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3. 12. 10:00ㆍ웹진<미디어리터러시>

ㅣ 이재원(성균관대학교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 초빙교수) ㅣ
일상 어디에나 AI가 스며들고 있는 요즘, 음악계도 예외가 아니다.
인간이 아닌 AI 아이돌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올여름 등장한 록밴드 벨벳 선다운은 실존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의심 끝에
결국 AI로 밝혀져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중요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음악 산업에서의 ‘AI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짚어본다.
올여름, 전 세계 음악 청취자를 놀라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4인조 록밴드 벨벳 선다운(The Velvet Sundown)이 혜성처럼 나타나 앨범 두 장을 발표한 뒤,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 100만 명을 넘기며 인기를 끌었다. 벨벳 선다운의 곡 ‘더스트 온 더 윈드(Dust on the Wind)’는 6월 마지막 주간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 스포티파이 바이럴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벨벳 선다운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여느 아티스트처럼 활동하는 듯 보였지만, 실존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의심을 받았다. 밴드는 이런 의혹에 X에 “AI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100% 리얼”이라고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밴드의 보컬 게이브 패로가 음악 관계자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담겼다.
자연스러운 말투로 밴드 음악의 진정성을 강조하던 벨벳 선다운은 알고 보니 음악과 밴드의 이미지까지 모두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AI 밴드였다. 스포티파이의 경쟁 플랫폼인 디저(Deezer)가 AI 생성 음악 감지 도구로 모니터한 결과 “100% AI로 제작됐다”라고 폭로한 것이다. 이에 벨벳 선다운은 스스로 AI라고 인정하면서도 “AI 시대의 예술적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AI가 작사 작곡 이미지 영상까지 음악의 전과정에 침투해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적으로 가시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에서도 메이브나 나이비스와 같은 AI 아이돌이 음악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들은 AI 아이돌이라는 점을 공개하고 활동한다. 따라서 팬들은 이들이 가상의 존재라는 점을 인지한 상태에서 음악을 소비하고 애정을 보낸다.
AI가 빠른 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음악 산업 역시 AI와 함께 살아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벨벳 선다운처럼 AI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나아가 진짜 사람이라고 우기게 된다면 팬들은 결과적으로 ‘가짜 가수’에 속게 되는 셈이다.
음악의 본질, 진정성과 창의성의 문제
벨벳 선다운이 제기한 쟁점은 음악에 AI 사용을 허용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음악의 본질인 ‘진정성(authenticity)’의 문제다. 음악 장르 중에도 특히 록 음악은 아티스트의 진정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겨왔다. 록 밴드는 삶의 고뇌를 담고, 음악으로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교감한다. 벨벳 선다운은 AI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진짜 악기, 진짜 마음, 진짜 영혼으로 만든 음악”이라고 거짓말해 AI 창작물이 충분히 인간을 기만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수많은 가상 인간이 인플루언서나,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K-POP 산업은 음악의 진정성을 다루는 방식에 관해 고민하고 있다. 가상인간 로지에 관해 분석해 보니 로지는 자신의 가상성을 의도적으로 공개하며 일종의 ‘진정성 담론’을 구축했다. ‘인간적인 매력’이 없기에 오히려 자신이 가상인간이라는 점을 드러내는 솔직함을 매력으로 어필한 것이다. 이는 투명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신뢰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진정성과 더불어 창의성 역시 음악 산업에서 AI를 조심스럽게 대하는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 작곡에 AI를 활용했을 때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창의성 때문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2022년 AI 작곡가 이봄의 곡들이 AI로 작곡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 저작권료 지급을 중단했다. 현행 저작권법 제2조 1항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인간’이 아닌 ‘AI’가 ‘창작’을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수노(Suno) 같은 툴이 발달하며 AI가 작곡의 영역 깊숙이 들어와 있다. 히트곡 메이커 김형석 작곡가는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작곡 공모 심사 후 1위곡이 AI 작곡이라는 사실을 안 뒤 허탈한 감정을 소셜미디어에 털어놓기도 했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강연에서 AI가 창작 능력을 대체하기보다 보완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AI임을 알 권리: 투명성의 원칙과 이용자 보호
음악 생산 과정에 다양한 AI 툴이 사용되고 있으나, 그동안 인간 음악 창작자가 보여준 진정성과 창의성을 AI가 인간처럼 구현할 수 있는가 하는 첨예한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대목에서 음악 산업에서 ‘AI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제기되며, 그 핵심은 투명성이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미디어와 그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이라면, ‘AI 리터러시’는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식별하고, 그 의미와 영향을 이해하며,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능력이다. 투명성이 중요한 이유는 윤리적 의무여서가 아니다. 이용자가 AI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부터 ‘AI 리터러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식품을 살 때 성분 표시를 확인하고, 의약품을 구매할 때 부작용을 안내받는다. 문화 콘텐츠를 소비할 때도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권리가 있다. 특히 음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감정과 정체성이 투영되는 문화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AI 생성 콘텐츠에 AI 표시 의무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8월 1일 시행된 「AI 규제법(AI Act)」을 통해 AI 서비스 제공자들이 어떤 데이터로 훈련했는지 공개하고 저작권 자료에 대한 승인을 얻도록 의무화했다. 