디어를 이해하는 방식이 지식 습득에 머무르지 않고, 참여하고 해석하고 서로의 시선을 확인하는 문화적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첫 축제는 끝이 아니라 K-미디어 리터러시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다. 앞으로 더 많은 시민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디어를 경험하고, 그 경험이 또 다른 기록과 이야기, 체험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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