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 외로운 추석, 정신 건강 챙기는 방법

2012. 9. 28. 13:12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안이하게 살고 싶다면 언제나 군중 속에 섞여 너 자신을 잃어버리라 꼬집던 것이 니체였던가요? 그 자신 일평생 비슷한 삶을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제 머릿속에 각인된 니체의 강렬한 이미지는 ‘모두가 예스를 외칠 때 기꺼이 노라 말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제목을 적다보니 어느덧 이야기가 니체까지 흘러갔네요. 


각설하고, 독서의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혹자는 가을이야말로 사람들이 가장 책을 멀리하는(그도 그럴 것이, 기후도, 풍경도, 한 해가 저물어간다는 심리적 압박도 사람들을 책과 멀어져 놀게 하는데 한 몫 하지요.) 시기이기 때문에 작정하고 그런 문구를 만들어 퍼뜨렸다고도 하는데, 무엇이 진실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가을은 또한 ‘외로움’의 계절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가을을 타는 분들이 하나 둘 그 증상을 드러내기 시작했거든요. 나뭇잎이 우두두 떨어지고, 트렌치코트를 꺼내들어야 하는 늦가을에 접어들수록 그 증상은 더욱 깊어만 갑니다. 가을은 또한 '민족 대명절‘ 추석을 끼고 있는 계절이기도 한데, 아시다시피 외로움이니 고독이니 우울 따위가 사람들과 섞여 있다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아이러니하게도 군중 속에서 더욱 깊어질 수 있는 것이 외로움인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는 명색이 독서의 계절이고, 우울함이 부채질을 해대는 ’고독한 로맨티스트‘의 계절이기도 하니 그와 관련된 책의 추천을 부탁하는 분들이 제법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군중 속에서 홀로 고독할 때 끄집어내 읽으면 좋을 책 세 권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출처-서울신문]



하나,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일단 저자의 이력이 상당히 재밌습니다. 이 글을 쓴 분은 독일의 의사이자 코미디언입니다. 근엄한 의사와 익살맞은 코미디언이 한 얼굴에 담겨있다니 쉽게 상상이 가질 않네요. 저자는 이 책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자신만의 기발한 방법들을 재치 있게 풀어놓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행복은 ‘어마어마한 돈과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닙니다. 패러다임의 변화(음, 때론 이것이 가장 어렵기도 하지만요)와 일상의 소소한 발견들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들이죠. 



[출처-yes24]




저자 특유의 독특한 유머와 ‘행복’과 관련된 기발한 성찰들이 지루할 틈 없이 강력한 펀치로 우울함을 날려버릴 듯합니다. 책 속 한 구절 ‘만약 행복에 어떤 공식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행복이 결코 공식 따위로 표현될 수 없다는 공식뿐일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는 간만에 키득키득 웃으며 읽어 내려간 책입니다. 이 책 안에 그 어떤 거대한 담론이나 이데올로기는 보이지 않습니다. 지리산과 임진강을 벗 삼아 ‘자발적 가난’을 선택하여 살아가는 작가의 친구들 이야기가 주를 이룰 뿐입니다. 더 편안한 것, 빠른 것, 안전하고 있어 보이는 것을 찾는 된장녀(?)가 되어가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진 시기에 ‘조금 덜 벌고 욕망을 줄이는 삶’을 살기로 결정한 이들의 삶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었습니다. 



[출처-yes24]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속 등장인물들은 사실 현실감이라곤 제로인 인물들 입니다. 세속과 욕망을 초월해 사는 인물들이기 때문일까요. 물론 그들도 욕망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획일적인 욕망-좋은 학벌, 많은 돈, 넓은 집-이 아닙니다. 그들의 욕망은 매우 다양하지요. 연봉을 이백만 원(이천이 아닌, 분명 이백.) 받을 지라도 자신이 원하는 시를 맘껏 지을 수 있는 삶, 일 년에 삼 개월은 일하고 나머지는 순례를 떠나거나 띵가띵가 노는 삶, 사진을 찍고 차를 팔며 아름다운 흙집을 짓고 사는 삶. 그네들이 원하는 삶은 이런 삶입니다. 관념으로서의 ‘무소유’가 아닌 실질적 ‘무소유’를 실천하는 이들의 일상과, 돈이 없어도 행복이 몽글몽글 솟아나는 마음밭이 부러워 한참이나 손에 쥐고 있던 책입니다. 




셋, <땡큐! 스타벅스>


절망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책의 저자가 처한 상황을 ‘절망이 아니다’라 분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이클 게이츠 길. 그는 소위 말하는 엄친아의 대표주자였던 사람입니다. <뉴요커>의 유명칼럼리스트였던 아버지와 선대에 ‘미국의 건국자’가 나온 유서 깊은 가문 출신의 어머니 밑에서 깊은 사랑과 따스한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했지요. 부모세대와 마찬가지로 인텔리의 정해진 코스를 직선으로 걸은 그는 명문 예일대를 졸업하고 세계적 광고회사의 이사자리에 올라 고액 연봉을 받으며 세계를 무대 삼아 일했습니다. 믿음직한 아내와 똑똑하고 건강한 아이들, 부의 상징인 맨해튼의 브라운스톤 저택까지, 그는 실로 남들이 부러워할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었습니다. 



[출처-yes24]




그러나 최정상의 자리에서 진창으로 미끄러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겨우 몇 년에 불과했지요. 이후 마이클은 25년간 몸담았던 회사에서 갑작스레 해고당하고 독립하여 세운 컨설팅회사마저 문을 닫은 뒤 완전히 빈털터리로 파산하기에 이릅니다. 그는 크리스마스에도 출장을 다닐 만큼 회사에 충성했던 탓에 아이들과 돌이킬 수 없이 냉랭한 상태였으며, 엘리트의식과 상류층의 오만함으로 똘똘 뭉친 탓에 마음을 터놓고 도움을 받을 친구도 찾기 힘들었습니다. 이후 모든 재산을 빼앗기며 아내에게 이혼을 당하는데, 이게 웬일, ‘천만 명의 한 명’ 확률이라는 희귀질병까지 걸리고 맙니다. 이제 길바닥에 나앉게 된 마이클에게 필요한 유일한 것은 일자리였습니다. 그리하여 천신만고 끝에 스타벅스 점원으로 취직하게 된 예순세 살의 마이클. 이 책은 절망 속에서 1%의 희망을 발견하고 끝내 행복을 찾게 된 한 남자의 소설보다도 더 소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우울함을 걷어내 줄 것은 말할 나위도 없죠!


명절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뜻밖의 우울함이 밀려오신다면 제가 추천한 책들을 읽으며 잠시나마 행복바이러스에 전염되어 보시길 바랍니다. 사실 우울해지는 요소를 열 가지 찾기보다 행복해지는 방법을 스무 가지 찾는 게 더 쉬운 일이 아닐까 싶네요. 단돈 만원으로 얻게 된 한 권의 책으로도 넉넉히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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