미국 테네시주는 지난해 「엘비스 법(ELVIS Act, Ensuring Likeness Voice and Image Security 인간처럼 구현할 수 있는가 하는 첨예한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대목에서 음악 산업에서 ‘AI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제기되며, 그 핵심은 투명성이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미디어와 그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이라면, ‘AI 리터러시’는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식별하고, 그 의미와 영향을 이해하며,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능력이다. 투명성이 중요한 이유는 윤리적 의무여서가 아니다. 이용자가 AI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부터 ‘AI 리터러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식품을 살 때 성분 표시를 확인하고, 의약품을 구매할 때 부작용을 안내받는다. 문화 콘텐츠를 소비할 때도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권리가 있다. 특히 음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감정과 정체성이 투영되는 문화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AI 생성 콘텐츠에 AI 표시 의무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8월 1일 시행된 「AI 규제법(AI Act)」을 통해 AI 서비스 제공자들이 어떤 데이터로 훈련했는지 공개하고 저작권 자료에 대한 승인을 얻도록 의무화했다. 미국 테네시주는 지난해 「엘비스 법(ELVIS Act, Ensuring Likeness Voice and Image Security 해야 한다”라고 발표했고, WIN(Worldwide Independent Network)은 “인간 창의성 없이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저작권 자격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AI 작곡의 저작권 인정에 대해 이처럼 반발이 큰 상황에 ‘AI를 활용했다’는 사실을 숨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인간과 함께 협업할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AI 음악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 비판적 청취자 되기
음악 산업이 갖는 특수성과 더불어 음악 창작자들의 거센 반발과 동시에 AI 사용이 빠르게 확산되는 시대에 음악 이용자는 어떤 자세를 갖춰야 할까? 청취자가 가져야 할 ‘AI 음악 리터러시’ 역량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AI 생성 콘텐츠 식별 능력’이다. AI가 만든 음악은 기존의 곡들을 학습해 생산하기에 인간이 만든 신곡과 미묘한 차이가 있다. 지나치게 완벽한 음정, 반복적인 패턴, 감정의 깊이 부족 등이 단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용자가 직접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때문에 플랫폼과 아티스트의 투명한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 음악 플랫폼이 채택한 AI 표시를 확인하는 습관도 리터러시를 높여줄 수 있다.
둘째, ‘비판적 질문하기’다. 이 음악은 누가 만들었는가? 아티스트의 이전 작업이나 배경은 어떠한가? 등 음악을 감상하며 감정을 느끼는 과정과 별개로 음악이 만들어진 맥락이나 아티스트가 활동하는 방식에 관해 질문을 제기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벨벳 선다운의 경우, 팬들이 배경 정보를 검색하며 의문을 제기한 것이 진실을 밝히는 계기가 되었다.
셋째, ‘적극적인 의견 표출’이다. AI 음악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소비자를 속이는 것이다. 우리는 AI 활용을 투명하게 밝힌 음악이나 이를 숨긴 음악에 대해 의견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이용자의 판단과 목소리가 결국 시장의 윤리를 만들어간다.
넷째, ‘창작자 지원하기’다. AI 음악이 확산하면서 실제 아티스트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진정성 있게 창작하며 고군분투하는 아티스트를 지지하고, 그들의 음악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창작자를 돕는 방법이 반드시 금전적 지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청취자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폭넓게 감상하고, 완성도 높은 음악을 알아봐준다면 아티스트에게 큰 힘이 된다. 이는 다양한 음악이 시장에서 유통되고, 건강한 창작 생태계가 유지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AI 음악으로 이용자들의 플랫폼 피드가 채워지지 않도록 이용자들이 음악을 향한 애정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창작자들은 AI를 사용할 경우 보조적으로 사용하고 사용 여부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다만 대부분의 플랫폼에 AI 기능이 적용되고 확장되는 추세인 만큼, 검색엔진 정도의 역할을 하는 AI툴도 점점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초기 단계에 AI를 사용해도 인간의 지휘와 마무리를 인정할 수 있는 유연한 시각이 필요한 때다.
참고문헌
강혜원·이재원·백지연, <버추얼 휴먼 로지는 어떻게 셀러브리티가 되었는가?: 인스타그램에서의 스토리텔링 전략에 관한 탐색적 연구>, 《방송과 커뮤니케이션》, 24(3), 34-67, 2023.
국가법령정보센터, 저작권법 제2조, 2025. https://www.law.go.kr/%EB%B2%95%EB%A0%B9/%EC%A0%80%EC%9E%91%EA%B6%8C%EB%B2%95/%EC%A0%9C2%EC%A1%B0
남해인, <1분 만에 노래 ‘뚝딱’ 만드는데…‘이봄’에게 저작권 없는 까닭은>, 뉴스1, 2023.5.28, https://www.news1.kr/it-science/general-it/5060083
이재원, 《AI와 아이돌》, 커뮤니케이션북스, 2025.이재원, <[특별기고] ‘가상 아이돌’은 ‘인간 아이돌’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투데이신문, 2025.7.18, https://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8053
이태수, <작곡가 김형석, 한국어 교육 위해 英옥스퍼드에 1천400여곡 사용 허락>, 연합뉴스, 2024.7.8, https://www.yna.co.kr/view/AKR20240708072700005
임대준, , AI타임스, 2025.7.17,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761
조성미, <‘인공지능 생성물에 워터마크’ AI 기본법…업계, 실효성 ‘갸웃’>, 연합뉴스, 2024.11.24, https://www.yna.co.kr/view/AKR20241122118900017
Eff, M., , Medium, 2025.9.11, https://medium.com/ai-music/regulatory-watch-global-music-ai-policyb1eb38701c05
, OECD & European Commission, 2025, https://ailiteracyframework.org/
, Spotify Newsroom, 2025.9.25, https://newsroom.spotify.com/2025-09-25/
spotify-strengthens-ai-protections/<S.4875 - NO FAKES Act of 2024>, U.S. Congress, 2024, https://www.congress.
gov/bill/118th-congress/senate-bill/4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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